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부산역, 그 다음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가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당시 서울역장은 본인의 단독 결정인 양 언론 및 면담을 통해 주장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본 조치는 한국철도공사 본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 밝혀졌다. 이에, 머지않아 철도역사 내 거리홈리스 퇴거조치는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퇴거조치의 효과가 가장 큰데다 문화역서울284 개장과 대구 육상선수권 대회라는 시기적 호재까지 겹친 서울역을 시작으로, 거리홈리스가 존재하는 주요 전국 철도역사의 퇴거조치는 시간문제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한 싸움은 300명가량 되는 서울역 인근 거리홈리스의 생존의 문제이자 전체 홈리스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는 드디어 현실이 됐다. 지난 11월 18일, 부산역은 공식적으로 거리 노숙인 퇴거조치를 밝혔다.

“최근 서울역 폭발사고(11.5.12)를 비롯하여 서울역을 대상으로 한 철도시설물의 폭발위협 및 의심물체 발견횟수 증가(09년 6건→10년 20건)하고, 천안함 폭침사건과 오사마빈라덴 사망 등에 따른 국내외 테러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서울역이 대테러 보호대상시설 1호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위 문구는 대규모 군사작전의 배경이거나, 최근 유행하는 코미디 프로의 상황 설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 7월 7일, 서울역장이 당시 서울시장에게 보낸 공문의 일부로 서울역 노숙행위 금지조치에 대한 불가피성을 피력하기 위한 내용이다. 위에 따르면, 거리홈리스는 천안함 사건, 오사마빈라덴에 필적할만한 위협세력으로 암시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노숙인 퇴거조치의 이유로 홈리스가 철도안전의 위협세력이자 악취, 구걸, 음주, 소란 등 질서 문란행위의 주범인 골칫거리로 더이상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 강변하였던 것이다.

부산역의 노숙인 퇴거조치의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역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부산역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조치로 철도안전법에 근거하여 역사내에서 노숙행위를 금지하고 상담센터 및 쉼터 이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 부산역사 내 노숙인 출입금지 알림, 2011년 11월 18일, 한국철도공사 부산역장”

서울역 조치보다는 순화된 표현을 쓰고 있으나 ‘안전’, ‘쾌적’을 해하는 집단으로 거리홈리스를 표적삼는 것은 동일하다. 이런 일관된 거리홈리스에 대한 혐오와 낙인으로 짐작되듯, 모 시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부산역 노숙인 퇴거조치 역시 한국철도공사 본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 철도 역사 내 거리홈리스 퇴거조치는 서울역을 시작으로 부산역, 그리고 주요 철도 역사로 확장될 것이 분명하다.

자본의 논리 뒤에 숨겨진 꼼수

부산역은 “점차 기온이 낮아지고 동절기가 다가옴에 따라 부산역 상주 노숙인의 동사사고 및 안전사고 방지를 위하여 부득이 노숙인 출입을 금지”한다고 하였다. 거리홈리스가 얼어 죽지 않도록 한겨울 한데로 내보낸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은 꼼수 축에도 못낀다. 물론 위 변명의 진의는 철도역사내에서 송장 치울 일 있냐는 것이겠으나, 철도역사의 노숙인 퇴거 조치의 본질은 민간기업과 한치도 다를 바 없이 이윤추구만을 절대화하는 철도공사의 사회공공성 포기에서 비롯된다. 부산역은 예외라 할 것이나 점차 철도역은 민자역사화되어 민간자본과 결탁하고 있다. 철도공사 스스로도 안전보다는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한 기회비용 감축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윤을 확대하려 혈안이 돼 있다. 반면, 철도공사가 자본에게 내어주는 친절과 관용은 얼마만큼인가? 지난 10월 11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기공식’이 진행됐고, 그 이전 7월 이미 철도공사는 개발사업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할 것을 결정했다. 삼성 등 개발업자에게 철도공사가 토지비 납부를 3년간 유예해 주고, 1조3,600억원의 토지분납 이자를 탕감하는 한편, 4조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선매입하기로 하는 등 전폭적인 특혜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역 노숙인들을 싸그리 내 몰겠다는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를 결정한 바로 7월의 일이다.

이처럼 부산역, 서울역 구분 없이 노숙인 강제퇴거의 실제 이유는 돈벌이의 장해물은 사정없이 청소해버리겠다는 철도공사의 이윤추구 원칙에 있다. 불결하고 냄새 나는 노숙인이든, 이윤율을 떨어뜨리는 노동자든 철도공사 수익 추구의 한길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철도공사가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고, 철도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따위의 미사여구로 노숙인 퇴거조치를 합리화하는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 철도공사가 이해하는 국민이란 기차표든 백화점 물건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사람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공공의 장소에도 출현하면 안된다는 억지논리를 안전, 쾌적이란 명분을 들어 관철시키려는 것이 바로 부산역,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의 본질이다.

<홈리스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