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인터뷰 - 홈리스의 코로나19 확진과 격리 이야기, 두 번째]

 

운이 좋아도 가렵고 불안한 

코로나 19 생존 홈리스 나경동, 이덕수 인터뷰

 

<최여름ㆍ안희제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편집자 주 : 홈리스뉴스 편집부는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가 생존한 홈리스들을 만났다. 홈리스 당사자의 관점으로, 각기 다른 상황에서 경험한 통증과 격리,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되짚으며 코로나19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난 18일과 19일, 코로나19 생존 홈리스 두 사람을 만났다. 나경동 씨는 7월 29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덕수 씨는 확진자가 한창 많이 발생하던 2021년 겨울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격리했다. 고시원에 사는 두 사람은 원래의 거처에서 자가격리를 할 수 없었고, 각각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야 했다. 

 

확진

“제가 병원 동행을 하고 있었어요. 나경동 씨가 허리 통증이 있어서 국립중앙의료원을 줄곧 다니셨었거든요. 허리 검사받으려고 가서 기다리는데 주변 사람들이 확진되니까 나경동 씨도 위험하겠다, 그래서 인근에 있는 내과에서 검사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양성이 바로 나왔죠.” (주장욱)

 

나경동 씨는 함께 활동하는 이들과 세종특별자치시에 다녀오다가 확진됐다. 차량을 이용해서 서울시와 세종시를 오가는 와중에, 함께 차량에 탄 사람 중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이가 있었고, 나 씨 또한 다른 탑승자들과 함께 이때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평상시에 관리를 안 했더니 (몸에) 이상이 왔는데 못 느꼈죠. 통풍 때문에 다리가 걸어 다니는데 붓더라고요. 자활 선생님한테 다리가 이렇게 부었는데 물파스 사다 주면 안되냐 했더니, 이거는 병원 가야 된다고 해서 병원에 갔거든요. (병원에서) 다리 때문에 간 수치가 높아져서 혈압관리가 필요하대요. 혈관이 막히면 뇌출혈, 뇌경색 심장마비 이런 게 올 수 있다고.” (이덕수)

 

이덕수 씨는 평소 기저 질환이 있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그는 백신을 4차까지 접종하고, 고시원에서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생활할 정도로 방역을 신경 썼다. 하지만 개인적인 노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2021년 말, 감염에 취약한 고시원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면.jpg

▲홈리스행동 회원이자 고시원 거주자인 나경동 씨(왼쪽), 홈리스야학 교사인 주장욱 씨(오른쪽) <사진=홈리스뉴스 편집부>

 

 

이 씨가 고시원에서의 집단 감염으로 확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나 씨는 주기적인 병원 동행 과정에서 확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홈리스야학 교사인 주장욱 씨는 금요일마다 나경동 씨와 병원에 동행하고 있었고, 그때도 함께 병원에서 확진 사실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나 씨는 증상이 거의 없었고, 완치 판정 이후에 후유증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일상이 무사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하룻밤 잘 곳이 없었다

“작년 12월이었는데, 주말에 확진자가 5명 나와서 고시원 원장이 월요일부터 (호텔에) 들어가라 그랬어요. 확진자를 원래 하루 이틀 안에 빼야 하잖아요. 근데 두 사람은 센터로 들어갔는데 세 사람은 고시원에 냅뒀던 모양이에요. 갈 데 없어서, 넣을 데 없어서 그냥 놔둔 거예요.” (이덕수)

 

이 씨는 작년 12월에 살고 있던 고시원에서 확진자가 5명이 나오면서 격리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운 좋게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달리 분류되었다면 고시원에서 격리해야 했다. 고시원은 공동생활이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자가격리가 어려운 환경이다. 

 

고시원은 건물 층마다 최소 15~30개의 2평 남짓한 방들이 밀집해있다. 한 층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몇 명만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해당 층의 모든 사람에게 격리가 가능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고시원은 재택 치료나 자가격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확진자에게 격리 공간이 제공되기는커녕, 생활치료센터 자리가 부족해 고시원에 방치되는 경우도 많았다. 

 

“여관에서 하루 잤어요. 어디 지낼 데가 없어서, 자고 또 오후에 기다렸잖아요. 어디 지낼 데 있나 없나, 근데 없다고 그래서. 나중에 나와서 병원에 갔었죠.” (나경동)

 

나경동 씨와 주장욱 씨는 확진 사실을 확인한 뒤 바로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지 못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중단되었기 때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를 근거로 지난 6월 1일부터 생활치료센터와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을 중단했다. 

