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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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코로나 종식을 넘어, 홈리스 차별과 배제가 종식된 세계로”

2022 홈리스추모제 현장 이야기 

<홍수경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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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홈리스 추모문화제>를 마친 직후 추모행진에 나선 사람들 <사진=홈리스행동>

 

2022년 동짓날이던 12월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추모제가 열렸다. 2001년부터 매해 열리는 홈리스추모제는 거리와 쪽방, 시설 등지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을 추모하고 열악한 거처에서 발생하는 ‘때 이른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으는 자리다. 

 

추모문화제에 앞서 진행된 사전마당에서는 여성홈리스 전시회인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 홈리스·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홈리스 기억의 계단’과 더불어 거리사랑방, 사진관, 법률상담 등 행사부스가 운영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랜만에 재개된 사전마당에 많은 당사자와 시민이 참여하며 활기를 띠었다.

 

추모문화제는 한 해 동안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무를 시작으로, 떠나보낸 동료를 기억하는 추모 영상, 3인의 추모 발언, 노래 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홈리스추모제의 기조는 “코로나 종식을 넘어, 홈리스 차별과 배제가 종식된 세계로”다. 코로나 시기는 홈리스에게 유독 가혹했다. 방역을 빌미로 공공장소에서 내쫓기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광장에 놓인 거리홈리스의 짐은 공권력에 의해 무단으로 폐기됐다. 화장실이나 부엌 같은 필수 생활공간을 여럿이 함께 쓰는 시설과 쪽방, 고시원 등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자가격리를 할 수 없는 공간에 확진자가 방치되는 일들이 꾸준히 벌어졌다.

 

코로나 시기 내내 벌어진 이 일련의 일들이 홈리스 당사자를 고립시켰던 것일까. 작년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거처에서 세상을 떠났다. 2022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이 파악한 2022년 서울지역 내 사망 홈리스의 수는 전년에 비해 37명이 늘어난 442명에 달했다. 물론 이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것일 뿐, 여전히 우리는 열악한 거처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홈리스 사망자에 관한 공식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지난 2017년,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을 비롯한 홈리스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쓴 ‘홈리스 권리선언문’이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5년 전에 쓴 선언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과거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선언문은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이 사회에서 함께 사는 동료 시민이다”로 시작한다. 코로나 종식을 말하는 지금, 새로운 세계를 그리기 위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말일 테다.  

 

 

 

[동료를 떠나보낸 이들의 추모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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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석, 김정길, 최봉명<아래 왼쪽부터 반시계방향, 사진=홈리스 행동>
 
<박천석 / 거리홈리스>
신OO씨는 저랑 절친했는데 갑자기 별세했어요. 아주 친하게 지냈고 서로 속내도 터놓고 지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제가 놀랐어요. 저기 우체국 앞에 커피집에 늘 놀러오셨거든요. 신채호 선생 집안이라고 맨날 자랑을 했던 친구인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게 돼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가족이 있어서 나중에 제가 이분들을 좀 찾았으면 해서 경찰서도 갔는데 찾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이분을 잃었다는 게 저한테는 참 황당하고도 슬픈 일입니다. 이생에 못다한 걸 다음 생에 이룰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거리와 쪽방촌에 있는 홈리스 형제자매들. 아팠던 날, 기뻤던 날, 슬펐던 날, 서러웠던 날 모두 잊고 편히 쉬소서. 우리, 하늘에서는 행복하게 지냅시다.
 
<김정길 / 쪽방주민>
내가 최고 좋아하는 내 동생 관석이를 기억해 주십시오. 올해 2월 20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원래 왼쪽 눈이 안 보였는데, 점점 몸이 안 좋아지더니 오른쪽마저 안 보이게 되었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향년 52세로, 너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습니다.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이 되면 쥐 없고, 바퀴벌레도 없고, 따뜻한 방에서 살다 가면 좋았을 텐데 공공개발이 2년째 미뤄져서 너무 속상합니다. 답이 안 나옵니다. 저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텐데 얼른 공공개발 돼서 하룻밤이라도 좋은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관석이를 기억해 주세요. 쪽방촌에서 살다가는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최봉명 / 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
강신안 어르신. 코로나가 할퀴고 간 지난해 11월말 우리 동네에 많은 확진자가 생겨 모두 두려움에 떨던 그때 어르신도 확진되어서 살고 있던 쪽방에서마저 쫓겨나서 우리 사무실에 모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사방에 전화를 해 보았지만 확진되어도 어르신이 가실 격리시설이 없다며 그냥 전화를 끊던 야속한 상담원의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확진된 후 5일이 지나서야 호흡도 약해져 버린 어르신을 어찌 어찌하여 119가 모시고 갔지만 이틀 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모든 우리 홈리스들에게서 나름 살길이 보인다던 어르신의 웃음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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