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또다시 발생한 공공기관의 노숙물품 무단폐기 

법과 절차 지키지 않은 채 진행…절차 위반 지적에도 관계기관은 “책임없다” 일관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20220707_101556.jpg

▲7월 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물품 무단 폐기한 한국철도공사 등 공권력 규탄 기자회견’에서 용산 텐트촌 이창복씨가 발언을 하는 모습. 이씨는 텐트촌 화재를 빌미로 노숙물품을 폐기조치한 경찰과 철도공사 등을 비판하면서, 주거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홈리스행동>

 

지난달 7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노숙용 텐트와 물품이 수거‧폐기처분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조치는 서울역파출소, 한국철도공사 서울역, 중구청,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등 4개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폐기처분 과정에서  물품 분실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서울역 홈리스들의 노숙물품을 수거‧폐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5월 서울역 광장 내 노숙물품 폐기처분 건을 시작으로 2021년 7월(서울역 3번출구)과 10월(서울역 우체국지하도 인근), 2022년 2월(서울역 광장) 등 코로나 시기에만 이미 수차례에 걸쳐 노숙물품을 쓸어가는 대규모 정비행정이 이뤄졌다.

 

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무단폐기

행정기관이 무단적치물을 처리ㆍ폐기하거나 불법건축물을 철거할 때는 <행정대집행법>이 정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홈리스의 물품에 대한 정비 역시 필요하다면 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행정대집행법>은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 “상당한 이행기간을 정하여”, “대집행을 한다는 뜻을 미리 문서로써 계고”한 후 대집행을 진행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강제력을 동원하는 행정이기에, 잘못된 집행으로 회복 불가능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 일을 막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노숙물품에 대한 폐기처분은 이 절차를 따르지 않고 <도로법>상 ‘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제74조)*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이번 정비는 이조차 따르지 않은 일상적인 청소 업무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도로법」에 따르더라도 적치물의 보관이 이뤄졌어야 하나, 수거된 물품 전부가 곧바로 쓰레기 집하장을 거쳐 소각되었기 때문이다. 

 

*<도로법>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는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절차를 따르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 (...)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도로에 있는 적치물 등을 제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러나 이에 따라 노숙물품을 ‘노상 적치물’로 간주하여 수거할 때도, 행정기관은 정해진 절차(도로법 시행령 제75조)에 따라 수거 사실을 공고하고 수거한 적치물을 보관ㆍ관리해야만 한다. 

 

절차위반 지적에 책임 떠넘기는 공공기관

이처럼 서울역 광장에서 벌어진 이번 노숙물품 수거ㆍ폐기조치는 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부당한 행정이었음에도, 이 조치를 감행한 공공기관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는 “다시서기센터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한국철도공사 서울역과 서울역 파출소로부터 철거 후 남은 짐정리에 대한 지원요청을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역파출소는 이번 조치가 “경찰이 주체가 아닌 한국철도공사 서울역의 협조요청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국철도공사는 “중구청, 경찰,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합동”으로 정비를 진행한 것이라면서, 서울역 파출소 노숙인 전담 경위로부터 (노숙)물품 철거에 대한 의견 질의를 받은 이후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점검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서울시는 경찰과 한국철도공사가 이번 노숙물품 수거ㆍ폐기행정을 주도했다고 말하고, 경찰은 한국철도공사가, 한국철도공사는 경찰이 주도했다고 말하며 책임을 소분하고 있다.

 

한편, 경찰과 한국철도공사는 이번 정비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서울역 파출소 측은 이미 3개월 전에 노숙물품 정리를 안내하는 사전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고, 한국철도공사 역시 서울역 파출소에서 철거 동의서를 사전에 수령하고 폐기물품과 보관물품 구분 통지를 하였다는 점을 들며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역 파출소 소속 노숙인 전담 경찰관은 올해부터 홈리스 당사자에게 물품 수거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명부에 서명하도록 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정비 과정에서 이미 물품 분실 등 피해가 발생한데다, 부동의 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임의서류를 들이밀며 동의 서명을 종용한 경찰의 조치를 적합한 행정절차로 간주하긴 어렵다. 

