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에서 세상읽기]는 점점 고통스러워져 가는 ‘세상’을 고발하고, 새롭게 만들어갈 ‘세상’을 꿈꾸는 꼭지입니다.
피로한 사회, 죽어가는 사람들
<홈리스뉴스 편집부>
죽을 힘을 다해서 살다가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무감각한 사회
다시 한 사람의 해고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목숨 앞에서 누군가는 죽을 힘을 다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잔업수당도 받지 않고 낮밤이 바뀐 채 죽어라 일하라고,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죽어라 뛰어 다니라고, 죽을 힘을 다해 살기를 강요하는 사회.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서 살다가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무감각한 사회.
지난 겨울, 서울시에서는 응급구호방이 생겨나면서 서울역 동사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 보도자료에는 매년 겨울이면, 수없이 죽어간 이름 모를 사람들의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지쳤어’라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피로
어떤 사람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피로 사회”라고 부른다.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삶에 대한 공포 속에서 끊임없는 경쟁과 자기계발의 쳇바퀴로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사회. 그 사회 안에서 사람들은 극한의 피로를 견뎌내며 자기 스스로를 착취하는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피로 사회의 구석진 자리에 놓여 있는 홈리스들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피로가 삶을 짓누르기도 한다. 이른바 사회생활을 통한 사회적 관계가 사라진 상황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피로가 그것이다. 이런 종류의 피로는 스스로를 곤욕스럽게 만드는 피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피로는 사람을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으며 모든 공동체와 모든 친밀함을 파괴하기도 한다. 의욕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아무런 의욕도 생겨날 수 없게 만드는 피로. ‘지쳤어’라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피로.
피로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
사람들의 죽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로한 사회는 죽어간 사람들을 돌이켜 보는 걸, 되돌아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피로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디쯤에서 시작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