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현장과 성폭력 문제
임덕영<회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지난 9월 24일 교토에서는 “전국 요세바 교류대회”가 열렸습니다. 요세바는 한국으로 치자면 쪽방촌으로, 오랜 기간동안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아온 저렴한 집이 몰려 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의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이 1년에 한 번 모여서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우애를 다지는 교류대회가 있는데, 올해에는 교토에서 열린 것입니다. 저는 집행위원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이 대회는 모두가 참여하는 전체 회의와 각자 관심이 있는 분야로 나누어서 참여하는 분과 회의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전체 회의의 주제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문제”와 “성(性)폭력 문제”였습니다. 오늘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 이루어진 논의를 조금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인 집행위원회 회의에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성폭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의 차가 컸다는 점이었습니다. 먼저 남성 활동가들은, 여성 활동가들이 다양한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습니다. 성폭력은 강간과 같은 비극적 사건 이외에도,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하는 것, 농담으로 “어이, 나랑 놀자” 라는 식으로 희롱하는 것,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 등 매우 다양합니다. 남성들은 그것이 친한 것을 표현한 거라거나,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 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문제 된 것은 성폭력은 어디에서건 발생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노숙하시는 분들이 여성 상담자에게, 노숙하시는 분들이 노숙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남성 상담가가 여성 상담가에게, 등등.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건들은 노숙하시는 분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회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상은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숙하시는 분들에게 상담을 해온 여성분들은 노숙 당사자나 같이 활동하는 남성 활동가들에게 상처를 입는 경우들도 있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홈리스 행동의 “성폭력없는 성평등한 홈리스행동 내규”가 소개되었습니다. “홈리스 행동”은 작년 11월에, 거리에서 혹은 활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을 예방하고, 또 불행하게 발생되었을 시에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함께 지켜나가자는 약속으로 “내규”를 제안하였습니다. “내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내용이 전체 회의에서 자료로 배포되었고 참여한 당사자와 활동가, 상담가 들 사이에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는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알아차리기 힘들거나, 알았다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이것은 노숙 당사자 뿐만 아니라, 어쩌면 지금 살아가는 모든 남성들에게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에서도 그러한 고민이 있고, 또 논의되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사회는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 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라고도 생각되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요세바 교류 대회의 사진입니다.
▲전체 회의의 모습 |
▲노숙인 임시 숙소에 들어가기 위한 번호표 (전시사진) |
▲요세바 전역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지도 (전시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