 

보건소에서는 대신 ‘위홈’이라는 공유숙박 플랫폼을 추천했다. 이 플랫폼은 ‘호스트’로 등록된 사람들이 자기 집을 숙박업소처럼 유료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나경동 씨는 보건소가 추천하는 이 플랫폼을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자가격리가 보통 5일에서 7일 정도이기 때문에, 위홈에서도 대부분 하루, 이틀의 예약은 받지 않고 있었다. 하루 숙박에 적어도 4~5만 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경동 씨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이유로 내야 하는 돈은 30~40만 원 정도였다. 그는 생계급여로 월 58만 원을 받는다. 

 

나 씨에게 필요한 것은 딱 하루의 숙박이었다. 운이 좋게도 국립중앙의료원에 바로 다음 날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확진자였기에 원래 지내던 고시원에서 하루를 보낼 수 없었다. 결국 주장욱 씨와 나경동 씨는 이틀만 숙박할 수 있는 곳을 간신히 찾았고, 나 씨는 14만 원을 내고 하루를 묵어야 했다. 

 

그렇게 하룻밤 묵을 곳을 찾기 위해 두 사람은 7월의 뙤약볕을 맞으며 동대문 광장에서 4~5시간을 “착잡”한 마음으로 서성여야 했다. 확진 판정을 받았기에 실내에 들어갈 수도, 고시원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가 사는 고시원은 창문도 막혀 있고, 환풍기도 틀어주지 않는 곳이었다. 

 

어떤 언론들은 위홈의 사례를 두고 ‘공유숙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고 평하지만, 사회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외면되었다.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적정주거의 부재다. 수십만 원짜리 숙소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고독사와 진드기

이 씨는 호텔 생활에 대체로 만족했다. 그가 느낀 불편함도 홈리스행동 활동가가 이 씨가 부탁한 물품을 전달해 준 덕에 해결됐다. 하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열흘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게 외롭고 답답했던 그는, 격리가 끝나자마자 관악구를 “강아지처럼 뽈뽈뽈” 걸어 다니며 숨통을 텄다. 

 

“요즘에는 혼자 계시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많더라고요. 고시원에서 유튜브를 보면 (시체가) 가장 빨리 발견된 게 일주일이더라고요. 두 달, 3개월, 몇 달 걸린 사람도 있고… 아버님이 암으로 돌아가신 이후에 저도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편입니다.” (이덕수)

 

이 씨는 요즘 유튜브로 고독사를 다룬 영상을 본다. 고독사가 발견되려면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는 내용이 그의 마음에 걸렸다. 작년에 이 씨는 병원에서 통풍과 당뇨 등을 진단받고 꾸준히 약을 먹고 있다. 좋아하던 콜라도 끊고 건강을 관리 중이다. 

 

하지만 주거 환경은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최소 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집은 주민들의 건강을 흡수하며 존속하고 있었다. 주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격리도 재택 치료도 할 수 없는 집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개인이 막을 수 없듯 말이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씨는 여전히 감염의 불안을 떠안고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다.

 

“거기는 벌레들이 많아서, 바퀴벌레하고요, 진드기하고요. 진드기는 몸에 붙으면 막 가려워서 맨날 병원 다녔어요. 피부과를 맨날 다녔어요. 두드러기같이 온몸이 다 나가지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 맨날 가고 그랬어요, 진드기 때문에.” (나경동)

 

이 씨와 마찬가지로 나경동 씨에게도 고시원이라는 환경이 큰 문제였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입원했지만, 입원했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았다. 나 씨는 평소 지내는 고시원에 벌레, 특히 진드기가 많아서 피부과를 꾸준히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입원하면서 피부과를 갈 수 없었고, 이와 관련된 약 또한 따로 제공받지 못했다. 벌레가 없는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서 가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은 가려움이라는 형태로 그의 몸에 들러붙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은 나 씨에게 꼭 필요한 관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5면.JPG

▲ 직접 제작한 퍼레이드용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나경동 씨 <사진=홈리스뉴스 편집부>

 

질병이 아닌 주거의 문제

“이번에 (임대주택) 안 될 줄 알았어요. (대기 번호) 42번이었거든요. 안 되는가 보다 했는데 운 좋게 앞에 분이 포기해서 제가 됐어요. 선생님이 ‘내 눈에 좋아 보이면 남의 눈에도 좋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한 얘기지만요. (임대주택) 들어가려고 하긴 하는데, 병원이랑 멀어서 엄청 스트레스에요.” (이덕수)

 

이덕수 씨는 운 좋게도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대기 번호 순서에 맞게 임대주택을 고르게 되는 점에서 발생한다. 약 40명의 임대주택 신청자가 앞에서 고르지 않은 집은 위치나 크기 등의 문제로 선택되지 못한 집이다.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한정적이다 보니 이 씨는 남은 후보지 중에 집을 고르긴 했지만, 매주 다녀야 하는 병원과 거리가 멀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만약 이 씨가 임대주택에 더 빨리 들어갈 수 있었다면 코로나19에 걸릴까 전전긍긍하는 불안이 줄었을지도 모른다.

