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당사자 발언대1]

 

거꾸로 가는 임대주택 예산, 바로 잡아야 합니다

 

<김종언 / 홈리스행동 회원,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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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복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김종언씨의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저는 지금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에서 15년째 살고 있습니다. 2002년 5월 3일부터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완구를 만드는 사출 공장에 다니다 회사가 문을 닫은 후 부모님 집에 있었는데, 1년쯤 되자 더 견딜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지방에 취직됐다 말하고 그길로 서울역에 나왔습니다. 몇 년 간 거리노숙을 하다 영등포에 있는 쪽방에 가서 살았고, 단체의 소개로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해 2007년 9월 7일에 들어가 현재까지 살고 있습니다. 

 

집이 안정되니 일을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사 가서 2주 정도 지나 일자리를 찾아다녔습니다. 아는 사람이 주민센터에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해서 공원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월급은 80만원이었는데 방세, 전기세, 가스비 이런 것을 내고 살만 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만 일을 시켜줘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길게는 5년, 짧게는 3개월만 시켜주는 그런 자활 일자리를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데 일을 쉬는 달이 생기니 대부업체에 돈을 빌릴 일이 생기고, 또 일을 해 그것을 갚고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거가 안정되니 다시 다른 일을 찾아 나서고 제 기본적인 생활은 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나가게 되면 어쩌나 겁이 납니다. 제가 들어갈 당시 임대주택 최대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6년 밖에 안 됐었습니다. 그러다 저희가 LH공사 앞에 가서 기자회견도 하고 면담도 하고 했었는데 10년으로 바뀌었다 연장이 돼서 이제 20년 동안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4년 정도만 있으면 20년이 차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채무도 못 갚은 상태로 남아있고, 4년 있으면 60대가 되는데 그때 가서 제 스스로 집을 구할 수 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만약 4년 후 임대주택에서 나가게 된다면 또 다시 쪽방, 고시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4년 후에도 나가서 살 지 않아도 되도록, 임대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게 제도를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6년, 10년, 20년 이렇게 기간을 끊어서 살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임대주택이 부족해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홈리스 야학에도 보면 임대주택을 신청해 놓고 언제 되나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입임대를 신청한 고시원 사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LH공사에서 그 지역에 올해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을 신규로 공급한 게 한 집도 없다, 그래서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나가야 집을 줄 수 있는데 아직 공가 나온 게 없다고,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 자신도 얘기할 수 없다고 그랬답니다. 집이 없어서 이렇게 목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부가 임대주택 예산을 깎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국회는 거꾸로 가는 예산을 편성한 정부 계획을 바로 잡아 5조 7000억원 삭감된 것을 원상복구 시키고 빈곤층과 임대 주택에 들어가 사는 분들도 10년, 20년이 아니라 오래오래 집에서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당사자 발언대2]

 

저는 이제 바퀴벌레 없는 곳을 찾아 쪽방을 떠납니다

 

<겨울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

 

▲2022.11.16 집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직접 써온 겨울님의 원고 <사진=빈곤사회연대>

 

 

 

저는 쪽방에 산 지 6년째입니다. 좁은 것도 문제지만 바퀴벌레가 신경을 긁습니다.

몇 년은 그러려니 하고 지냈지만, 이제는 보면 토가 나옵니다. 바퀴벌레는 면역이 안 됩니다. 하루가 지겹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늙고 힘이 없어서 쪽방을 탈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며칠 있으면 쪽방을 나갈까 합니다. 차라리 노숙하겠습니다. 넓은 공간과 바퀴벌레 안 보이는 것만으로도 (노숙 생활이)행복하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쪽방에서는 주민들 70%는 60대 이상입니다. 쪽방을 나가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죽어서 나가는 겁니다. 제가 사는 건물에서도 1년에 (죽어서 나간 이가) 두 명이 됩니다. 어제까지 6명 봤습니다.

라면 하나 끓여 먹으려면 다섯 번을 일어나야 합니다. 집안에 먼지는 다 입으로 들어옵니다. 다들 건강이 안 좋습니다.

죽어 나가는 사람들도 좀 더 사람 사는 공간에서 살기를 바랐을 겁니다.

오늘도 높은 빌딩 사이로 제가 사는 쪽방 건물에 들어갑니다. 낯섭니다. 이상합니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병역을 이행했고, 세금도 냈습니다. 벌금 고지서가 날아오면 어김없이 납부했습니다. 무엇이 다릅니까?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것은 가난한 자들도 산업화에 동참했고, 아니 주역이었습니다.

지금도 힘들고 어려운 일은 가난한 자들이 다 합니다. 지금도 좁은 곳에서 자고 아침에 건설일용직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자들과 국회의원님들은 이들을 외면하고 싶어합니다. 부익부 빈익빈 이런 일들이 정정책이 잘못되어서 된 겁니다.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의 재산공개 할 때 최소 5억이라고 했습니다. 저희들 한테는 딴 세상 같습니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 여러분, 간절히 부탁합니다.

공공임대 예산안 삭감을 복원시켜 주십시오. 같이 산업화에 힘쓴 우리와 같이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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