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도미노처럼 차례로 퇴거당하는 사람들, 거리홈리스

<홈리스뉴스 편집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가 시행된 지 벌써 2개월을 가득 채우고 있다. 쌀쌀하고 막막한 새벽바람을 피해 잠시 쉴 수 있는 역사 내부로부터 바깥으로 내몰린 거리홈리스들은 시민들과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첫차가 오는 시간을 기다렸다.

바깥에 있는 거리홈리스들도 무사하지 않다. 서울역을 시작으로 도미도처럼 퇴거의 물결이 퍼지고 있다. 영등포, 용산 등 역사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경비들과 공안들에 의한 잦은 강제퇴거 요청으로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서울역 주변에서도 떠밀리는 거리홈리스

지난 8월, 서울역 퇴거조치가 시행되던 그 때 백화점과 패밀리레스토랑 사이의 긴 공간에서 바자회물품판매가 있었다. 이것 때문에 위 상업시설들은 거리홈리스들이 그곳에서 잠을 청할 수 없도록 내몰았다. 한여름에는 90명까지 잠자던 곳이었으나 어느 순간 그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경비들이 비를 피해서 서 있거나, 피곤한 몸을 벽에 기대고 쉬는 거리홈리스를 영업시간이라며 내쫓았던 것도 수시로 일어났다. 서부역-롯데마트 뒤쪽에서도 한때는 공사 때문에. 그 다음에는 잦은 물청소를 하여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다. 심지어는 비오는 날에도 물청소를 해서 그나마 있던 마른 땅도 젖어버려 박스집을 지을 수 없게 된 적도 있었다.

 

#추워서 지어놓은 박스집도 치우라니

9월 22일 저녁 8시30분경,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서울역 롯데마트 앞 계단쪽에서 일찍 박스집을 짓고 있었던 A씨에게 경비원이 다가와서 밤10시 이후에나 박스집을 지으라고 말했다. A씨는 강하게 거부하고 박스집을 지었다. 젊은 사람들은 대꾸라도 하지만 힘없는 노인들은 조용히 자리를 접는다고 했다. 추위로 일찍 자리를 잡고 집을 지어놓으면 자꾸 치우라고 하니 달리 갈 곳이 없는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자는 것까지 힘들다고 했다.

  2면 도미노처럼 강제퇴거...jpg

공원에 거주하는 거리홈리스에겐 황당하면서도 위협적인 코레일의 퇴거요구 현수막

 

#추석을 앞두고 갑자기 철거하라는 용산역

용산역 근처 공원에는 약30명이 텐트와 박스집을 지어 생활하던 곳으로 낮에는 일을 하러 다니다가 밤이면 잠을 자기 위해 모여든다. 용산역 관계자들, 근처 파출소 경찰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최근 공원 옆에 건설현장사무소가 세워지고, 매달 한번씩 건설관계자들이 찾아와 텐트를 치우라고 했다. 그다지 강압적이지 않아서 이번 겨울은 지나고 봄이 왔을 때 나가게 하겠지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갑자기 추석 전에 ‘공원폐쇄 예정’이라며 추석 다음날인 15일까지 집을 철거하라는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게 되었다. 이에 사람들이 당황해했고, 다소 안정적으로 생활하던 곳에서 나가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겨울동안 지낼 곳을 찾아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잔다고 했다. 내몰린 거리홈리스들은 추위를 피해 역으로 몰려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역무원과 갈 곳 없는 노숙인간의 신경전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등포역에도 은근한 퇴거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에는 영등포역 내부 동서 통로에서 잦은 물청소로 인해 잠을 잘 수 없게 된 거리홈리스들이 역사 바깥으로 내몰렸다.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울역에는 노숙인만 강제퇴거 한다는 것 때문에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등 고민하시는 분도 있었다.

 

누군가는 이럴 것이다. 집에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간간히 일용직에 종사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명의도용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이용당하거나, 저렴한 주거가 없어 떠도는 홈리스에겐 마음 편히 들어갈 수 있는 집이란 모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쉽게 들어가 쉴 수 있는 주거가 있다면, 왜 서울역에서 몇 달, 몇 년, 몇 십년을 떠나지 못하고 있겠는가.

어느 누구보다 더 공공역사를 떠나고 싶은 이들이다. 그러나 폭력적으로 내쫓아서 떠나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닌 것이다. 민관이 협력하여 거리홈리스 각각의 욕구에 부합하는 주거과 일자리, 의료지원, 범죄예방, 수급 등 복지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살고 싶은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벌써 겨울인 것만 같다. 공공역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박스 한 장에 몸을 뉘인 홈리스에게도 아침저녁으로 오싹한 바람이 찾아오고 있다. 이 오싹한 바람은 13일, 어느 홈리스에게 추위를 피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아파트주차장으로 들어가게 하였고 연속적으로 차에 치여 사망하게 했다. 이처럼 공공역사에서 사회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을 매정하고 반인권적으로 내쫓는 코레일과 서울역도 거리홈리스를 점점 죽음으로까지 내몰아내는 것이다. 매년 서울지역에서만 300명 이상씩 거리에서 방치되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거리홈리스를 보더라도, 더 많은 홈리스들이 생겨나며 공공역사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공공역사가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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