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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255
2005.02.03 (23:52:59)





곡성역과 영등포역 사이




[한겨레] 섬진강은 공장이 드문 곳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풍치가 살아있다. 회문산, 지리산, 백운산 등 큰 산들이 깊은 골짜기로 내려주는 물이 모여 이루는 강이니 그 물줄기와 줄나루와 강변길과 마을들에 서려있는 애환이란 다른 강들이 걸친 사연과는 퍽 다를 것이다. 김용택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섬진강에서 잉태되었다. <태백산맥>은 산에서 움파고 살아야 했던 빨치산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삶의 물길은 섬진강에 닿아 있었을 것이다. 섬진강을 두고 동·서로 다른 기질과 맛으로 목청터져 나온 것이 동편제서편제이다. 강을 따라 화개 구례 곡성 순창에서 5일장이 연이어 열리니 장꾼들이 사람들의 소식과 정을 나르는 구실을 놓지 않고 있다. 태안사 천은사 화엄사 연곡사 쌍계사 송광사 선암사 등 큰 절들도 섬진강가 1시간 안 거리에 앉아 있다.

황토·쪽물들이기 원조도 섬진강가에 있다.

해마다 2월말 산수유가 흐드러지면 구례 산동에서는 여순사건 여걸 백부전의 노래인 <산동애가>가 울려 퍼진다. 그 무렵 섬진강변엔 매화도 폭발하듯 꽃망울을 틔운다. 섬진강엔 한때 사라졌던 은어도 올라오고 전에 없던 연어도 치어방류의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요즘 장수식품으로 뜨고 있는 차(茶)의 시배지가 구례 화엄사 앞 장죽전(긴대밭)이고 보름 정도 기다리면 모습을 드러낼 고로쇠약수도 섬진강 주변 큰 산들에서 난다. 한 마디로 섬진강 유역은 풍광좋은 남녘의 풍요로운 물산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토속문화의 보고이다.

섬진강의 가장 걸쭉하고 아름다운 대목은 중류에 해당하는 전남 곡성이라고 생각된다. 상류쪽은 물길이 가늘고 하류는 바다와 가까워 강맛이 떨어진다.

곡성에서 섬진강은 보성강이 합수해 제법 강다운 휘어짐과 푸르름을 보여준다.

곡성 계월마을엔 국내 최대의 강독살이 남아있고 호곡마을엔 그림같은 나룻배가 떠있다. 옛날 송정마을 앞 나루에서 심청이 배를 탔기에 곡성에선 ‘심청 축제’가 열린다. 섬진강 물줄기와 지리산 자락의 자연성으로 미뤄 심청은 그런 자애로운 자연이 길러낸 탓에 인륜에 충실한 성정을 갖춘 시골처녀의 전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매주말 곡성에 간다. 아낙네들을 따라 산골짜기에 야생차를 따러 갔다가 버려져 있는 손바닥만한 산에 그대로 토종 차 씨앗을 뿌려둔 게 지난 봄이다. 벌써 한 뼘 반이나 자랐다. 비료와 농약을 뿌려대는 ‘재배 차밭’ 보다 자라는 속도와 건강의 정도가 두 배가 넘는다. 한겨울인데도 어린 차싹들이 회갈색으로 주저앉은 풀과 흰눈 사이로 파란 잎새를 내밀고 있다. 찻잎의 3분의 1은 노루가 다 뜯어먹고 똥만 오지게 싸놓고 갔다.

나는 이 야생다원에 다니는 길에 자연의 생명력을 보며 ‘웰빙’이란 것을 생각하곤 한다. 참살이? 맘 편하고 질높은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금요일 오후 영등포역을 떠나는 순간 웰빙을 향해 간다는 실감을 하게 되고 월요일 새벽 다시 영등포역에 발을 딛는 순간 ‘인간다운 삶’과는 멀어져 왔음을 확신한다. 나는 일요일 밤 11시 34분에 곡성역에서 막차를 탄다. 지리산 노고단과 섬진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산바람 강바람을 조금이라도 더 쐬고 오기 위해서이다. 곡성역엔 늦겨울까지 플랫홈에 동국(冬菊) 화분 서너개가 놓여있고 환송객이 없으면 역무원이 대신 손을 흔들어준다. 기차가 영등포역에 닿는 시각은 이튿날 새벽 3시 50분. 마주치는 풍경은 빈틈 없이 누워있는 노숙자들의 추위에 움츠러든 잠자리이다. 정갈한 자태의 반백 여인네들 모습도 간혹 눈에 띈다. 서울 노숙자 수가 2000년 400명에서 2004년 7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잠을 잘 자는 것이야말로 생물체에 있어서 웰빙의 기초이다. 질 좋은 잠에는 또한 신선한 공기가 필수적이다. 서울에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서 그 폐해로 한 해에 9천 여명이 폐암 등으로 일찍 죽는다고도 한다. 한쪽에서 유행병처럼 번지는 개별적 웰빙 좇기 보다는 이 사회의 진정한 웰빙을 위해 공동체적인 관심과 대처가 절실하다.

최성민 논설위원 sm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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