 

“짐이 아닌 ‘집’이 없는 것이 문제”

사회운동단체 홈리스행동은 지난 7일, 공공기관 합동으로 진행된 이번 서울역 노숙물품 폐기처분의 위법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와 당사자들은 “짐이 아니라 집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번 정비사업에 연루된 모든 공공기관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어 홈리스행동은 향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와 대응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936 <홈리스뉴스 104호> 당사자 발언대 - “불평등한 재난, 미봉책은 이제 그만” 파일
홈리스행동
112 2022-10-04
935 <홈리스뉴스 104호> 진단 - ‘이용제한 조치’ 꺼내든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 파일
홈리스행동
167 2022-10-04
934 <홈리스뉴스 104호> 특집 인터뷰 - 홈리스의 코로나19 확진과 격리 이야기, 첫 번째 파일
홈리스행동
558 2022-10-04
933 <홈리스뉴스 104호> 기고 - "우리 모두의 집을 덮치는 기후위기 앞에서" 파일
홈리스행동
108 2022-10-04
932 <홈리스뉴스 104호> 똑똑똑 - 서로를 믿는 조력의 관계가 평등하지 않게 느껴질 때 파일
홈리스행동
104 2022-10-04
931 <홈리스뉴스 104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기후를 정의롭게! 주거권을 모두에게!" 파일
홈리스행동
105 2022-10-04
930 <홈리스뉴스 103호> 특집 - 재택치료 불가능한 홈리스 확진자, 취약거처에 그대로 방치…대책 마련 시급 파일
홈리스행동
154 2022-09-07
929 <홈리스뉴스 103호> 특집 인터뷰 Ⅰ - 애증의 밥, 애증의 동행식당 (동행식당 동자동편) 파일
홈리스행동
133 2022-09-07
928 <홈리스뉴스 103호> 특집 인터뷰 Ⅱ - "쪽방 사람은 앉는 자리가 따로 있더라니까" (동행식당 돈의동편) 파일
홈리스행동
350 2022-09-07
927 <홈리스뉴스 103호> 편집위원의 시선 - 낙인과 차별을 겪으며 왜 동행해야 하나? 파일
홈리스행동
156 2022-09-07
926 <홈리스뉴스 103호> 진단 - 기준중위소득, 인상이라는 이름의 삭감 파일
홈리스행동
75 2022-09-07
925 <홈리스뉴스 103호> 반빈곤 반걸음 - 수원 세모녀를 추모하며 파일
홈리스행동
85 2022-09-07
924 <홈리스뉴스 103호> 똑똑똑 - 장마와 퇴거 이후, 사람은 떠나도 감정은 떠나지 못한 자리에서 파일
홈리스행동
106 2022-09-07
923 <홈리스뉴스 103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불평등이 재난이다" 파일
홈리스행동
90 2022-09-07
Selected <홈리스뉴스 102호> 특집 - 또다시 발생한 공공기관의 노숙물품 무단폐기 파일
홈리스행동
141 2022-08-25
921 <홈리스뉴스 102호> 세계의 홈리스 - 홈리스의 짐과 삶에 대한 폐기처분에 맞선 구체적 대안들 파일
홈리스행동
97 2022-08-25
920 <홈리스뉴스 102호> 반빈곤 반걸음 - "약자와의 대화 없는 '약자와의 동행'은 허구다" 파일
홈리스행동
73 2022-08-25
919 <홈리스뉴스 102호> 진단 - 거리홈리스 배제하는 '주소지 기반 사회복지서비스' 파일
홈리스행동
89 2022-08-25
918 <홈리스뉴스 102호> 꼬집는 카메라 - 안내문을 빙자한 경고문 파일
홈리스행동
1781 2022-08-25
917 <홈리스뉴스 102호> 당사자 발언대 -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돼야 합니다" 파일
홈리스행동
65 2022-08-25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