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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145
2004.08.20 (01:16:28)
간염 공포와 차별

음산한 배경음악과 함께 술잔 돌아가는 장면이 지나가고, ‘쿵’ 하는 충격음 속에 “간염은 술잔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경고가 흘러나온다. 10여년 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간염 백신을 맞게 해야 한다는 보건당국의 의지와 백신을 더 팔아야 한다는 제약회사의 장삿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제작된 이와 같은 공익 광고는 전국민을 간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간염이 침이나 공기를 통해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광고가 남긴 이미지는 우리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들이 갖게 된 이런 과장된 공포 가운데 소리 없이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비(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이다. 간염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군대에는 아무 문제 없이 입대해야 하지만, 취직에서는 불합리한 취업거부의 장벽 앞에 뼈아픈 좌절을 겪는 이중적 지위에 놓이게 된 까닭이다. 2000년부터 공무원 임용에서의 제한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기업체 취직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지금도 간사랑동우회 홈페이지(liverkorea.org)를 방문해 보면, 비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이유만으로 결혼 직전 실연당하거나,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첫 출근 전에 취소통지가 올까봐 불안에 떨고 있는 기막힌 사연들을 수없이 접할 수 있다.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맞아 감염의 염려는 더욱 줄게 되었는데도 3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계속 가해지고 있는 차별은 우리 사회의 비과학성을 잘 보여준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장애인으로 규정하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비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은 장애인이 아니다. 바이러스 보유자이기는 하지만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등 생존을 위한 영역에서 차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이 아니므로 보호받지는 못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장애인 못지않은 차별에 희생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 장애인법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보호의 범위를 ‘실제로는 장애를 갖고 있지 않지만, 사회에서 장애인처럼 취급받음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제 장애인)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 추가된 장애인 범주에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취업을 못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보유자나 비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우리 법에도 최근 일부 수용된 얼굴 화상 입은 사람 등이 포함된다. 장애인법이 싸워야 할 대상이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장애에 대한 편견’인 이상, 그 보호대상도 ‘현재 장애를 가진 사람’뿐 아니라 모든 ‘편견 때문에 차별받고 있는 사람’으로도 확장되어야 함을 명백히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의 기준 정립에서 의학 또는 재활의 관점을 넘어 ‘차별’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도입한 이런 이론을 ‘인권 모델’이라 부른다. 이에 따라 의제 장애인 고용을 거부하거나 해고한 기업들은 그 이유가 질병 또는 장애 때문이 아님을 따로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며,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부담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채용이 확정된 이후에만 신체검사 서류를 제출하므로 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도 거의 없다.

3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이유 없는 차별의 대상이 되어 인권을 유린받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들 모두는 알게 모르게 차별 범죄의 공모자가 되고 있다. 헌법과 사회복지·노동 관련 법안들이 ‘차별금지’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재정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내년 총선에 모두가 목을 맨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노무현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차별 금지’ 등 중장기적 개혁과제들이다. 이것까지 놓치는 순간 이 정부의 미래는 없다.

김두식 한동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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