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누구나 안전한 집에 사는 것이 기후정의

기후위기에 잠긴 우리들의 주거권, 함께 요구하자

 

<이재임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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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진행된 ‘기후정의행진’에서 주거권 보장을 외치며 행진하는 홈리스 당사자와 활동가들 <사진=홈리스행동>

 

지난 9월 24일 3만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서울시청에서 남대문까지 빼곡히 자리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 “이대로는 살 수 없다!”라며 담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이들이었다. 이 행진 대오의 한편에 쪽방 주민, 거리 홈리스, 기초생활수급자가 함께했다. 이들 손에는 “에어컨도 없는 고시원 너무 덥다. 임대주택 기다리느라 목이 빠진다.”, “물가가 너무 올라 밥 먹기가 힘들다. 수급비 대폭 인상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사람들은 먼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곤 한다. 인류가 내뿜는 탄소가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로 이어지니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덜 쓰고, 샴푸를 조금만 짜서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인류로 뭉뚱그려진 면면을 다시 들여다보자. 화석연료로 지구는 계속해서 뜨거워지지만, 여전히 해외여행을 위한 비행기는 뜨고, 누군가는 취미로 자동차를 수집한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더 많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 나오지만, 쪽방이나 고시원, 거리의 홈리스는 그렇게 생산되는 전기를 구경도 하지 못한다. 에어컨은커녕, 뜨거운 날씨를 온몸으로 맞는다. 이렇게 기후위기는 세상의 불평등을 닮았다.

 

어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별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집답지 못한 집에 사는 많은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소위 ‘기후 취약계층’은 폭염과 폭우, 혹한기마다 언론의 조명을 받고는 한다. 반지하나 고시원, 텐트나 비닐하우스처럼 집답지 못한 집에 사는 주거빈곤층, 또 거리에 사는 홈리스가 겪는 피해의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 당국의 대책은 너무나 편협하고 표피적이다.

 

8월 수도권에 집중된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후 서울시와 정부는 반지하를 없애고 또 대규모 개발과 주택 공급을 통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미 심각한 주거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획만을 반복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으로써의 집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긴급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7천억가량 삭감하겠다 발표했다.

 

9월 24일의 행진이 주목한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기후위기의 피해자로 등장하는 이와 해결을 말하는 이의 목소리 크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 기후위기의 해결책으로 둔갑하는 주장들이 결과적으로 어떤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날 행진에 함께한 쪽방 주민, 거리 홈리스를 비롯한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부동산, 주거 불평등 문제를 함께 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친환경 주택을 새로, 더 많이, 더 빠르게 건설하겠다는 주장들이 기후위기의 그럴싸한 해법으로 등장하지만 한국 사회의 시장주의적 부동산 논리를 그대로 답습할 뿐인 이런 해법으로 기후위기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외쳤다. 오래된 주택가를 밀어 없애고, 대규모 토건 사업을 통해 저렴한 주거지가 고가의 아파트 단지로 변해가고, 인구보다 집이 더 많아지지만, 그 집을 소유하지 않거나 비용을 감내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도시 밖으로 밀려나는 불평등을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주거의 날이다. 10월 1일 토요일, 서울역에서는 재난 불평등을 끝내고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들의 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힘은 기후정의를 통해 나올 테다. 집 부자들 배만 불려주는 집을 더 짓겠다고 할 게 아니라,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에서 살 권리를 보장하라는 말이다.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 더 단단한 세입자 권리 등을 요구로 내걸고 행진을 준비 중이다. 9월 24일 뜨거웠던 목소리를 이어가며, 10월 1일에도 우리의 주거권을 함께 외치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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