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홈리스인권-아우성]은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겨울동안 품었던 ‘희망’이

봄을 맞아 ‘절망’이 되었습니다.

 

<홈리스 인권지킴이>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다 보니 한겨울동안 보이지 않았던 여성분들이 꽤나 보였습니다. ‘너무 많다.’ 라는 생각으로 둘러보는데 유독 눈에 띄는 분이 있었습니다. 지하도 통로 한쪽 구석에서 불편하다는 듯이 몸을 웅크린 자세로 쭈그려 앉아있는 중년의 한 여성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쭤봤습니다.

 

“저는요. 집에서 남편이 자꾸 폭력을 써서 지난 1월에 나왔거든요. 갈 데가 없어서 서울역에 왔어요. 밤에 잘 곳이 없어서 서울역 안에 있다가 나가래서 지하도 왔는데요.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낮에는 계단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밀어서 넘어졌어요. 근데 여자들만 자는 곳(희망지원센터 내)이 있대서 거기에서 계속 잤어요. 근데요. 오늘부터는 문을 닫는다고 잘 수 없데요. 어떻게 해요…”

 

여성의 대답에 답답한 기분이었습니다.
3월 16일부터 서울시 거리노숙인 동절기 대책 중 여성들의 잠자리로 이용할 수 있었던 희망지원센터의 야간운영이 폐쇄되었던 것입니다. 이곳에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거리여성들이 임시로 밤을 지새울 수 있었습니다. 폭력적인 위험에 노출된 거리 공간이 아닌 곳에서, 여성들이 그나마 발 뻗고 잘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던 곳이 폐쇄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린 여성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현재 이런 거리여성들을 위한 상담보호센터는 없고, 쉼터도 몇 개뿐이며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여 거리홈리스를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다. 희망지원센터 야간 운영을 폐쇄함에 따라 이 여성들에게 무서운 거리생활을 또 다시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울고 있는 중년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에 조용히 있던 또 다른 젊은 여성이 말을 걸었습니다.

 

“이 언니 너무 불쌍한 거 같아. 앉지도 못하고 아까부터 계속 울기만 해. 뭐 도와줄 방법이 없어?”

 

다른 방법이 없어서 여성의 전화에 연락을 했습니다. 바깥에서의 생활이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어, 여성으로서는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상담원은 하룻밤 잘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의 모습이 더러운지 아닌지를 물어봤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수도시설이 고장 났기 때문에 씻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게다가 노숙을 하고 있는 여성이기에 임시보호하고 있는 다른 여성들이 불편해 할 것이란 말을 했습니다. 또 이 여성은 우울증이 있어서 예전에도 한번 집을 나갔었다며 쉼터 안내도 해드렸지만 본인이 안 가서 하룻밤 자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지원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들려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남편이 무서운데다가 이혼도 해주지 않는다고, 또 여자들이 많은 곳에는 있기가 힘들다고 하는 이 중년 여성이 갈 수 있는 곳은 차가운 아스팔트 길바닥밖에 없었습니다. 이 여성에게 위험한 잠자리를 안내해드린 것이지요. 정말 해드릴 수 있었던 건 매트와 점퍼를 가져다드리고, 무료급식소를 안내해드리고, 무슨 일 생기면 연락 달라고 전화번호를 드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밤을 지새우면서 혼자 있지 않도록 옆에 있었던 젊은 여성에게 이 중년 여성을 맡기고(?) 뒤돌아선 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저 어떻게 해요? 흑흑…”

 

이 중년 여성의 울먹이는 소리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떼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걸어가는 동안에도 거리에 앉아있는 낯선 얼굴들을 봤습니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여성, 한쪽 구석에 앉아 눈치 보는 어린 여성, 불안한 듯 계속 서성이는 여성 등 이렇게 평소보다 3배 많은 거리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언제까지 거리에 버려져야 할까요.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었을까요.

여성은 희망지원센터에서 남성은 희망온돌(지하도 응급대피소) 잠자리를 이용하면서 진정 탈노숙이라는 ‘희망’을 찾은 이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평균 150명의 남성들이 이용했던 응급대피소도 4월 15일로 폐쇄됨에 따라 거리에서 잠자는 이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거리홈리스들이 겨울동안 품었던 희망은 고작 ‘예쁜 말과 일시적인 동정’이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봄이 되었지만 여전히 더러운 길거리에서 자야 하는 이들에겐 차별과 멸시, 두려운 절망이 다시 찾아왔으니까요. 특히 여성홈리스에겐 더 무섭고 고통스러운 거리 생활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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