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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 홈리스의 코로나19 확진과 격리 이야기, 첫 번째]

 

쾌적하고 안전하며 답답하고 숨 막히는

로즈마리 님과 할아버지 님의 코로나 19 확진과 격리의 경험

 

<최여름ㆍ안희제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편집자 주 : 홈리스뉴스 편집부는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가 생존한 홈리스들을 만났다. 홈리스 당사자의 관점으로, 각기 다른 상황에서 경험한 통증과 격리,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되짚으며 코로나19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난 21일과 22일, 코로나19 생존 홈리스 두 사람을 만났다. 유아차에 짐을 담아 움직이며, 주로 거리나 지인들의 거처에서 지내는 로즈마리 님, 고시원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님은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던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신과 증상

 

“자기 혼자 지낸 게 무서웠다고 하더라고. 겁났다고. 그래서 내가 그런 말을 들으니까 겁나더라고. 나도 혼잔데 아프다 그러면 누가 뭐 쳐다봐줄 사람도 하나 없는데, 대신해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많이 재고 물어보고, 이게 한두 번이 아닌 거예요. 사람들이 맞지 말라고, 나 너무 힘들었다고 그러니까, 안 그런 사람은 아닌 건데 그런 사람은 계속해서 아픈가 보더라고. 후유증에…” (로즈마리)

 

로즈마리 님이 백신을 맞지 않은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백신 부작용과 후유증 때문이었다. ‘뇌수술했으면 뇌가 아프고, 유방암 수술한 사람은 유방이 아프다’처럼, 주변 아픈 사람들의 사례가 로즈마리 님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특히 그는 자기 딸이 두 번째 백신을 맞은 뒤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아주 겁나서 혼났다’라는 데 집중했다. 가까운 이가 겪은 부작용은 그에게 더욱 크게 다가갔고, 그는 백신을 맞지 않은 채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목이 좀 불편해서 검사했더니 양성이래요. 근데 증세가 없고, 하룻밤 자고 나니까 더 안 아팠던 것 같아요.” (로즈마리)

 

하지만 그는 검사를 괜히 했다고 생각하게 될 만큼 증상이 거의 없었다. 로즈마리 님은 차라리 감기약이나 타 먹을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목이 조금 아픈 것이 유일한 증상이었는데, 그는 평소에도 자주 목이 아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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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 회원이자 거리홈리스 당사자인 로즈마리(별칭) <사진=홈리스뉴스 편집부>

 

“몸 간지럽고, 기침 나고, 배도 아프고. 열나서 (검사했더니) 코로나인 거지. 그래서 병원에 일주일 동안 갇혀 있었어. 일주일 동안 간호사가 와서 (약을) 집어다가 (입에) 넣어주면서 꿀떡 넘기라고 하데. 당뇨약 계속 갖다주고. 한 5일 만에 아팠다가 깨어났어. 걸어서 다니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 갔지. 정신없고 막 어지럽고 그러니까 그냥 침대에 있었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님은 “백신 맞으면 죽을까 봐” 무서워서 백신을 맞지 않았다. 로즈마리 님과 달리 그는 증상이 심해서 5일 동안은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약뿐 아니라 기저질환인 당뇨 관련 약도 주었다. 

 

로즈마리 님도 생활치료보호시설에서 약을 지원받아서 먹었다. 시설에는 상황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증상에 대비하기 위해 약이 마련되어 있었다. 로즈마리 님은 그것이 아마 처음 도시락을 받을 때 함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 이전에 허리를 다친 상태였는데, 격리 중에 허리 통증이 생겨서 이를 이야기하니 미리 제공된 약 중에서 먹을 것을 알려주었다. 로즈마리 님의 허리 통증은 약을 먹은 뒤 가라앉았다. 

 

 

불신과 쾌적함

 

“차가 와서 이제 타고 스카이 호텔에 갔었죠. 호텔은 뭐 14층이 되니까 근사하고 좋죠. 밥맛도 잘 있고, 괜히 검사했다 생각했었는데 하여튼 거기 오니까 좋고.” (로즈마리)

 

로즈마리 님은 코로나19 확진 이후 거리에 있다가 보건소의 전화를 받고, 보건소가 보낸 차를 타고 생활치료보호시설로 지정된 호텔로 이동했다. 차에서는 그에게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일단 그를 호텔로 이동시켰는데, 이는 다른 홈리스들에게도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 그가 지내는 아랫마을에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된 할아버지 님은 이송 과정에 별다른 불만을 보이지 않았지만, 로즈마리 님은 이송 과정에서 느낀 당혹감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 또한 다른 홈리스들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을 따라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미덥지 않은 이들을 우선 따라가야 하는 마음이란 어떤 마음일까. 

 

“몇 명 불편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이상하게 자기는 걸린 것 같지도 않은데 양성이라고, 그거 무슨 성과 올리려고 하는 건 아닌가, 그런 얘기도 남을 통해서 들었는데, 나도 이상하다 했죠. 의사가 오진하지는 않았나, 두 사람이 검사해서 바뀐 게 아닌가 했어요.” (로즈마리)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시설이나 병원으로 이동시키거나, 양성이라고 설명 듣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불신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증상이 없는데 병이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직감적인 불신이었고, 이는 평소 이들이 갖고 있던 공무원에 대한 불신과 연결되기도 했다. 

