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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왜냐면] 2003.11.06.
부유층 모시고, 간병인 내치는 서울대병원


지난 9월14일 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임대료 월 2억원에 관리비만 8700만원이 드는 초호화판 건강검진센터를 개설했다. 이른바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가 그것이다. 검진센터는 ‘예방의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이 검진센터의 목적은 누가 봐도 돈벌이를 위한 ‘건강검진 상품’ 판매가 목적이다. 건강검진 주력 상품인 ‘50대 헬스케어 건강검진’의 비용이 88만원에서 140만원이다. 어떤 서민이 한번의 건강검진에 120만원을 들이겠는가 여기에 일류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은 60대 남성의 경우 320만원이고 여성은 350만원이다. 돈이 없어 딸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야 하는 사회에서 대표적인 공공 의료기관이 하는 일이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검진센터 건립인가
서울대병원은 국민의 세금을 한해에 수백억원씩 지원받는 대표적 공공병원이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병원이 정부에서 지원받은 돈만 1700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적정 진료를 통해 다른 의료기관의 모범이 돼야 할 서울대병원이 하는 검사 항목을 보면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거나 매우 희박한 항목투성이다. 암의 조기 발견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종양표지검사, 20대의 젊은이들에 대한 대장경 검사는 물론이고, 가족 중에 뇌졸중 환자가 있다고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암을 일찍 발견하겠다고 건강한 사람에게 ‘대장/복부/흉부/골반’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한다. 이런 검사가 도대체 어떤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더욱이 여러 부위의 단층 촬영은 질병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적은 반면 과다 방사선 노출로 인해 암 발생에 기여할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자리를 벗어난 일은 이번 사안만이 아니다. 법적으로 6인실 이상의 병실을 50% 이상 갖추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고, 국립대병원 중 최하위의 다인 병실 비율을 가지고 있어 ‘불법적으로’ 병실 차액료를 챙기고 있다. 게다가 그 병실료마저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매우 높다. 그뿐인가 환자들이 선택할 수도 없는 진료항목에 ‘선택진료’ 명목으로 특진료를 부과하고 진료수익에 기초한 교수 성과급제를 도입해 제도적으로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이윤동기를 부여한다. 사스가 문제가 될 당시 서울대병원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지정병원을 거부했다. 또 서울대병원은 노동자들을 무엇으로 아는지 산재지정 병원조차 거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서울대병원은 10여년 운영해온 간병인 무료 소개소를 폐쇄하였다. 병원 당국이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분들은 사실상 서울대병원 직원”이라고 사명감을 주지시켜오던 간병인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무료 소개소를 폐쇄하고 사설 업체에 간병인 소개 업무를 넘겨버린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서울대병원이라고 해서 없으리라 기대하지는 않겠다. 다만 간병업무는 원칙적으로 병원 쪽이 해야 할 일이다. 전세계에서 간호와 간병을 나누는 것은 한국과 일본밖에 없으며, 그나마 일본은 간병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간병업무를 병원에서 책임을 져도 모자랄 판에 무료 소개소마저 없애버리는 행위는 ‘비정규직’ 간병인의 고용기회를 박탈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간병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며, 알선업체의 이윤을 환자와 간병인에게 떠넘기는 행위다. 350만원짜리 호화판 건강검진을 도입하느라 강남에 수십억원을 들여 검진센터를 지으면서 연간예산 2400만원을 절약하려고 간병인 무료 소개소를 없애버리는 것이 바로 오늘 서울대병원의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이 다른 병원에 주는 파급력을 볼 때 이런 문제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 해결과 공공병원으로서의 제자리 찾기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대병원 로비 앞에서는 하루 24시간 일해서 5만원을 벌기 위해 월요일에 아이들 일주일치 먹을 밥과 반찬을 해주고 토요일 퇴근을 했던 50~60대 초로의 아주머니들이 간병인 무료 소개소를 다시 열어달라고 차디찬 병원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이분들의 대표는 단식 끝에 심부전이라는 병을 얻어 서울대병원이 아니라 필자가 근무하는 동네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신다. 서울대병원이 해야 할 일이 이 아주머니 가장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강남에 호화판 검진센터를 여는 것이란 말인가 나는 어쭙지 않은 동문으로서 이분들을 보면서 한없이, 한없이 부끄럽다.

우석균/의사·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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