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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 주민이 직접 말하는 동행식당 이야기 ‘동자동’편]

 

애증의 밥, 애증의 동행식당

동자동에서 동행식당의 문제와 더 나은 밥의 필요성을 듣다

 

<안희제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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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의 한 식당에 붙어 있는 동행식당 표지판 <사진=홈리스뉴스 편집부>

 

‘동행’할 식당이 부족하다

“근데 식당이 여덟 군데요. 그중에서도 내 입에 맞는 집은 딱 한 군데밖에 없어. […] 우리는 1300명 사는데 8군데요. 이게 형편이 안 맞는 거 아니야. 인구 비례로 하면 여기는 30군데는 지정해야 해.” (김영국)

 

김영국 씨는 주민이 200명도 안 되는 양동은 동행식당이 10군데가 지정되었는데, 정작 주민이 훨씬 많은 동자동에는 동행식당이 8군데만 지정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단지 음식에 대한 선택지의 문제를 넘어, 식당에서 쪽방주민들이 받는 대우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다 돈 내고 먹지, 그냥 먹는 사람 아니다. 귀한 손님이다, 내가 얘기했다니까요.” (백관헌)

 

기본적으로 식당의 수가 적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는데, 어쨌든 식사는 해야 하니까 주민들은 식권을 사용하러 식당에 간다. 하지만 식권을 쓰는 사람을 ‘무료로 먹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손님 대우를 하지 않는 식당들이 존재한다. 주민 박종근 씨는 “그 밥이 그 밥”이라며 아예 식권을 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는데, 여기에는 이러한 식사의 질이나 식당의 태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김정호 씨는 이러한 상황이 주민들에 대한 식당의 태도로도 연결된다고 말한다. 특히 “고기 깨나 굽는 식당”들에서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돈의동 쪽방상담소에서 동행식당을 모집할 때 쪽방주민을 기피하거나 차별하는 식당은 배제할 수 있다고 쓴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아예 처음부터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식권을 찢어버리는 주민들도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일 테다. 

 

“쪽방상담소에서 임의적으로 거의 하는 거지만, 이제 주민들 몇 분한테 ‘어느 식당을 동행식당으로 지정했으면 좋겠냐’ 이런 건 이제 형식적으로 물어보는 거는 있더라고요. 근데 자기네들 입맛에 안 맞으면 동행식당으로 안 지정해요.” (김정호) 

 

게다가 동행식당의 지정은 전적으로 상담소의 권한으로, 주민들은 식당이 어떤 기준으로 지정되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동행식당은 수가 적고, 그래서 선택권이 없고, 어쩔 수 없이 쪽방주민을 차별하는 식당에 가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당에 억지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름은 동행식당이지만, 정말 쪽방주민들과 ‘동행’하는 식당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식사

“여기 사람들 외롭고 마음에 상처 입었는데, 식당에서 말이라도 ‘어머, 오셨어요’ 해주면 손님 대접 받는 것 같잖아. 맛이 없고 비싸더라도 그런 데를 가지.” (백관헌)

 

주민들에게 식사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의 문제였다. 네 사람은 모두 쪽방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에 지쳐 있었고, 분노하고 있었다. 식권을 들고 식당에 가는 주민도 정당하게 손님으로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때 ‘손님’이란 단지 돈을 쓰는 소비자를 넘어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여기 동네 사람들은요, 밥 한 끼가 생명이에요.” (김영국)

 

김영국 씨는 쪽방에서 밥을 해먹는 것이 어려운 실정을 이야기하며, 밥 한 끼라도 바깥에서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했다. 밖에서 먹는 한 끼를 ‘생명’이라고 그가 표현한 것은 식사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같은 사람’이 되는 것뿐 아니라 ‘괜찮은 밥’을 먹는 일 자체가 자기 자신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식당 동행하는 건 절실히 필요해요, 우리 없는 사람들은. 맛이 좀 떨어지고 질이 좀 어떻다 해도 먹어야 해. […] 우리 식권이 꼭 필요해.” (김정호)

 

김정호 씨는 동행식당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식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통비, 통신비 등을 내고 나면 수급비가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 하루 8천원은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행식당에 대한 동자동 주민들의 이야기는 ‘더 나은 밥’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었다. 밥은 필요하지만 지금보다는 나은 모습이어야 한다. 서울시는 이런 의견을 “고루고루 참작”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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