 

“무거운 거 안 들고 다니고 밥 먹고 하니까 너무 좋더라고. 아유 맨날 어디 가서 먹나 걱정하고, 짐 끌고 다니고 했는데, 너무너무 홀가분하고 좋더라고요, 그 안에 있으니까.” (로즈마리)

 

그럼에도 막상 도착한 호텔은 ‘근사하고 좋았다.’ 로즈마리 님의 경우, 4성급 호텔이라 시설도 깨끗하고, 밥과 약 등 필요한 물품들도 충분히 제공되었다. 평소 거리에서 생활하며 힘들었던 점도 여기서는 해결된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거리에서는 물을 끓이기가 힘들어서 물을 별로 안 마셨는데, 호텔에서는 전기포트로 물을 끓일 수 있어서 물도 더 많이 마셨다. 할아버지 님 또한 병원에서 일주일 내내 식사는 충분히 잘했다고 말했다. 

 

어딜 가나 짐을 끌고 다녀야 하는 로즈마리 님은 호텔에서 지내며 편했다고 했다. 여기서는 남성 홈리스들의 텃세에 지원 물품을 못 받는 일도 없었다. 에어컨도 시원했고,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었다. 쪽방 등에서 격리하는 사람들은 화장실 쓰기도 어려운데, 자기 경험은 비교적 굉장히 편했다는 게 로즈마리 님이 격리 중 느낀 바였다.

 

 

나갈 수 없다는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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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할아버지(별칭)의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일주일 동안 뭐 어떻게 보면 깜빵 생활같이 생활한 거지. 답답하죠. 나는 폐소공포증 뭐 그런 거, 공황장애 같은 거 있어서 마트에 갔다가도 어떤 때는 갑자기 옥죄는 느낌이 들고, 갑자기 막 답답해서 그냥 숨 끊어진 것 같아서 바깥으로 나가면 괜찮더라고. 차 타다가도 그럴 때도 있고. 그러면 차에서 내리면 낫고 그랬는데, 많이 나은 거예요. 요새는 잘 안 그러더라고요. 어디 좁은 데 있으면 막 갑갑해서 딴 데로 나가야 되더라고요. 요새는 많이 그렇지 않아.” (로즈마리)

 

이처럼 호텔에서 격리한 경험이 긍정적으로 남아 있는 로즈마리 님에게도 격리는 “깜빵 생활” 같은 것이었다. 방송에서 밥을 가져가라고 할 때만 잠깐 문을 열 수 있었고, 창문이 열려서 밖을 볼 순 있었지만 나갈 수는 없었다. 

 

그는 원래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좁은 공간에 오래 있길 힘들어한다. 때로는 ‘누가 목을 조르는 것같이’ 힘들기도 하지만, 다행히 이번 코로나19 격리 중에는 상태가 조금 나아서 공황 증상이 오지는 않았지만, 답답함은 여전했다. 

 

“(병원보다) 고시원에서 지내는 게 낫지. 마음대로 밥 먹거나 나갈 수 있고 좋지. 병원은 밥이랑 약 가져다주고 바깥에서 문 걸어 잠그고 나가지 못하게 해. 담배도 못 피우게 해. 담배도 (간호사가) 뺏어가고 나갈 때 줘. (제일 답답한 거는) 밥 먹고 나면 문 걸어 잠가버리는 거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님은 병원에서 식사도 잘하고, 약도 잘 나왔음에도 고시원에서 지내는 게 낫다고 밝혔다. 담배도 못 피우고, 외출도 못 하는 상황이 그에게는 가장 큰 불만이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필요한 것이 제공되더라도 자유롭지 못한 생활은 그에게 큰 답답함이었다.

 

 

방 안에서 이루어지는 감시

 

“24시간을 이따만 한 CCTV가 달려서 호텔에서 다 내려다보는 거예요. 방 안에 이렇게 커다란 게 있어서, 밥 먹고 들어오면 뭐 전화가 와가지고 ‘누우셨네요.’” (로즈마리)

 

로즈마리 님에게 답답함을 안겨준 가장 큰 요인은 감시였다. 외출이 힘든 것도 그렇지만, 방 안에 커다란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격리 기간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야 했다. 옷을 갈아입으려면 화장실로 들어가야 했다.

 

“원래부터 약은 아주 넌덜머리가 나서 안 먹는 사람인데, 약을 세 알을 먹으래요. 아침 여덟 시에 세 알을 먹으라고 전화가 와요. 30분 있다가 괜찮냐, 어지럽지 않냐고 또 물어보고 전화가 오고, 체온을 재라고 하고, 산소 포화도랑 혈압도 재라고 하고. 얘가 보고 있으면 안 먹을 수가 있나. 그래서 꼼짝없이 하는 대로 다 먹었죠.” (로즈마리)

 

로즈마리 님은 젊은 시절에 겪은 질병으로 인해 약을 많이 먹었고, 이 때문에 약 먹기를 매우 꺼린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방 안에 CCTV가 있고, 계속 전화하며 감시를 하므로, 증상이 없어도 약을 안 먹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는 코로나19 확진자였기에 약을 먹어야 했지만, 문제는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당사자의 증세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방 안의 CCTV와 전화기로 감시가 이루어지는 형태로 투약이 요구되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로즈마리 님과 할아버지 님 모두 코로나19 완치 후 후유증은 없었다. 하지만 격리 기간의 답답함은 여전히 이들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 듯했다. 호텔과 병원 모두 식사나 잠을 해결할 수 있었고, 약도 필요한 만큼 제공되었지만, 24시간 동안 감시받으며 외출도 편히 할 수 없는 상황은 쾌적하고 안전하면서도 답답하고 숨 막히는 격리의 경험이라고 전한다. 그렇다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격리의 경험은 어땠을까. 다음에는 호텔과 병원이 아닌 곳에서의 격리 경험을 담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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