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특집 Ⅱ]

 

‘약자와의 동행’ 2년차,

서울시의 홈리스 복지는? (上)

주거지원ㆍ의료지원 편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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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홈리스행동>

 

작년 7월,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이른바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며 “서울을 약자 동행 특별시로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이후 서울시가 시행하는 거의 모든 지원사업에 ‘약자와의 동행 일환’이라는 수식어가 나붙기 시작했고, ‘동행식당’을 비롯한 새로운 사업들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약자를 강조하는 서울시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 임시회(316회) 개회사에서 올해 상반기 내 <약자동행 가치 확산 및 활성화를 위한 조례안>을 제정하고, ‘약자동행지수’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약자와의 동행’ 2년째를 맞이한 올해, 홈리스의 삶은 예년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오세훈표 ‘약자’ 시리즈의 성행은 홈리스의 권리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올해 달라지는 홈리스 복지를 주요 부문별로 살펴보자.

 

[주거] 2019년 이후 4년만에 축소된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서울시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사업’은 거리홈리스와 노숙위기 계층에게 고시원ㆍ쪽방 등 염가거처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1년까지는 월 임대료 지원액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주거급여 기준임대료보다 낮게 책정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서울시는 작년부터 이를 개선하여 주거급여 기준임대료에 맞춰 지원액을 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역시 주거급여 기준임대료(1급지 기준)와 같은 33만원의 월 임대료를 지원하며, 안전한 염가거처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성은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지원 인원’과 ‘총 예산액’이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이래 임시주거지원 사업의 지원 인원은 줄곧 ‘900명(응급쪽방 110호 포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의 지원 인원은 860명으로 전년 대비 40명이 감소하였다. 사업예산도 전년보다 1천7백만원이 삭감된 8억1천5백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임시주거지원 예산이 삭감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로7017이 문을 연 2017년은 이례적으로 임시주거지원 사업이 확대실시된 해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사실상 첫 예산 삭감인 셈이다. 

 

서울시는 지원 인원을 축소한 이유로 “노숙인 감소”를 들고 있다. 하지만 임시주거지원 사업은 거리홈리스만이 아닌, 노숙위기 계층까지를 지원대상으로 포괄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3년간 국가인권위, 서울시인권위는 물론 의결기구인 서울시의회에서조차 염가거처의 열악한 주거환경 실태를 지적하며 임시주거지원 사업의 개선과 확대를 주문했던 사실을 상기할 때, 아무런 개선점 없이 지원 인원과 예산을 감축해버린 서울시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료] 계속 줄어드는 ‘노숙인 진료비’ 예산…올해 최대규모 삭감

<노숙인복지법>과 <의료급여법>에 따라 홈리스 역시 의료급여 수급(노숙인 1종 의료급여)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엄격한 선정기준과 협소한 신청창구 등으로 인해 의료급여 수급권을 가진 홈리스의 수는 전국적으로 30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적다. 이에 복지부는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수급을 받을 수 없는 홈리스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 의료비 예산을 편성하여 보호할 것을 지침으로 두고 있다. 전국에서 홈리스가 가장 많은 서울시 역시, ‘노숙인 진료비’ 예산을 편성하여 자체적인 의료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원 대상자로 하여금 ‘노숙인진료시설’로 지정된 의료기관만을 이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의 ‘노숙인 진료비’ 예산이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액되고 있다는 점으로, 올해 예산 역시 전년 대비 13억 6천여만원이 감액된 21억1천5백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이 같은 삭감액은 사업 시행 이래 최대규모로, 총예산은 3년 전 예산액(2020년, 39억7천여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평균집행액을 반영하여 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혔지만, 예산 책정의 근거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병원급 이상 노숙인진료시설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홈리스의 의료기관 이용이 크게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상회복의 폭이 점차 넓어진 2022년의 경우엔 사정이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감염병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하던 공공병원들이 현재 겪고 있는 ‘일반환자(非코로나 환자) 급감’ 현상이 보여주듯, 장기간 악화된 의료의 연속성을 회복하기에 1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요컨대, 지난 3년간 '노숙인 진료비' 집행액의 감소는 의료의 접근성과 연속성이 악화된 결과이지 '의료수요'의 감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해 의료접근성 및 연속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간병비 지원, 퇴원 후 지원체계 연계 등 오래된 과제들 또한 여전히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진료비 삭감을 단행한 서울시의 행보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다음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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