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인권아우성>
거리홈리스, 안녕하세요.
#강제퇴거 이후..
지난 8월22일, 강제퇴거 이후 서울역 거리홈리스가 100명정도 줄었다고 언론에서 회자되었지만, 현장에서 돌아다녀봤을 땐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근처 백화점에서 하는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로 인해 그 곳에 머물 수 없게 한 덕분에 거리홈리스들이 다른 곳으로 잠시 가 있는 동안 줄어들긴 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8월말부터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서울시에서 후속대책을 내놓아서 임시주거지원 혹은 특별자활근로 중 하나를 선택한 사람들이 방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임시‘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임시‘대책도 받지 못한 다수의 거리홈리스들은 여전히 강제퇴거라고 외치는 역사 주변을 불안함으로 맴돌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참 무색할 따름입니다.
#목숨을 내놓고 살아야 하는 겨울
이제는 겨울이 되었고, 날씨는 춥습니다.
너무 추워서 가만히 서 있기도, 앉아있기도 힘든 차가운 온도와 살을 찢는 듯 한 찬바람은 거리에서 자는 이들을 밤낮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목숨을 내놓고 거리에서 자고 있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질 때마다 들려오는 거리홈리스의 사망소식은 같은 처지에 놓인 거리홈리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뿐 아니라, 비참하게도 합니다. ‘죽지 않으려고 바깥보다는 좀 더 따뜻한 지하도로, 역사 안으로 찾아갔어. 그런데 노숙인이라고 내쫓는거야. 난 갈 데도 없는데, 나가서 죽으라는 말인가!’라고 했던 홈리스들의 말이 생각납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추억과 낭만을 가져다주는 겨울이겠지만 거리홈리스들에게 있어서 겨울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이런 거리홈리스들에게 ‘서울역에서 나가라’는 말은 ‘나가 죽어!’라고 하는 것과 똑같지 않을까요. 서울시는 겨울동안 거리홈리스들이 ‘얼어 죽지 않게’ 하려고 여러 가지 지원들을 내놓았습니다. 한시적인 위기관리팀, 터무니없이 부족한 임시주거지원,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단기간 특별자활근로, 한데 몰아서 자는 응급구호방 등 모두 ‘임시’일뿐, 거리홈리스들이 완전히 거리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진 않습니다. 이들의 ‘안녕’은 생존의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거리홈리스, 안녕하세요.
거리홈리스들은 겨울동안 ‘안녕’히 지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보다 더 시린 사회위기계층에 대한 차별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서울역의 강제퇴거 방침이 철회되지 않는 한, 서울역 강제퇴거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행동 없이 노숙인 문제를 덮어두기에 급급한 서울시 대책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들의 ‘안녕’은 보장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