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가난한 도시빈민들을 위한 대안주거의 공급
영국 브리스톨의 ‘초소형 주택’ 이야기


<이봉조 / 英 브리스톨 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홈리스행동 회원>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를 고르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고시원이나 쪽방이라고 응답할 것입니다. 고시원과 쪽방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지만 주택은 아닌 곳이며, 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오가며 공급되는 삶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공간은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기엔 부적절한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화재와 같은 사고위험이 늘 상존하며, 무엇보다 사람이 살기에 너무 좁습니다.


주택 부족과 차고지(창고) 개조, 그리고 거주민

▲  주거지로 개조되기 1년 전의 모습 <사진출처=브리스톨라이브 2018년 4월 19일자>



최근 주거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영국의 일부 도시에서도 비주택 보급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영국 도시의 주거비 상승은 (어쩌면 이제는 우리에게 생소하게 생각될지도 모를) 주택 부족 문제에 기인합니다. 신도시를 건설해 많게는 수십만에 이르는 가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곤 하는 우리나라 정부와 달리, 영국은 특정 도시에서의 주택공급이 몇 번 가구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어떤 도시에서는 주택공급 정책을 밝힐 때 4년 동안 4천호를 공급하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주택건설 부족은 만성적인 주택부족의 원인이자, 이는 다시 민간 주택시장의 주거비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영국의 비주택 유형은 바로 차고지(혹은 창고)를 주거지로 개조하여 렌트 혹은 판매하는 사례들입니다. 사실 이런 행위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작년 4월 지역신문과 텔레비전 뉴스에 언급되면서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의 한 방송매체인 ITV에서는 2018년 4월 28일, “계속되는 주택난 속 주택으로 개조되는 차고지”라는 제목으로 실제 거주자와 이웃 주민들이 이 주택에 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정말 멋지고, 살기에 흥미진진한 곳이에요. 왜냐하면 모든 것(난방, 부엌 시설 등)들이 새것이거든요. (...) 밤에는 굉장히 조용하고 평화로워요.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천장의 창문도 너무 좋아요. (...)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말하면 다들 ‘정말 특별하다’며 놀라요.” 


 - 해당 주거지의 거주자


“여기 지역 주민들은 모두 거기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내 생각에는 철도 옆에서 산다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내 차고도 집으로 바꿀까?’라고 생각할거에요.”


- 이웃 주민 


그들이 원하는 집

이 인터뷰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거의 기준과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주거 기준의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가장 작은 집(The smallest home)’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집에서 사는 거주민은 깨끗한 시설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흔히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길 위에서 삶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밤공기를 피할 수 있는 장소, 독립적인 생활공간과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의 구비. 이 단순한 것이 어쩌면 적절한 주거의 최소기준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고시원, 쪽방의 가장 큰 문제는 공동생활과 생활시설의 미비입니다. 쉐어하우스가 대도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대안적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이미 많은 조사에서 공동생활에 대한 거리낌이나 두려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필수 생활시설인 부엌, 화장실도 그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홈리스를 위한 대안 주거: 초소형 주택(micro flat)

2018년 4월 영국 BBC에서는 오래된 컨테이너(Old shipping container)를 홈리스의 임시 거주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을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이 정책은 런던, 브라이튼, 카디프, 브리스톨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이웃나라인 네덜란드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 컨테이너에는 당연하게도 주방과 화장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컨테이너를 주택으로 개조하는 영리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며, 컨테이너 주거지 활용은 오래 전부터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정책이 작동하는 도시와 아직도 논의만 하고 있는 도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해당 BBC기사에서 컨테이너 하우스를 공급하는 어느 단체(Help Bristol’s Homeless) 스텝의 말을 마지막으로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안전(safe and secure)하다고 느낄 겁니다. 그들 모두 자신만의 현관 열쇠를 가지고 있죠. 이것은 그들의 삶을 이미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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