 

“참 마음이 너무 외로웠어요. 괴롭고, 죽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도 하고. 죽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나경동) 

 

확진 당시 고시원에 못 들어갔을 때 나경동 씨는 마음이 괴로웠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물품이 모두 있는 고시원 방에서라도 편하게 지내고 싶었다. 생활치료센터가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외롭고 괴로웠고, 무엇보다도 죽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했다. 

 

안전한 공간에 갈 수 없을 때 느낀 착잡함과 막막함, 피부과에 갈 수 없어서 느낀 갑갑함, 방에 들어가지 못해서 느낀 괴로움,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것은 모두 원래 살던 자신의 공간이 안전하게 격리할 수 없는 곳이기에 느껴야 했던 감정들이다. 

 

이처럼 고시원에 사는 이덕수 씨와 나경동 씨에게 코로나19는 질병의 문제이기보다 동시에 주거의 문제였다. 확진자가 쏟아지는 시기에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 씨, 생활치료센터가 운영 중단된 시기에 무증상임에도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던 나 씨의 ‘운’도 이들이 평소 고시원에서 겪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았다. 주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운이 좋아도 가렵고 불안한 일상은 계속된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956 <홈리스뉴스 107호 - 여성홈리스 특별판> 편지 - 여성 노숙인들에게 드리는 편지 파일
홈리스행동
145 2022-12-10
955 <홈리스뉴스 107호 - 여성홈리스 특별판> 여성홈리스를 위한 공간, 분도이웃집을 소개합니다 파일
홈리스행동
271 2022-12-10
954 <홈리스뉴스 108호 -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주거 - 홈리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과제 파일
홈리스행동
107 2022-12-09
953 <홈리스뉴스 108호 -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추모 - 무연고 사망자 양산하는 법과 제도 개선돼야 파일
홈리스행동
112 2022-12-09
952 <홈리스뉴스 108호 -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인권 - 평등한 의료접근권 가로막는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파일
홈리스행동
113 2022-12-09
951 <홈리스뉴스 108호 -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여성 - 젠더 관점에 기초한 조사와 평가체계 마련돼야
홈리스행동
80 2022-12-09
950 <홈리스뉴스 106호> 특집 - 끊임없이 흔들리는 ‘서울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
홈리스행동
117 2022-12-01
949 <홈리스뉴스 106호> 진단 - “집은 인권이다, 내놔라 공공임대!”
홈리스행동
87 2022-12-01
948 <홈리스뉴스 106호> 편집위원의 시선 - 아픔에 덧붙는 감정들에 대하여
홈리스행동
92 2022-12-01
947 <홈리스뉴스 106호> 당사자 발언대 - “거꾸로 가는 임대주택 예산, 바로잡아야 합니다”
홈리스행동
68 2022-12-01
946 <홈리스뉴스 105호> 특집 - '약자 복지' 강조한 정부 예산안,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은 제대로 기입돼 있나 파일
홈리스행동
150 2022-11-04
945 <홈리스뉴스 105호> 지역통신 - 부산시 ‘인권침해, 유인입원’ 노숙인복지시설 재위탁 추진, 대응 활동과 남은 과제 파일
홈리스행동
161 2022-11-02
944 <홈리스뉴스 105호> 이달의 짤막한 홈리스 소식 2 - 일년에 단 한 번 열리는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 파일
홈리스행동
96 2022-11-02
943 <홈리스뉴스 105호> 이달의 짤막한 홈리스 소식 1 - 불평등이 재난이다, 빈곤을 철폐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84 2022-11-02
Selected <홈리스뉴스 105호> 특집 인터뷰 - 홈리스의 코로나19 확진과 격리 이야기, 두 번째 파일
홈리스행동
135 2022-11-02
941 <홈리스뉴스 105호> 진단 - 문제는 당사자 관점의 부재다
홈리스행동
87 2022-11-02
940 <홈리스뉴스 105호> 똑똑똑 - 도망쳐 간 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도망칠 권리 파일
홈리스행동
122 2022-11-02
939 <홈리스뉴스 105호> 기고2 - "모든 사람들은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파일
홈리스행동
67 2022-11-02
938 <홈리스뉴스 105호> 기고1 - "대안사회가 있으면 좋겠다" 파일
홈리스행동
125 2022-11-02
937 <홈리스뉴스 104호> 특집 - 누구나 안전한 집에 사는 것이 기후정의 파일
홈리스행동
133 2022-10-04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