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홈리스의 관점에서 홈리스의 삶을 보라 

홈리스의 짐과 삶에 대한 폐기처분에 맞선 구체적 대안들 

 

<안희제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삶을 청소하는 사회

최근 한 여성은 부당하게 빼앗긴 물품들을 간신히 되찾았다. 용산역 인근에서 생활하는 그는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자신의 물품들이 사라져 있었다고 말했고,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그와 함께 용산역 역무실에 다녀왔다. 물품에는 철도안전법 제48조가 적혀 있었다.

 

다행히 짐은 폐기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의 물품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 홈리스의 생필품과 귀중품을 쓰레기라고 가져가서 폐기해 버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공무원들 눈에는 버려진 상자와 가방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건 엄연한 집이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들이다. 

 

지난달 서울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역 인근의 텐트를 철거하면서 그 안의 물품들도 폐기한 것이다. 이때는 심지어 홈리스를 지원해야 하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까지 파출소와 한국철도공사에 합세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텐트 철거 이야기를 가장 처음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이었다. 

 

그들이 치운 것, 청소한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홈리스의 집이고 삶이다. 공무원들은 법과 행정의 이름으로 삶을 청소한다. 누군가의 삶을 쓰레기 취급하여 갖다 버리는 게 어떻게 ‘공공’의 일일 수 있나? 

 

“폐기 말고 대안을”

미국의 홈리스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에는 보건, 사회복지 전문가부터 홈리스 당사자들까지 함께 모인 단체 ‘폐기 말고 대안을(Solutions Not Sweeps)’이 있다. 이들은 빈곤, 그리고 빈곤하기 때문에 처하는 온갖 상황들을 범죄로 규정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문제는 적정 주거의 부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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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홈리스운동 연대체 ‘폐기 말고 대안을’(Solutions Not Sweeps)의 엠블럼

 

이들은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에게 아주 구체적인 요구들을 하고 있다. ‘폐기 말고 대안을’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크게 다음의 네 가지다. 

 

① 홈리스의 개인 소유물에 대한 불법적인 압수 및 폐기 조치를 중단하라

② 민원 대응, 법집행 기관 주도의 대응이 아닌 홈리스의 필요 충족을 목적으로 삼는 근거기반의 접근*을 취하라

③ 청소를 거리홈리스를 괴롭히기 위한 구실로 삼지 말라. 거리홈리스의 거처에 대한 청소는 생산적이고 계획적이며 규칙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④  주거로 사용되는 차량의 견인을 중단하라.

 

*근거기반접근Evidence-Based Approach : 특정 조치를 취할 때, 주관적 판단이 아닌 과학적 조사연구를 통해 얻어진 ‘근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 보건의료, 사회복지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 접근법이다.

 

이처럼 이들의 요구안은 우리가 국가와 지자체에 보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구체적인 대안들

위의 네 가지 요구안 중에서도 첫 번째와 세 번째는 물품 폐기와 직접 관련된다. 이 두 가지와 관련하여 ‘폐기 말고 대안을’은 더욱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한다. 이들은 모든 도시 기관이 홈리스의 재산에 대해서도 기존의 재산 정책을 따라야 하고, 홈리스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도시를 개선하는 정책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지역사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처럼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불법 노숙과 같은 법 위반의 ‘증거’로 개인의 소지품을 몰수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나서서 홈리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미국에서도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거리 청소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홈리스 개인의 생활을 고려하여 홈리스와 대중 모두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고, 미리미리 정기적인 청소를 안내할 뿐 아니라 어디부터 어디까지 정리해야 하는지도 다양한 언어와 지도로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히 이들은 공공에 위협이 되는 위험물에 대한 긴급청소를 홈리스를 쫓아내는 구실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거리 청소로 피해를 입은 홈리스가 소지품을 옮길 시간을 따로 줘야 하며, 청소 과정에서 소지품이 몰수되거나 처분될 위험 없이 청소하는 동안 소지품을 맡길 공간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홈리스의 텐트, 주거지 또한 소지품이 위험해서 파괴해도 된다고 여긴다면, 이를 꼭 사진으로 찍어서 문서화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홈리스의 관점에서

거리 홈리스들에 대한 폭력은 자주 공공, 안전과 같은 그럴싸하고 좋은 명분으로 행해진다. 그리고 그런 폭력은 경찰, 구청 직원, 역무원처럼 무언가를 ‘집행’해서 빼앗을 수 있는 사람들의 얼굴로 다가온다. 물품을 되찾는 건 운에 맡겨야 한다. 

 

그런 제도들, 법들에 기대어 거리의 삶을 맘대로 쓰레기로 판단하고 폐기하는 폭력을 멈춰라. 폐기되어야 할 것은 홈리스의 짐이 아니라 공공의 무책임한 폭력이다. 우리는 거리의 삶에서 출발하여 제도들을 바꿔야 한다. 홈리스의 관점에서 홈리스의 삶을 보라. 이 당연한 말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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