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홈리스 주거]   

 

홈리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과제

#주거제공 우선 홈리스 정책 실행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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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을 규탄하기 위해 차려진 국회 앞 ‘내놔라공공임대 농성장’ <사진=홈리스행동>

 

코로나19 시기 우리는 노숙인 시설, 쪽방·고시원 내 집단 감염 소식을 여러 차례 접했다. 방역 당국은 이들 거처를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일면적 이해일 뿐이다. 비적정 거처는 감염병 뿐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에 해를 끼치는 환경으로 작용한다.

 

탈출구가 없다

쪽방, 고시원, 여인숙, 재해 우려 지하 주거 등 비적정 거처 거주자들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름에도 드러나듯, 이 제도는 열악한 비적정 거처 거주자들에 대한 구조신호와도 같다. 그러나 입주대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반면, 물량의 증가는 더디다. 올해 4월, 영등포 고시원 화재 참사로 2명이 사망하고, 8월 폭우 참사로 동작구와 관악구 반지하 거처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있었다. 대부분은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이 신속히 제 역할을 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의 내년도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의 매입임대주택 공급계획은 2,000호로 올해 대비 단 1호도 늘지 않았다. 올해 7월, 정부가 국정과제로 “쪽방 등 비정상거처 가구에 대한 이주지원 강화”를 약속하고, 대통령이 폭우 참사 현장을 찾아 지하 주택을 비롯한 취약주거에 대한 근본대책을 주문했지만 말 뿐이었다. 오히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올해 대비 무려 5조 7천억원이나 깎였다. 주거사다리 지원사업 등으로 활용되는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예산 삭감액만도 약 4조원에 달한다. 그러면서 비적정 주거에서 적정 주거로 이동하도록 안내하거나 이사비를 지원하는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 편성했다 자랑한다. 이사 갈 공공임대주택이 없는 마당에 이사비 지원은 무슨 소용인가.

 

소유주들의 겁박에 쪼그라든 정부

정부는 2021년 2월 5일 국내 최대 쪽방밀집지역인 동자동 쪽방을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하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LH공사와 SH공사가 공동시행자가 되어 쪽방 지역에 분양주택과 함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주민들 모두를 재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 이익 극대화를 노린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재산권 침해 프레임으로 해당 사업을 폄훼하고, 민간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정책이 멈춘 사이 쪽방 주민들은 더할 나위 없이 낡아버린 건물에서 강남 고급 아파트보다 높은 단위 면적당 임대료를 내며 건물주들의 부동산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 공공주택사업의 주체인 국토교통부는 소유주 설득 운운하며 구경꾼이 돼 버렸다. 계획대로라면 작년 12월에 사업시행을 위한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이 완료됐어야 하나 지금까지도 아무 계획이 없다. 공동시행자인 신임 LH공사 사장은 최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에 대해 “LH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 LH가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일을 벌이지 않겠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소유주들의 탐욕과 쪽방 주민의 주거권이 맞붙는 전장이건만 정부의 역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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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에 참가한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글귀를 손수레에 붙이고 있다. <사진=홈리스행동>

 

벼랑에는 끝이 없다

민간 개발(도시정비형 재개발)이 주민을 위한 것이었다면 창신동, 양동 쪽방 사람들이 그렇게 쫓겨났을 리 없다. 2019년 400명이었던 양동 쪽방 주민은 2021년 230명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 388명이던 창신동 쪽방 주민도 2021년 235명으로 줄었다. 개발이 착수되기 전 소유주들이 쪽방을 폐쇄하고 아무런 이주대책이나 보상 없이 주민들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소유주 입장에야 쪽방 주민 수가 적을수록 임대주택공급, 주거이전비 보상 같은 이윤 잠식 계기가 줄어드니 좋은 일이다. 소유주들이 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주민들을 사전퇴거 시키는 이유다. 특히, 창신동 쪽방은 최근까지도 이런 퇴거가 계속되고 있다. 정비계획은 쪽방 주민에게 공사 기간 중 임시 주거를 제공하고 임대주택이 완공되면 입주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발에 앞선 소유주들의 사전퇴거 조치에 종로구나 서울시 그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쪽방 주민들은 홈리스들의 마지막 거처인 쪽방에서조차 쫓겨나고 있다.

 

모든 홈리스의 죽음은 집이 없어 생긴 죽음이다. 그렇기에 임대주택이란 주거사다리를 고대하는 이들, 재개발 폭력에 노출된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동료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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