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인터뷰 - 주민이 직접 말하는 동행식당 이야기 ‘돈의동’편]

 

“쪽방 사람은 앉는 자리가 따로 있더라니까” 

돈의동 동행식당, 차별이 아닌 존엄한 한 끼를 

 

<최여름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20220712_105638.jpg

쪽방지역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쪽방지역 주민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람이 김선희 대표이다. <사진=홈리스행동>

 

지난 7월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쪽방촌 생활환경 개선 등의 지원 방안 일부로 동행식당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7월 초, 돈의동 쪽방상담소는 10개의 식당을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식당 측의 신청 부족으로 7개의 음식점만 동행식당으로 선정하게 됐다.

 

동행식당은 ‘서울특별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조례’ 제 8조에 의해 쪽방 상담소에서 등록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1일 1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쉽게 말해 쪽방 주민들은 지정된 식당에 가면 하루에 8,000원 상당의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쪽방촌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방에서 취사하면 환기가 되지 않아 수증기가 집안을 가득 메우는데, 주민들에게 여름철 밥 짓기는 고된 노동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혹은 돈이 없거나 무료 급식소가 닫히면 자연스레 끼니를 거르게 된다. 동행식당이 잘 시행된다면, 주민들이 굶지 않고 최소 하루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볼 만하다.

 

돈의동 쪽방 근처 음식점이 받은 ‘쪽방주민 동행식당 모집 안내문’에는 일반 주민과 쪽방주민을 시간, 좌석, 음식 등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쪽방상담소에서 배포한 ‘동행식당 운영 주민 안내문’에는 이와 상반되는 당부 사항이 쓰여 있다. 원활한 식당 이용을 위해 음주 후 이용을 자제하거나, 개인 청결을 신경 쓰라는 내용이다. ‘일반주민’은 음주 후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쪽방주민’은 당연히 음주 후 사고를 낼 거란 고정관념 때문에 음주가 제한됐다. 안내문에서 청결을 굳이 콕 집은 것은 ‘쪽방주민’은 청결하지 않다는 편견에 기반한 차별적인 당부였다.

 

실제로 동행식당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지난 17일, 돈의동 쪽방촌에서 돈의동주민협동회 김선희 대표와 최봉명 간사를 만나 동행식당의 운영 실태를 들어 봤다.

 

“우리는 일반사람이 아니야?”

“(쪽방 주민이 사용하는) 식당을 선택할 때도 쪽방상담소라든지 몇몇 기관들에 의해서만 진행됐어요. 이런 부분에서 주민들이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어요.” (최봉명)

 

동행식당 선정 시 주민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최봉명 간사는 쪽방상담소나 서울시 공무원 일부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골랐다고 전했다. 주민이 이용하는 식당이라면 선정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들어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일반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쪽방 사람이라고, 식권 가져왔다고 그런 대접을 받는 거야. 쪽방주민이라고 인격을 안 갖췄나? 다 갖췄지. 사람인데. 어떤 데는 가면 자리가 정해져 있어. 동행식당이라 해놓고 들어가면 쪽방 사람 앉는 자리, 일반 사람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니까.” (김선희)

 

최 간사는 식당 주인이 ‘쪽방상담소’나 ‘서울시 공무원’ 눈치만 봐도 ‘장사’가 가능하니, ‘주민’을 고객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도구’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돈이 되니까 ‘마지못해’ 식당에서 주민을 손님으로 받고, 주민은 멸시를 참고 이용해야 했다. 동행식당은 주민에게 받은 식권을 상담소에 제출하여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쪽방촌 주민도 사실상 똑같이 현금을 내고 밥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식권 사용은 ‘일반사람’과 ‘쪽방주민’을 구별하는 낙인효과를 가져오며 쪽방주민의 좌석을 분리하는 등 차별적인 대우의 기반이 됐다.

 

“(남이 먹고 난 그릇을) 뽀득뽀득 씻는 게 아니고 안에만 싹 닦아서 밥을 떠주는 광경들. 또, 음식을 시켰는데 (내가) 주문한 것이 안 오고, 다른 주문이 온 거야.” (김선희)

 

식당의 기본적인 위생이 지켜지지 않거나 음식이 잘못 나왔지만 바꿔주지 않은 일도 있었다. 식당에서 위생을 관리하거나 잘못된 주문을 바꿔주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동행식당의 고객이 쪽방 주민이어서는 아니었을까? 동행식당 사업이 시작되고 약 2주가 지나서 이런 일들이 발생했으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식권을 찢어’ 버리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식당을 안 간다’고 하는 게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선심 쓰는 밥이 아닌 존엄한 밥을

“저는 관점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선심 쓰는 사람이야.’ 식의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베풀 듯이 하는 관점이거든요. 주민들한테는 아무런 권리가 없어요. 권리가 주민한테 오게끔 해야죠.” (최봉명)

 

최 간사는 동행식당 사업의 시혜적인 관점을 꼬집었다. 시혜적인 관점은 당사자의 권리 보장이 아닌 차별 강화라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좋은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정작 안내문에는 차별적인 당부 사항을 넣은 것처럼 말이다.

 

“지난번에 여기에 대해서 평가를 해보자고 했는데 주민 중에 한 분이 “이러다 이 사업 없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래?”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제도화되고 안정화돼야지 주민들이 편안하고 당당하게 이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최봉명)

 

주민들은 동행식당에서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부당하다 느끼면서도, 그나마 든든한 밥,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는 동행 식당이 사라질까 불안해하기도 했다. 화가 나지만 동행식당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 앞에서 서울시는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까. 

 

‘약자와의 동행’ 슬로건과 함께 시작된 동행식당. ‘일반사람’과 ‘쪽방주민’을 구별하고 관리하는 지시사항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동행이 아니라 통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약자와의 동행’은 시혜가 아닌 존중과 함께하는 동행이 아닐까.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