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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발언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돼야 합니다”

 

<이수재 / 기초생활수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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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기고자 이수재씨(사진 오른쪽) <사진=빈곤사회연대> 

 

저는 젊어서 이삿짐 나르는 일을 했습니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이 벌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삿짐센터에서 점점 부르는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2008년경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나가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배운 게 없고 기술이 없어 다른 일은 못 했습니다. 일을 기다리면서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다 썼고, 당시 미등록 장애인이었던 아내와 함께 무료급식소나 간식을 주는 곳을 찾아다니며 끼니를 때웠습니다. 그렇게 2년여를 지냈습니다. 

 

2013년부터 아내는 공공근로를 했습니다. 2년 뒤 아내가 지적장애(2급) 판정을 받게 되면서 장애연금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시기부터 허리 통증과 두통에 시달리며 이삿짐 일을 나가지 못했고, 공공근로를 다니는 아내를 따라 다니면서 일을 도왔습니다. 공공근로를 나가는 동안은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공공근로는 2년 일하면 1년을 쉬어야 합니다. 쉬는 기간은 실업급여와 장애연금으로만 생계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3~4개월의 실업급여마저 끝나면 30만원 가량의 장애연금으로만 8개월 이상을 살아야 했습니다. 

 

결국 모아 놓은 돈을 다 쓰게 됐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 동네 주민센터에서 첫 수급 신청을 했습니다. 수급 신청을 하면서 아내가 장모님이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했더니, 담당공무원은 장모님의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받기 위해 통화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장모님의 재산과 소득이 높아서 우리 부부는 수급 신청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다시 예전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공공근로를 하지 못하는 해엔 월 30만원의 돈(장애연금)으로 8개월을 버텨야 했습니다. 정말 막막했지만 방법은 없었습니다. 2017년 6월, 일을 쉬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다시 수급 신청을 했지만, 부양의무자 재산과 소득 기준 때문에 두 번째 탈락했습니다. 2년 주기로 빈곤이 찾아왔습니다. 2019년도는 탈락할 것 같아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가 돈이 없다고 장모님이나 오빠들이 돈을 보내주지는 않습니다. 

 

작년 상반기 공공근로가 끝나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180일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청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6개월 이상을 버틸 자신이 없어서 결국, 다시 수급 신청을 하게 되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생계와 주거급여만 선정이 되었습니다. 한시름 놓긴 했지만,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기준에 가로막혔습니다. 현재 건강보험료는 한 달에 만천원을 내고 있습니다. 정말 아플 때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허리와 두통, 안과, 팔이 아파서 엑스레이 찍어보고 싶은데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병원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매월 20일이 되면 병원에 가야지 다짐만 합니다. 

 

장모님의 재산이나 소득이 많다고 우리 집이 소득과 재산이 많은 게 아닙니다. 우리 부부의 생활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가끔 안부만 묻는 사이입니다. 장모님 재산과 소득 때문에 의료급여를 못 받으니 돈을 내놔라고 해야 합니까? 장모님을 미워해야 합니까? 장모님에게 저희의 빈곤까지 책임지게 만드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하루빨리 폐지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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