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124
2012.05.29 (16:18:08)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일본 요세바 역사

 

<임덕영 / 회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일용직 노동자가 밀집하여 살고 있는 곳, 요세바
이번 호에는 '요세바'의 역사를 간단히 다루어 보려 합니다. 요세바는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보통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를 즉석으로 채용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가장 큰 곳으로는 오사카의 가마가사키, 도쿄의 상야를 들 수 있는데요. 노동을 알선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쪽방과 같은 숙박소가 즐비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노동 알선 기능은 점차 쇠퇴하고 있고, 수급자가 그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수급자 마을로 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홈리스는 일용직 노동자가 일거리를 찾기 힘들어져 거리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일용직 노동자가 아직까지 밀집하여 살고 있는 곳이 요세바입니다. 따라서 요세바는 일본의 홈리스를 설명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합니다.

 

요세바의 기원, 노동자 통제와 관리
요세바의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통적인 농촌 경제가 붕괴되어, 농촌에서 살기 어렵거나 신분제를 피하기 위해 원래 살던 곳을 버리고 방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그 중 일부는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거리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때 당시 정부였던 막부는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그 사람들을 모아서 노역을 시킵니다. 그 장소의 이름이 닌소크 요세바(人足寄せ場)입니다.
점차 산업이 발달하고,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오는 사람이 늘어나자, 도시에는 이른바 '슬럼'가가 생기게 됩니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에도 상당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는데요. 이때 도심부에 행상, 거리 연예인, 노점상, 넝마주이가 밀집합니다. 이 슬럼가는 당시 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으로 활용되면서 감옥노동 혹은 수인노동이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즉, 앞서의 요세바는 뒤에 감옥노동․수인노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강제노동이 가장 심했던 곳은 일본 변방인 홋카이도나 사할린, 동북부 지역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이러한 노동형태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기숙사 노동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기숙사는 일본에서 함바라 불리는 데요. 함바는 건설 현장의 식당만을 의미하는 한국과는 단어의 쓰임새가 약간 다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도심부에 집중된 일용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각 식민지에서 연행된 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이때 일본 정부는 일용노무자의 조직화를 꾀하기 위해 '노무보국회'를 만듭니다. '노무보국회'는 건설업자, 하청업자 등이 망라된 조직인데, 이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국적으로 일용직 노동자를 통제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도 '노무협회'로 이름을 바꾸어 존속합니다.

 

고도경제성장기에 형성된 요세바 지역
1950년대에 들어서면, 한국 전쟁이 발발합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역설적으로 경제는 잘 굴러가게 되는데, 일본은 한국 전쟁에 막대한 물자를 수송하여, 경제 발전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따라서 1950년대에는 물건을 만들기 위한 일용직 노동력 공급이 중요하게 됩니다. 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들, 폐쇄된 탄광에서 일하던 사람들 등이 도시로 올라오고, 이들이 밀집된 슬럼가는 팽창합니다. 또 저렴한 임금의 노동도 활성화됩니다. 그러던 슬럼가의 발달과 함께 이들에 대한 차별도 심해집니다. 1961년에 오사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사망으로 간주, 현장에 방치한 데에 항의하는 격렬한 항의행동이 발생합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이러한 큰 규모의 항의행동은 오사카에서만 24번 발생합니다.
이들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에 큰 역할을 합니다. 1960-70년대에 큰 국제 행사가 두 번 열리는데, 하나는 도쿄 올림픽이고, 다른 하나는 오사카의 만국 박람회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노동자들은 이 행사에 필요한 건물이나 도로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혈혈단신으로 몰려든 남성 노동자들은 저렴한 숙박소에서 살기 시작하고, 현재 요세바 지역의 대체적인 모습이 이때 만들어집니다.

 

경제 불황과 홈리스의 확대
그러다 1980년대 말 이후, 일본 경제는 급속도로 정체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시적인 경제 호황도 가끔 생기지만 경제 불황은 오래도록 지속됩니다. 일용직 노동자들 중 외국인 노동자들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자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 모습을 감춥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 폐품 수집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시민․종교단체와 노동조합의 급식활동이 시작됩니다. 한 번에 1,000여명이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요세바 지역뿐만 아니라, 그 외 공원이나 하천 등지에서 생활하는 '홈리스'가 점차 큰 규모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정부와 지방 정부는 '홈리스'라는 단어를 행정에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 이 요세바 지역에 복지 사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고령자를 위한 청소사업(1994년 격렬한 항의행동으로 생김)이 본격화되고, 생활보호 대상자가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2002년에는 10년 임시법으로 '홈리스 자립 지원 등에 관한 특별 조치법'이 만들어지고, 지원이 보다 체계화됩니다. 지금의 요세바는 이전까지의 다양한 단체의 지원뿐만 아니라, 새롭게 마을 만들기를 시도하는 등 이전까지의 모습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한국 홈리스 역사와의 공통점
이상으로 일본의 요세바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일본의 경제적 발전이란 것도 결국 곳곳에서 저렴한 임금을 받고 일을 해온 노동자들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 구체적인 점들은 다소 다르지만 - 한국의 일용노동자들, 그리고 IMF 이후 갑자기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 홈리스의 역사와 공통된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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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오사카 요세바인 가마가사키의 즐비한 업소 간판들입니다. 그 중에는 복지상담 안내 간판도 있습니다. 또 수급자 환영이라는 간판도 보입니다. 1박에 1,200엔이라 쓰여 있는 데(1만 8천원), 주변에는 700엔, 800엔 하는 방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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