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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민간이 가로채고 개인이 메우는 의료공백, 정부와 지자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재택치료 불가능한 홈리스 확진자, 취약거처에 그대로 방치…대책 마련 시급 

 

<주장욱 / 홈리스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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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홈리스 등 취약계층 코로나19 대응 방안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비마이너 제공>

 

지난 7월 29일, 고시원 거주자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A씨가 갈 수 있는 곳이 서울 시내에 단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화장실과 부엌 등의 공간을 여럿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조인 고시원은 감염에 취약한 주거 환경에 속한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확진환자가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격리 기간 동안 한 평 남짓한 방 안에서 대소변을 참으며 밥을 굶어야만 한다.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도록 공용 공간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당 거주자가 고시원 내 집단감염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조건에도 고시원은 A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그간 A씨와 같이 확진 판정을 받은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활치료센터를 비롯한 임시생활시설을 운영해왔지만, A씨는 이들조차 이용할 수 없었다. 정부가 지난 6월 1일부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치료센터의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거리나 쪽방, 고시원 등지에서 생활하는 주거취약계층이 생활치료센터로 제때 이송되지 못한 사례는 그동안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정부가 정한 생활치료센터 우선 입소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확진된 뒤 방 안에 그대로 방치된 채 홀로 코로나19를 견뎠거나, 공용공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거소의 특성 때문에 집단감염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A씨의 경우는 이전의 사례들과 달랐다. 생활치료센터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주거 환경에 대한 대안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관할 보건소는 A씨가 고시원에도, 생활치료센터에도 갈 수 없다며 민간 숙박 시설을 중개해주는 플랫폼을 이용해 ‘자가’ 격리할 것을 권했다. 공적 지원은 없었다. 공공이 개입한 흔적이라고는 해당 숙박 플랫폼의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보건소가 추천하는 합법 자가격리 숙소”라는 공허한 말 한 마디가 전부였다. A씨는 결국 하룻밤에 7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확진자 숙박 가능” 숙소에 몸을 뉘일 수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가 받는 한 달 치 생계급여를 모두 숙박비에 쏟아 부어야만 겨우 재택치료 기간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정부는 생활치료센터의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발생할 ‘공백’ 상태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4월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생활치료센터의 빈자리를 메꿀 예비시설을 지자체별로 1곳 이상 지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홈리스 확진자가 갈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고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홈리스행동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9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유관 부서와의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A씨는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아 7일간의 격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만약 A씨가 사적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 A씨는 과연 어디로 가야 했을까. A씨가 확진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오늘 다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A씨의 처지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거리를 배회하거나, 에어컨 하나 창문 하나 없이 열기로 가득한 고시원 방 안에서 다시 바깥으로 나갈 날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기억할 것은 단 한 가지이다. 거리와 쪽방, 고시원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 그리고 이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안전하게 지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쉽게 말할 수도 없다.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홈리스 확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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