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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의 ‘2019 여름축제’ 이야기
<디디 / 산야쟁의단 활동가, 연구자>
여름축제 준비하기
▲ 산야의 한 공원에서 열린 여름축제 <사진출처=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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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1개월 전부터 산야지역에서 일용직 노동자/노숙자 운동에 참여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축제를 준비합니다. 축제는 해가 슬슬 저무는 5시에 시작하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오전 11시에 산야 노동자복지회관에 모입니다.
축제 즈음은 도쿄의 여름 불볕더위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이기 때문에 트럭 가득 자재를 싣는 사람들은 이미 땀투성이가 됩니다. 그늘 한 점 없는 정오의 공원에 음식을 판매할 좌판, 공연을 위한 무대 등 축제공간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기다란 책상들을 공원 한편에 죽 늘어놓고, 나무기둥을 세워 포장마차 노점좌판을 만듭니다.
준비를 돕기 위해 밤중에 알루미늄 수집을 미리하고 와 준 노숙동료(홈리스뉴스 69호 7면), 현장의 일을 쉬고 이리로 와준 일용직 노동동료, 90세에 가까운 나이에 매대 설치에 나서주고 있는 동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키운 야채를 가져다주고, 뜨거운 여름날 기꺼이 자신의 몸과 시간을 내어 공원을 축제의 공간으로 만드는데 참여합니다.
공원 한쪽에는 추도의 제단이 만들어집니다. 거리에서 죽어간 동료들, 운동에 헌신하다 죽어간 동료들의 사진을 늘어놓습니다.
축제가 시작되면
▲ 공원에 마련된 추모 공간 <사진출처=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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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되면 알루미늄캔 교환이 시작됩니다. 산야 여름축제에서는 알루미늄캔을 시가보다 조금 좋은 가격에 매입합니다. 굴욕적이고 모욕적인 국가의 복지제도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동료들을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캔을 음식교환권으로 바꿔가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텅 비어있던 공원이 점점 축제의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와중, 맛있는 냄새가 공기를 채웁니다. 다 같이 밥을 먹기 위한 공동취사가 한창입니다. 200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여름야채가 듬뿍 들어간 돼지고기 된장국밥을 먹고나면, 본격적으로 축제가 시작됩니다.
축제는 건배로 시작됩니다. 소세지구이, 볶음국수, 냉우동, 닭야채 볶음, 맛있는 음식들이 전부 한 그릇에 50엔 (500원). 가장 가난한 사람들도 맘 편히 사 먹을 수 있도록 정한 가격입니다. 부자들만 사 먹을 수 있는 포장마차 따위, 산야의 여름축제에는 필요 없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맥주와 츄하이 등 여러 가지 술을 편의점보다 싸게 팔고 있는 주류판매대입니다. 긴 줄이 늘어섭니다. 알루미늄캔과 바꾼 음식교환권을 들고 와 음식을 사가는 동료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면 트럭을 이용해 만든 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됩니다. 무대 앞에는 오후에 교환한 알루미늄캔이 쌓여있고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노래합니다.
축제의 마무리는 모두가 함께 추는 춤입니다. 이 춤의 동작은 탄광의 노동 동작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추모하며
축제의 개막, 모두 함께 건배하는 자리에서 한 동료가 말했던 추모사를 여기 싣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몸을 내어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산야의 여름 축제를 이어온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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