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빈곤-차별의 악순환 끊는 차별금지 조치가 필요하다”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유엔 보고서 발간

 

<이채윤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교사, 홈리스행동 번역팀 활동가>

 

photo_2023-01-29_16-10-17.jpg

 

국회 측의 차별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사진=홈리스행동>

 

작년 11월 30일, ‘차별 없는 의료실현’을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한 홈리스 당사자가 입구에서 출입을 제지당했다. 방문증 작성, 신분증 제시 등 출입을 위한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국회의원회관 측은 홈리스의 복장을 문제 삼았다. ‘행색’을 이유로 한 차별이었다. 

 

차별의 원인이자 결과인 빈곤

적절한 주거가 없는 홈리스 상태는 단지 물리적인 집의 결핍이나 부재에서 끝나지 않는다. 앞서 국회 출입을 제지당한 홈리스의 경험에서 드러나듯 ‘이상한’ 혹은 ‘더러운’ 행색은 차별의 빌미가 된다. 이러한 차별 조치는 홈리스 상태가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씻기 어려운 조건임을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거리홈리스가 들고 다니는 무겁고 방대한 짐 역시 차별의 이유가 되곤 한다. 홈리스의 짐은 ‘집 없음’을 드러내는 표지이자 그 자체로 그의 집이다. 그러나 홈리스의 짐은 주거 지원 등 적절한 개입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이들을 방치하고 내쫓을 빌미로 작동한다. 이처럼 홈리스 상태는 차별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빈곤과 차별의 연결 고리를 지적하고 이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빈곤한 상태는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의 부족으로 치부되고, 능력에 따른 차별적 조치는 일면 정당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빈곤이 차별의 원인이 되고, 차별이 다시금 빈곤을 낳는 구조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홈리스의 삶을 설명하기에는 모자라다.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UN 보고서 발간

지난해 7월 15일, UN 극빈과인권에관한특별보고관(올리비에 드 쉬테)이 보고서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빈곤철폐를 위한 핵심수단>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빈곤층의 권리 보장과 빈곤철폐를 위해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차별과 순환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빈곤과 차별의 연쇄를 끊기 위해 ‘적극적 평등화 조치(affirmative action)’를 비롯해 포괄적인 ‘반(反)차별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면.jpg

▲올리비에 드 쉬테 UN 극빈과인권에관한 특별보고관

 
다만 제도 역시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에 근거해 홈리스를 통제하고 처벌하고, 분리하는 등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철도시설 내 노숙 행위를 금지행위로 정하는 <철도안전법>은 홈리스 퇴거조치의 정당한 빌미를 제공한다. 차별을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법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법체계 자체가 어떻게 가난한 상태를 차별하고 있는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포괄적인 반(反)차별 체제 구축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 필요  

보고서는 사회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한 차별에 대응하는 반차별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공공기관의 결정과 그로 인한 영향이 차별적이지 않은지를 살피는 것뿐 아니라 고용주를 비롯한 민간 기관 행위자의 차별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포함된다. 또한, 지불 능력이 없어도 필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공공영역의 의무’로 명시한다. 법적으로 차별 사례와 차별금지 사유를 폭넓게 해석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다뤄진다.
 
겉으로만 중립적인 간접차별에 대응해야
포괄적인 반차별 체제는 “겉으로만 중립적인 기준과 절차”로 인해 벌어지는 간접적인 차별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한다. 행정상 주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을 비롯한 여러 복지서비스 접근권을 제약하는 것은 간접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다. 간접차별은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빈곤층에게 불균형한 영향”을 미친다. 절차상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클 경우, 편견과 고정관념을 근거로 불이익이 가해질 수도 있다. 억양이나 옷차림, 말투, 비언어적 태도 등 소득이 낮은 배경을 드러내는 특성이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다. 복지제도의 시장의존도가 높을수록 간접차별의 위험은 더 커진다. 예컨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보다 민간 임대시장 임대료 지원에 방점을 두는 한국의 주거복지 제도는 홈리스가 집을 구하고 거주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차별의 교차성을 고려해야
차별은 상호적으로 동시에 교차적으로 발생한다. 보고서는 사회경제적 취약성이 성별, 장애 등 다른 지위와 결합할 때 차별에 더욱 취약함을 강조한다. 많은 여성홈리스는 남성이 다수인 쪽방과 고시원에서 살며 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이로 인해 여성전용 거처에 거주하기를 원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한 여성홈리스가 여성전용 고시원에 입실하고자 했으나 홈리스라는 이유로 고시원 입실 계약을 취소해야 했던 일이 있었다. 그곳은 그가 빠른 시일 내에 입실할 수 있던 유일한 곳이었다. 이는 홈리스라는 이유로 입주를 거절당해야 했던 차별이자, 여성홈리스의 경험을 교차적으로 포괄하지 못한 제도적 실패의 사례다.
 
