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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타임즈
조회 수 : 964
2004.02.17 (11:10:04)
노숙자 조지오웰

`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인 조지 오웰이 가장 흔한 남자이름인 `조지'와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지방에 있는 강 이름 `오웰'을 합친 가명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그가 본명인 `에릭 아서 블레어'를 숨기고 가명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그의 처녀작 `파리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생활(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1933)'을 발표하면서 그의 노숙자 체험이 당시 중산계층이었던 가족과 친지들에게 알려질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1928~1931년 4년 가량을 파리와 런던에서 접시닦이와 노숙, 구호소 생활 등 밑바닥 생활을 했고, 그 체험을 소설로 엮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모든 작품에는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됐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조지 오웰 자신을 말하며, 파리와 런던 두 도시의 하층민 생활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내용을 르포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장르의 하나인 로드무비를 보는 것처럼 집을 떠나 일어나는 일상사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반부는 주인공이 프랑스 파리의 빈민가에서 여인숙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끼니를 거르고 물건을 저당 잡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사연을 담고 있다. 후반부는 영국 런던의 간이 숙박소와 부랑자 생활체험을 묘사해 노숙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이해하고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단지 소설 습작을 위해 최하층 생활을 자청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비록 그가 영국의 이튼스쿨을 졸업한 수재라고 해도, 1929년 대공황 이후 실직과 일자리 부족 등으로 생활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서 그가 경험한 1929년 늦가을 파리생활과, 1928년 겨울에서 1931년 여름 사이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70여년이 흘렀음에도 대한민국 서울의 뒷골목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우리나라는 1997~1998년 사이 사상 초유의 외환 위기를 겪었다. 이후 기업 연쇄도산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대량실업과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고 신규 취업문이 좁아져 청년실업률이 급증했다. 기업과 개인의 파산이 늘어 신용불량자가 쏟아졌다. 이 처럼 경제난 심화로 인해 가족 해체가 늘고, 그 결과 결식 아동과 점심을 굶는 노인이 각각 15만명(교육부)과 22만명(대한노인회)을 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밖에 가족해체, 노동력 상실, 경제적 곤란, 개인 병력 등 여러 이유는 있겠지만, 수도권의 지하도와 역 주변에는 6000명(성공회 추산)에 달하는 홈리스들이 아직도 하루살이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과거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것 같다.

빈곤은 대개 실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술혁신ㆍ개방, 그리고 경쟁촉진도 좋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가 늘지 않는 성장(growth without job)'을 초래한다면 이는 재고해 봐야 한다. 세밑 자선냄비를 바라보면서 최상의 복지정책은 역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케 된다.

송하식 경제부장-부국장


디지털타임스 200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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