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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Ⅱ]

 

용산 텐트촌 강제철거 이후 1년, 결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형진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3면] 교량 폐쇄.jpg

기존 공중보행교의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 <사진=본지 편집부>

 

한동안 중단됐던 용산역 공중보행교 신설공사가 본격 재개되면서 인근 텐트촌 주민들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교량의 위치가 텐트촌에 더욱 근접하게 된데다 외벽이 유리로 꾸며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향후 교량의 유지관리를 민간기업(서부티앤디)에서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거 위협에 대한 설왕설래가 주민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살고 있던 텐트를 강제철거 당한 주민 이창복(남ㆍ67)씨는 “아직 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한참 남았다는데 이곳에서 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공사 끝나기 전까지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교량공사

공중보행교 신설공사가 텐트촌 주민들의 삶을 뒤흔든 건 지난해 3월, 텐트촌 주민 박재혼(남ㆍ62)씨가 우연히 공사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이미 수개월 전 관계기관 간 협약체결이 완료되었고 착공식까지 마친 상황이었지만, 정작 공사구간에 속한 주민들에겐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다. 시공사 측 관계자로부터 수일 내 텐트를 치워야 한다는 일방적인 퇴거예고를 듣게 된 공사구간 주민들은 사회단체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와 함께 용산구청을 상대로 주거ㆍ이주대책 수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청의 도시계획에 따른 개발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용산구청은 “시행사가 민간(HDC현대산업개발)”이라는 이유를 들며 주거ㆍ이주대책 수립 요구에 난색을 표했고,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신청을 통한 임대주택 입주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고시원에 들어가야 (임대주택 신청이) 가능하다”면서 입주신청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이 반발하자, 구청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를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에 판단을 위임하였다. 그사이 두 가구의 텐트는 소유주의 의사에 반해 철거되었고(2022.5.4.,5.9) 또 다른 두 가구의 텐트는 원인불상의 화재(2022.5.25.)로 인해 소실되었다.

 

2개월 동안 계속된 싸움 끝에 결국 용산구청은 텐트촌 주민들이 임대주택 입주자격이 있음을 인정하고 일부 주민들에게 신청을 안내했다. 공사구간 주민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데다, 국토부에서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지침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것’을 구청에 주문하면서 태도가 급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강제철거ㆍ화재피해를 당한 공사구간 주민 네 가구는 임대주택 입주신청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한 주민의 표현을 빌자면,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는” 싸움이었다. 물론 주민들이 얻은 것이 ‘임대주택 입주자격’만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사람 취급”을 받을 자격을 되찾은 것에 기뻐했다.

 

“앞으로 살아갈 거처는 마련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우리도 한 명의 인간인데,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한 명의 인간인데, 막무가내로 나가라고만 하면 되겠습니까?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용산구청은 우리 같은 사람은 사람 취급을 안 하는 것 아닙니까?” - 주민 이진복씨의 기자회견(2022. 5. 27.) 발언 중

 

여전히 고시원ㆍ텐트에서 머무는 주민들

퇴거예고, 강제철거, 화재발생, 임대주택 입주신청 등 일련의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변한 것은 거의 없다. 강제철거를 당한 두 가구는 여전히 텐트촌에서 살고 있으며, 화재피해를 입은 다른 두 가구는 인근 고시원에서 머물고 있다. <주거기본법>에서 말하는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는 아직 멀기만 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국토부의 유권해석과 더불어 인권위의 조사시행이 이루어지면서 용산구청이 빠르게 움직인 것은 사실이다.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당일(2022.5.27.) 오후, 구청은 텐트촌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신청을 안내하였고, 그로부터 불과 며칠 뒤 공사구간 주민들은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 임대주택 입주신청을 마쳤다. 하지만 적정 주거로의 빠른 주거상향을 이룰 순 없었다. 상대적으로 빠른 입주가 가능한 긴급지원주택(재해 등 위기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공공이 긴급하게 지원하는 주택)은 높은 수준의 보증금이 문제였다. 주민들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임금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세임대주택(공공이 민간 임대인과 계약을 맺고 임차인에게 재임대하는 주택으로 일종의 보증금 지원 프로그램) 역시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낮은 거주 안정성이 문제였다. 고령, 문맹, 만성질환 등 갖가지 취약성을 지닌 주민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주택을 구하고, 재계약 시기(2년 주기)마다 새로운 집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를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결국 주민들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통해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거취약계층용 매입임대주택의 물량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물론 주거취약계층용 매입임대의 과소공급 이슈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이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입주신청을 한 지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주민들의 입주대기 순번은 여전히 400번대에서 머물고 있다. 용산구를 관할하는 LH지사 관계자는 “현재 (매입임대)주택 수급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작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라면서 텐트촌 주민들이 “올해 내로 계약을 하실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주거권 요구 짓뭉개는 현실, 반향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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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2022년 12월 30일자 방송화면 캡쳐>

 

1년 동안 변하지 않은 건 주민들의 주거환경만이 아니다. ‘주거권’을 대하는 용산구청의 태도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텐트촌 주민들이) 고시원에 들어가면 되는데 그것조차 자기들은 답답해서 싫다고 한다”(SBS, 2022년 12월 30일자 뉴스보도)라고 불평하는 용산구청 공무원의 모습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다운 주거생활”이 불가능한 거처에서 장기간 머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지난 1년 동안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피해와 수모는 반복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텐트촌 주민들의 주거권을 향한 요구는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 것일까. 낙담하기엔 이르다. 아직 결산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민들은 “사람 취급”을 바라며 용산구청과 씨름한 끝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텐트에 살면서도 임대주택 입주를 요구할 수 있게 됐고, 고시원이나 쪽방으로 거처를 옮기지 않아도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임대주택 입주가 지연되는 가운데 공중보행교 신설공사가 재개됨에 따라 텐트촌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작년 요맘때와는 달리 주민들 모두가 근심걱정만 늘어놓고 있는 건 아니다. “또 그러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또 싸워야지.” 텐트촌 주민 하순철씨(남ㆍ60)의 말이다. 현실을 바꾸는 건 그것을 바라는 사람들의 몫임을 이제 주민들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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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촌 주민들이 싸워온 1년<정리 : 홈리스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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