악순환에 저항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빈곤과 차별의 악순환을 멈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해당 보고서는 빈곤과 개개인의 지위를 빌미 삼는 차별 경험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보탠다. 
 
빈곤과 차별의 맞물림은 곧 일상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물리적인 조건을 바꾸는 일이 함께 가야 함을 의미한다. 차별을 차별이라 말하는 것에서 출발해, 함께 빈곤-차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조건을 질문해나가자.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976 <홈리스뉴스 112호> 똑똑똑 - 인생은 시트콤 파일
홈리스행동
95 2023-05-20
975 <홈리스뉴스 112호> 특집 Ⅱ - 용산 텐트촌 강제철거 이후 1년, 결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06 2023-05-20
974 <홈리스뉴스 112호> 기고 - 난방비 폭탄! 근검절약으로도 버티기 힘든 기초생활수급자 파일
홈리스행동
66 2023-05-19
973 <홈리스뉴스 112호> 현장스케치 - 기후위기와 주거권, 반(反)빈곤 없이 기후정의 없다 파일
홈리스행동
55 2023-05-19
972 <홈리스뉴스 112호> 꼬집는 카메라 - 노숙 금지, 잠실역 지하상가까지! 파일
홈리스행동
64 2023-05-19
971 <홈리스뉴스 111호 - 특집 Ⅰ> 홈리스 명의범죄를 없애려면? 파일
홈리스행동
137 2023-04-01
970 <홈리스뉴스 111호 - 특집 Ⅱ> ‘약자와의 동행’ 2년차, 서울시의 홈리스 복지는? (下) 파일
홈리스행동
102 2023-04-01
969 <홈리스뉴스 111호> 똑똑똑 - 유서에 호명된 자, ‘나의 동지’ 파일
홈리스행동
118 2023-04-01
968 <홈리스뉴스 111호> 꼬집는 카메라 - “여기가 쪽방이지, 집이냐?” 파일
홈리스행동
88 2023-04-01
967 <홈리스뉴스 110호> 특집 Ⅰ - 동정은 필요없다! 온전한 삶 위한 권리 보장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135 2023-03-04
966 <홈리스뉴스 110호> 특집 Ⅱ - ‘약자와의 동행’ 2년차, 서울시의 홈리스 복지는? (上) 파일
홈리스행동
112 2023-03-04
965 <홈리스뉴스 110호> 진단 - 난방비 지원이 아니라 적정 주거가 필요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09 2023-03-04
964 <홈리스뉴스 110호> 반빈곤 반걸음 - 홈리스의 의료이용 막는 ‘진료시설 지정제도’, 올해도 유지되나 파일
홈리스행동
156 2023-03-04
963 <홈리스뉴스 109호> 특집 - “코로나 종식을 넘어, 홈리스 차별과 배제가 종식된 세계로” 파일
홈리스행동
114 2023-01-29
Selected <홈리스뉴스 109호> 세계의 홈리스 - “빈곤-차별의 악순환 끊는 차별금지 조치가 필요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10 2023-01-29
961 <홈리스뉴스 109호> 똑똑똑 - 그놈의 합리성, 꼴도 보기 싫어서 파일
홈리스행동
116 2023-01-29
960 <홈리스뉴스 109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우리를 거절한 열차는 누구를 싣고 어디로 가나요?” 파일
홈리스행동
105 2023-01-29
959 <2022 홈리스 10대 뉴스> 파일
홈리스행동
265 2022-12-31
958 <홈리스뉴스 107호 - 여성홈리스 특별판> 특집 - 여성홈리스, 빈곤과 젠더의 교차점에서 파일
홈리스행동
194 2022-12-10
957 <홈리스뉴스 107호 - 여성홈리스 특별판> 돌봄, 여성, 홈리스 - 여성홈리스의 눈으로 보는 세상 파일
홈리스행동
175 2022-12-10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