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764
2012.05.29 (15:29:01)

[만남]은 인권지킴이나 야학을 통해 만난 홈리스 당사자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꼭지입니다.

 

장애홈리스, 그에겐 더 서러운 현실

 

<홈리스뉴스 편집부>

 

 장애를 가진 홈리스의 이야기.
고령의 나이에 가족도 없고, 장애를 가진 그가 노숙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이었다.

 

지금은 노숙중입니다
지난 4월 말,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던 중에 지하 통로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머리가 하얗게 센, 무표정이지만 상당히 지쳐 보이는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혹시 지금 노숙하세요?”

“네, 1주일 됐어요.”

“아… 무슨 일로 거리에 나오셨어요?”

“병원에서 퇴원했더니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어서 갈 곳이 없네요. 그래서 서울역에 왔어요. 여기저기 방을 알아보고 있는데 휠체어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이렇게 장애를 가진 홈리스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방에 들어가고 싶어서 시설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3년 전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노점상으로 생계를 잇던 그는 하루아침에 건강을 잃어버렸고, 꼼짝도 못하는데다 몸을 의탁할 곳이 없어서 부랑인시설로 들어갔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모든 생활이 불편했었다. 시설에서는 손발이 되어준 사람들 덕에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 틈에서 지내는 것도 좋지만은 않았다. 너무 답답해서 2년이 지난 후,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시설에서 나왔다.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다시 오라고 했지만 그는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1년 동안 작은 쪽방에서 생활했다. 비록 비좁고 시끄러웠지만, 혼자만의 공간이라 편한 마음으로 활동보조인과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했고, 이동목욕서비스를 이용하며 청결을 유지했다. 식사는 무료급식소에서, 대변은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역에서 해결했다.
그러다가 몸이 몹시 아팠고, 입원을 했다가 퇴원했다. 월세방이다 보니 그의 방은 어느새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방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의 사정에 맞는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거리생활은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듭니다
거의 1개월을 꼬박 노숙했다. 서울역 지하통로에서 전동휠체어를 충전하고, 식사는 청량리까지 가서 해결했다. 밤이고 낮이고, 비가 오고 안 오고 간에 휠체어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휠체어 위에서 꾸벅꾸벅 자고 있노라면 몸이 중심을 잃어 땅바닥으로 고꾸라지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부탁해서 일으켜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심야시간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어 119를 불러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60대이고, 체력이 약해진 그가 사람이 오가는 거리에서 잠을 잔다는 것, 불편한 휠체어 위에서 한 달 내내 생활한다는 것은 힘들고,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주거를 얻어도, 그곳엔 또 다른 차별이 있습니다
멀리 의정부부터 수원, 청량리, 종로, 영등포 등 방값 싸다는 곳을 찾아다니며 알아봤다. 그러나 발품에 비해 이득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수급날, 서울역 부근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1층 위치에 쪽방 하나가 비어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그는 한 달간의 휠체어 노숙을 마치게 된 기쁨에 편히 누워 누적된 피로를 풀고 있었다. 꼼짝 못해서 생긴, 금세 곪아버릴 것 같은 부스럼이 생긴 허리와 엉덩이 그리고 피가 몰려 아프고 가려웠던 다리와 발을 시원하게 긁었다. 하지만 씻지 못해 났던 몸 냄새와 온 몸을 긁어대는 그의 모습은 이웃주민들에겐 영 불편했던 것 같다. 집주인에게 항의전화를 했고, 주인은 주민들이 불안해한다며 방을 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다음날,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씻은 후 가렵고 아픈 곳에 약을 바르고, 옷도 새로 갈아입고, 발톱과 손톱을 깨끗하게 정리한 그의 모습은 평범한 동네주민 같았다. 그는 오랜만에 편안한 표정으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말했다.

 

“거리에선 안 그랬는데, 방이라 먼지가 날아다니지 않아서 너무 편하게 잤어요. 여기에서 다시 살아보려구요. 저 머리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올게요.”

비록 겉모습이지만, 이 모습을 집주인이 본다면 마음이 바뀌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그의 앞이고 간에 상관없이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며 무조건 계약하지 않겠으니 방에서 나가라고만 했다.

 

장애+홈리스의 삶
다음날, 그는 새벽 일찍부터 그 집에서 나왔다. 서럽지만, 집주인이 싫다니 어쩔 수 없다면서. 그리고 다시 방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여전히 그가 들어갈 수 있는 방을 구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조금 괜찮은 방은 대부분 보증금이 있어야 하거나, 혹은 주인이 방이 없다고 거절하거나, 가격이 맞아도 계단이 있거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곳들이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그가, 더군다나 홈리스인 그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주거, 홈리스가 살만한 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과 장애를 고깝게 바라보는 차별 어린 시선들이 있어 그는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게 살고 있었다.

방에 들어간 기쁨도 잠시, 다시 바깥으로 쫓겨나온 그는 몸도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에서 휠체어에 앉았다. 그리고 새어나오는 한숨을 머금고 저렴한 쪽방과 고시원을 찾아다니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쉼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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