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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기준중위소득, 인상이라는 이름의 삭감 

2023년 기준중위소득 207만원, 2022년 대비 5.47% 인상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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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전문가들의 탁상행정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76개 사회보장제도의 대상 선정 기준이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기준중위소득의 75% 이하, 한부모복지급여는 60% 이하를 지원 대상으로 하며 차상위계층의 선정기준은 기준중위소득의 50% 이하다. 생계급여 수급자들은 소득에 따라 기준중위소득의 최대 30%까지 급여로 보장받는다. 기준중위소득은 한국 사회안전망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논의되지 않는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는 매년 8월 1일까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해서 발표한다. 중생보위에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장관과 정부부처 차관들, 정부산하기관 연구원들 그리고 민간위원들까지 총 16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민간위원들은 교수, 의사, 변호사들이어서 수급자나 복지제도가 필요한 이들을 대변할 사람이 없다. 회의 자료와 속기록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역대 최대 인상률이라는 정부, 하지만...

기준중위소득에서 ‘중위소득’이란 전 국민을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을 의미한다. 여기에 ‘기준’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할 때 통계청에서 2~3년 전에 발표한 소득통계자료를 사용하므로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수치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중위소득은 2022년 대비 5.47% 인상됐다. 이에 따라서 2023년 1인 가구의 기준중위소득은 207만원, 생계급여 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급여보장수준은 62만3천원으로 올해보다 약 4만원이 오를 예정이다.

 

정부는 이것이 역대 최대 인상률이라고 홍보했지만 통계청에서 발표한 최근 소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211만원이다. 2023년 기준중위소득은 207만원으로, 3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오히려 4만원이 줄었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기준중위소득 결정은 수급비의 감소, 나아가 복지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를 빈곤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105만원의 소득이 있는 1인 가구는 2020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빈곤층이지만 2023년 결정된 기준중위소득에 따르면 빈곤층이 아니다.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다.

 

현실적인 기준중위소득 결정돼야

최근 급등한 물가를 고려하면, 기준중위소득 인상률 5.47%는 실제 생계급여 수급비의 삭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산자물가지수가 20개월 연속으로 상승했고 지난 7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2%나 올랐다. 직장인들조차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게 만드는 살인적인 고물가 속에,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수급비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물가 급등 때문인지 이번 기준중위소득 논의에 언론의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언론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발언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어려운 상황에 대한 증언으로만 소비됐다. 모든 문제의 답은 그 문제 안에 있다. 기준중위소득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일에서 가장 고려되어야 할 것은 현재 복지제도를 이용하고, 복지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의 삶이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적 발언 기회와 제도 개선에 의견을 개진할 마이크를 빼앗겼다. 당사자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도 터무니없이 낮은 기준중위소득 결정을 가능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매년 6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논의하는 중생보위가 열리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회의장에 쫓아가 현실에 적합한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올해에도 인상률의 현실화는 실패했지만 좌절보단 분노로, 현실화를 앞당기기 위한 싸움의 준비를 함께해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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