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지킴이가 전하는 거리홈리스 이야기
10월, 11월은 밤마다 날씨가 추워지는 관계로 활동 시간이 되면 대부분 역사 안이나 지하도에 많이 계십니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그 곳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미 지하도도 포화상태라 뒤늦게 주무시기 위해 오시는 분들은 바람이 들어오는 계단 바로 옆에서 살짝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서울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혀 있지요. 그래서인지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한가득입니다.
지난 8월 서울역의 강제퇴거 조치와 맞물려 서울시에서 후속대책을 내놓았고 그 중에 100명에게 임시주거지원을 한바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춥고 몸이 아파서 또는 강제퇴거의 후유증으로 불안함에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찾아갔으나 이미 마감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낮엔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저녁에 잠을 자러 서울역에 오시지만 주거지원에 대한 정보를 뒤늦게 아는 바람에 신청조차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보에 취약한 거리홈리스들이 많은 것과, 부족한 물량으로 욕구는 있으나 지원을 받지 못한 거리홈리스에 대한 대책도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날이 추워지다 보니 롯데마트 계단 쪽에 박스집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한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매일 박스 안으로 자러 들어가는 것이, 꼭 관에 들어가는 것 같아.’
거리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대부분 매일이 힘겹게 살아가야하는 전쟁터 같습니다. 살 떨리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잠을 청하는 것이 꼭 죽은 이후 관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거리홈리스에게 강제퇴거라는 이름으로 쫓아내고 단속하기보다 지원을 통해 죽음이 아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대책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