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마을공동체

 

<김윤이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거처, 열악하지만 계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쪽방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1평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은 밥을 먹는 식당이 되기도 하고, 잠을 자는 침실이 되기도 하며, 놀러온 이웃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거실이 되기도 한다. 같은 층 혹은 건물 전체의 이웃들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화장실과 세면실은 사람에 비해 숫자가 부족하고, 편안하게 몸을 씻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이지만 주거비 부담은 매우 높다. 대부분이 소득의 50%가 넘는 20~30만원을 월세로 지불하고, 남은 돈으로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방 주민들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쪽방 지역을 떠나서는 고단한 몸은 편히 누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도시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보증 월세 또는 일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난한 쪽방 주민들은 일반적인 주택시장에서 당연하게 요구되는 보증부 월세나 전세는 감히 꿈꿔볼 수가 없다. 또한 쪽방지역과 같이 지하철역과 재래시장에서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고 일을 구하기 쉬운 좋은 입지조건을 갖고 있는 지역을 더 이상 도심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개발의 논리에 의해 쪽방 지역들도 계속해서 철거되고 있어 더욱 높아진 주거비를 부담하며 언제 쫓겨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화재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이들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난한 이들에게 마을공동체는 큰 힘이 된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멀리 떨어져 있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이나 친척보다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다. 쪽방 지역에는 가족이 해체되었거나 가족이 없는 단신자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작은 건물에 여러 사람이 함께 살면서 방 이외의 모든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안부를 나누면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가 술을 더 많이 마시게 하여 싸움을 유발하게 되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급전이나 생필품을 융통하거나 일자리를 소개받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몸이 아파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때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건물이 골목을 따라 쭉 늘어서 있고, 공터가 없는 쪽방 지역은 골목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골목은 다양한 정보와 소식이 교류되는 장소가 된다. 쪽방 주민 중에는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한데, 특히 이들에게는 세상과 소통할 때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골목이고, 골목은 마을공동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마을공동체는 의지할 곳 없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기도 하는 관계가 마을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진다.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더 많이 보게 되고, 이러한 관계가 반복되면 마을공동체는 쪽방 주민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쪽방 지역의 재생도 마을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주거지 내 마을공동체의 상실은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면철거 중심의 개발방식을 마을공동체를 사라지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보고 뉴타운에 대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면서 다시 마을공동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고,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이 조례는 서울시 차원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범위에는 ① 주거환경 및 공공시설 개선, ② 마을기업 육성, ③ 환경ㆍ경관의 보전 및 개선, ④ 마을자원을 활용한 호혜적 협동조합, ⑤ 마을공동체 복지증진, ⑥ 마을공동체와 관련된 단체ㆍ기관 지원, ⑦ 마을 문화예술 및 역사보전, ⑧ 마을학교 운영, ⑨ 마을공동체와 관련된 연구ㆍ조사 등이 포함된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필요한 지원을 얻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지원신청을 해야 하고, 서울시나 해당 구청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하여 지원 여부와 지원 금액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쪽방 지역과 같이 가난한 이들이 사는 마을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기업의 육성이나 마을자원을 활용한 호혜적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복지증진 등 사회ㆍ경제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종합적으로 병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개별적인 접근이 아닌 마을공동체 차원에서의 협력과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마을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쪽방 지역을 재생하는 방법으로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매우 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활성화하고자 하는 '마을공동체'에 쪽방 지역이 포함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쪽방 지역과 같이 가난한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을공동체에 대한 필요가 더 큰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4조에서는 “주민은 누구나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할 권리를 가지며 스스로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고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쪽방 지역의 주민도 권리와 책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쪽방 주민을 지원하고 지역 재생의 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단체 차원에서 먼저 쪽방 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여 서울시에 제출하여 지원을 요구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도 쪽방 지역을 철거할 대상이 아닌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필요성과 타당성이 인정되면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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