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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48
2005.01.28 (09:08:56)






























서울시의 노숙자 대책에 대한 단상
  홍용희(idyddk) 기자
며칠 전, 텔레비전을 통해 서울 지하도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을 보았습니다. 골판지를 깔고 누운 사람들, 휠체어를 탄 사람, 웅크리고 앉아서 추위를 피하는 사람. 얼핏 스쳐가는 그 사람들 사이로 문득 떠오르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털보 아저씨입니다.

저는 지난해 봄, 강남구 포이동에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갓 개원한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독서 지도를 하게 된 것입니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에서 내려 20분쯤 걸어가면 학원이 나옵니다. 마을 버스를 타고 가면 금방이지만 운동 삼아 걸어다니기로 했습니다.

대치중학교 옆을 지나 가로수가 우거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재천이 나오고, 양재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다가 오른편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러면 저만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입니다. 저는 양재천을 건널 때마다 타워팰리스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저기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얼마 뒤, 양재천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한 아저씨를 발견했습니다. 머리가 성성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 그야말로 '털보 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는 돌 사이에 올려 놓은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후후 불며 낙엽과 나뭇가지를 태우는지라 연기가 솟아올랐습니다.

주전자 옆에는 점심으로 보이는 컵라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한쪽 옆에 골판지와 담요가 놓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서 잠까지 자는 듯했습니다.

저는 걸음을 천천히 옮기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저씨 고향은 어딜까?'
'가족은 있을까?'
'사업에 실패해서 거리로 나앉게 된 걸까?'

어떤 날은 라면을 먹고 있는 털보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호호 불면서 라면을 먹고 있는 아저씨를 보고 나서 고개를 드니까, 나무 사이로 타워팰리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뒤, 저는 이따금 털보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끼니를 구하러 갔는지 아저씨를 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수업 시간에 늦을까 싶은 날에는 마을 버스를 타게 됐고, 그렇게 한두 번 편안함에 길들여지다가 아예 마을 버스를 타고 학원에 다녔습니다. 그 후로는 더 이상 털보 아저씨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12월 말, 아이들이 겨울 방학을 하고부터 시간에 여유가 생겨 다시 걸어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아직도 거기에 있을까?'

털보 아저씨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추위를 피해 어디론가 가버린 듯했습니다. 아저씨가 라면을 끓여 먹던 그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돌과 타다 남은 나무조각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역이나 영등포역, 시청 지하도 등 공공시설에 집단으로 모여 있는 노숙자들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다른 길로 돌아가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노숙자들을 강제로 보호시설에 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안은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노숙자 2명이 잇따라 숨진 것에 노숙자 100여 명이 항의한 사건에 대한 노숙자 대책 일환으로 나온 것으로, 그 발상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노숙자도 국민임에 틀림없는데 강제로 시설에 수용하겠다니 말입니다.

서울시가 노숙자들을 특정 시설에 강제 수용하겠다는 것은 반인권적인 발상입니다. 정해진 시설에서의 강제 수용 생활은 감옥 생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죄도 없는 국민을 특정 시설에 강제 수용하겠다는 발상을 하다니! 그 사람들이 정말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무원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서울시가 겨울에 바깥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지낼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은 노숙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항입니다. 국가도 그 누구도 그것을 강제할 권리는 없습니다.

노숙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강제 수용 시설이 아닙니다. 땀흘려 일할 수 있는 직장과 지친 몸을 편안히 뉘일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곧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것입니다. 맑은 봄날, 나는 다시 털보 아저씨를 보고 싶습니다. 아니, 그 새 아저씨가 취업을 했거나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게 되어 영원히 만날 수 없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2005/01/27 오후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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