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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난방비 폭탄! 근검절약으로도 버티기 힘든 기초생활수급자

 

<임재원 /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활동가, 기초생활수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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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청구된 난방비와 아래는 21년 12월, 22년 1, 2월 난방비 영수증. 폭등한 난방비가 한 눈에 보인다. <사진=필자 제공>

 

지난해 말, 근래 없는 강추위에 혹독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내가 사는 영구임대아파트의 난방구조는 개별난방이 아닌 지역난방 시스템*으로 운영이 됩니다. 그래서 전기, 수도, 가스요금 등은 요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으나 난방요금은 할인 혜택이 없어 지금까지 요금을 지급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매년 겨울철이 돌아오면 걱정이 앞서며 몸과 마음은 이미 겨울철 한복판에 있는 듯합니다. 특히나 올 겨울은 전례가 없는 한파로 난방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예년 같은 난방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예년에는 방바닥에 찬기만 없을 정도로 유지했고,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달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올 1월에는 난방 온도를 기존보다 약 5~7도가량 올려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당시 매스컴에서는 가스요금이 대폭 인상되면 가스를 주 연료로 하는 개별난방 아파트는 난방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뉴스를 많이 접하였지만, 우리 아파트의 난방시스템과는 시스템 체계가 달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월을 보내고 받아서 든 난방비 고지서는 순간 0 하나를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자세히 보니 정확히 233,630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매월 생계비와 주거비로 57~58만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저로서는 총수입의 40% 이상을 난방비로 지출해야 하는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 12월과 2022년 1~2월 난방비 영수증을 찾아보니, 겨울철 난방비로 약 6만여 원가량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난방비 폭탄으로 인해 2월에는 온도를 2~3도 낮추는 것으로 나 자신과 타협하였습니다. 그렇게 2월을 보내고 받아서 든 고지서에는 146,490원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지요. 이 또한 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급기야 3월 들어선 난방을 끄고 지냈더니 고지서에 32,480원이 찍혀 있었습니다. 많이 절약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건 절약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이 느끼지 말아야 할 극한의 한기와 맞바꾼 결과물이기에 이것은 절약이 아닙니다. 이렇게 혹한기를 보내고 꽃 피는 4월이 돌아왔습니다,

 

정부는 난방비 폭탄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뉴스를 접하였습니다. 저와 같은 난방시스템의 임대아파트는 지원대책이 없었습니다. 동사무소에 문의하여보니 도시가스는 공사로서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을 할 수 있지만, 지역난방은 민영 사업채로서 정부 보조금 대상에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영기업에서도 자구책을 내놓지 않겠느냐 기다려보시라는 이야기로 문의 전화는 끝이 났습니다.

 

긴 통화는 아니었지만 다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난방의 주 연료가 무엇이냐의 차이가 소외감과 박탈감으로 밀려오는 기분은 어찌 해소해야 합니까. 나로서 할 수 있는 게 여기까지이며 기다려보거나, 포기하거나, 또는 매년 이와 유사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야겠죠. 나의 신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기 때문에 그 고통의 강도는 더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지역난방은 건물의 배관을 통하여 120도 이상의 증기나 온수를 공급해 난방을 하는 방법이다. 요금은 얼마만큼의 온수량이 유입됐느냐를 계량하여 그 수치만큼 난방비가 청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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