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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성홈리스, 빈곤과 젠더의 교차점에서

 

<홍수경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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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홈리스 전시회 ‘여성홈리스가 나눈 집 이야기’를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워크샵. <사진=홈리스행동>

 

홈리스행동 생애사기록팀이 있다. 2020년 양동 쪽방촌 재개발 계획으로 주민 퇴거 행위가 시작되자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양동주민의 생애사를 담은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을 출간했다. 요즘은 여성홈리스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고 있다. 홈리스라는 조건이 같더라도 성별에 따라 홈리스 진입 경로와 홈리스 상태에서 겪는 경험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려진 여성홈리스

많은 사람이 ‘홈리스’라고 하면 곧잘 중년 남성의 모습을 떠올린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홈리스 문제는 ‘남성 실직 가장‘을 중심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시화되거나 설명되지 않았던 여성홈리스는 홈리스 논의에서 배제됐다. 2021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서 전국의 홈리스는 14,404명이다. 그중 여성은 23.2%(3,344명)으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하지만 여성홈리스가 정말 적다고 보긴 어렵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거리 노숙상태에 있는 여성은 찜질방, PC방, 만화방 같은 ‘돈을 내고 생활하는 곳(53.3%)’에서 주로 지낸다(이성은·고은정, 2010). 여성이 거리에 머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실태조사 방식으론 거리와 시설, 쪽방이 아닌 다양한 거처에서 생활하는 여성홈리스의 존재를 파악할 수 없다. 여성홈리스의 수가 적은 게 아니라 소극적인 실태조사가 이들의 존재를 가린다. 

 

‘여성’이 빠진 홈리스 지원체계

앞선 실태조사에서 거리 노숙 계기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실직(45.9%), 사업 실패(13.5%), 이혼 및 가족 해체(11.0%) 순으로 나타났고, 여성의 경우 실직(21.3%), 질병 및 장애(17.0%), 가정폭력(15.2%), 이혼 및 가족해체(12.6%)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성홈리스의 42.1%가 정신질환이 있는데 이는 남성(15.8%)에 비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즉, 홈리스에 이르는 경로와 거처 선택 기준, 필요한 서비스 등 홈리스 상태에서 경험은 젠더화 되어있다.

 

하지만 홈리스 복지지원 체계는 원칙부터 실행 전반에 있어 젠더 차이에 기반을 두지 않은 상태다. 2012년 제정된 「노숙인복지법」은 여성홈리스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다만, 시행령에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여성·장애·고령·청년 노숙인 등에 대한 보호계획”을 포함하도록 한 게 전부였다. 여기서 2019년 개정을 통해, “성별 특성을 고려하여 노숙인 등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여야 한다”(법률 제3조 2항)는 조항이 신설되고, 종합계획 수립 시 “노숙인 등의 성별 특성을 반영한 정책”(제7조 1항 1호의 2)을 세울 것, “여성노숙인 등의 건강과 복지를 위하여 여성노숙인 등에게 보건위생에 필수적인 물품을 지원”(제12조의 2)하게 하는 조항이 만들어졌다. 그간 간과되었던 젠더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법률에 명시되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구체 정책화된 것은 여성에 대한 ‘보건위생물품’ 지원 정도뿐이다. 이렇게 성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홈리스 지원체계는 여성홈리스를 더 보이지 않게 한다.

 

젠더 관점에 기반한 홈리스 지원체계로!

이런 상황에서 홈리스 상태에 놓인 여성들의 생존은 각자의 몫이 된다.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를 깎거나 동료 홈리스·거리상담원 등과 일절 대화를 거부하거나, ‘노숙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청결을 유지하거나 눈에 띄는 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인다. 시장이나 목욕탕, 화장실을 청소하고 잠깐의 잠자리를 확보하거나, 돌봄 노동을 하는 조건으로 기도원에서 생활한다. 여성홈리스에게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삶은 실태조사에서 잡히지 않고, 정책대상으로 포섭되지도 않는다. 

 

‘보이지 않는 여성홈리스’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여성홈리스를 가리는 장막을 걷어야 한다. 시작은 여성홈리스의 실태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다. 거리, 쪽방, 시설뿐 아니라 여성홈리스가 주거처로 삼는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 역시 실태조사의 범위에 포괄하여야 한다. 정책 대상의 규모와 특성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주거, 노동, 의료, 급식 등 홈리스 지원사업 전반에 젠더 관점을 원칙으로 하여 사업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점검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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