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노숙' 어제와 오늘> ①깊어지는 사회병리 | |||
[연합뉴스 2005-09-12 11:18] | |||
특히 거리 노숙자의 상당수가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거리에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주거 빈곤층과 무연고 정신질환자, 부랑자 등 잠재 노숙자는 정확하게 집계조차 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노숙자 실태와 대책, 쉼터 및 무료진료소 현황, 정부.지방자치단체.철도공사의 고충, 전문가의 정책대안, 미국과 유럽.아시아 각국의 현주소 등을 종합 점검하는 기획특집 「`노숙' 어제와 오늘」을 10회에 걸쳐 송고한다. 알코올중독.장기노숙 늘어..여성.모자노숙도 "`노숙 예방.노숙자 지원' 범정부 대책 절실" (서울=연합뉴스) 특별기획취재팀 = #풍경 A...2일 오전 1시 서울역 신역사(驛舍) 대합실. 역사 청소시간에 밖으로 쫓겨난 노숙자가 새벽기차를 타기 위해 미리 나와있던 외국인 여성에게 만취상태에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렸다. 이를 목격한 철도공사 공안이 곧바로 이 여성을 사무실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피신시킨 덕에 별다른 불상사가 벌어지지는 않았으나 이 외국인 여성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풍경 B...같은 날 오전 6시 서울역 구역사 앞 광장. 화단, 의자, 바닥 가릴 것 없이 노숙자들이 누워 잠들어 있는 가운데 네댓명은 이른 아침부터 빙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다. 술판이래야 안주도 없이 마시는 강소주판인 그곳을 지나치는 여성들은 한껏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도망치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풍경 C...8월30일 오후 2시께 신역사 대합실에서는 대낮에 난데없는 `누드' 소동이 벌어져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당황케 한 적이 있다. 남자 노숙자와 싸우던 중 힘이 달린 여성 노숙자가 속옷까지 훌렁 벗어던지고 반항한 것이다. 두사람은 가끔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늘 붙어다니는 부부 사이라고 했다. 서울역 주변의 이런 다양한 풍경에서 볼 수 있듯 최근 전국의 주요 역사 주변이나 공원, 지하철 역 등에서 한뎃잠을 자는 거리 노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공공기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전국의 노숙자는 4천42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공식 통계와 달리 대통령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는 비공개 내부자료를 통해 7월말 현재 전국의 잠재 노숙자 수를 9만6천909명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쪽방, 고시원, 정신요양시설, 무허가 기도원, 미인가 시설, 부랑인 시설 거주자 등이 9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위원회는 추산했다. 이 같은 노숙자 증가 양상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처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사회의 빈부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환위기 당시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일시적인 실직 노숙자와 달리 거리 노숙을 생활화하는 장기 노숙자 혹은 부랑자형 노숙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랑자형 노숙자들은 길을 오가는 행인 중에서도 젊은 여성 등을 대상으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느닷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들 노숙자 가운데 상당수는 알코올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올 3월 서울시 조사결과 노숙자 10명중 5-8명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6명 가량은 알코올 의존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흡기로 전염되는 결핵환자도 이들 노숙자에 적지 않게 포함돼 있지만 행정당국은 인권침해 시비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강제 치료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 경찰서 이강덕 서장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술을 사서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서울역 주변에만도 적지 않다"면서 "따라서 노숙자 대책도 단순 노숙자와 부랑자, 알코올 중독자 등으로 구분해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랑자를 비롯해 노숙자 수가 이처럼 증가하는 가운데 길거리는 물론 찜질방이나 쪽방, 여인숙, 종교시설 등에 기거하는 여성 노숙자,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모자 노숙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부부 등 가족 노숙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각 지자체는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노숙자 지원시설 확충개선 △편의시설 개선 및 양질의 식사 제공 △경찰 순찰인력 확충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불황이 계속되는데다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런 일과성 단기대책으로는 사회 구조적인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리 노숙자들이 치료요양소→쉼터→가정 및 직장의 경로를 거쳐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단계별 세부 지원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대책과 주거지원책이 결여된 가운데 제시되는 응급처방으로는 `노숙 탈출구'의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정부 일각의 인식은 마땅한 처방을 찾지 못하는 우리사회 노숙자 문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true@yna.co.kr <특별기획취재팀 = 이명조 이종민 이충원 강영두 이승관 기자> (끝) |
<기획취재:`노숙' 어제와 오늘> ②근본대책 없나 | |||
[연합뉴스 2005-09-12 11:19] | |||
(서울=연합뉴스) 특별기획취재팀 = 노숙자 대책은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고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처방도 없다는 것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고민이다. 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래 정부가 매년 약 100억원의 관련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노숙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거리 노숙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거 군사정권이 했듯이 부랑자를 강제수용하면 역풍이 너무 거셀 게 뻔하고 노숙자 복지 향상에 주력할 경우 노숙자가 거꾸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예견돼 정부.자자체로서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의 노숙자 정책은 공식 통계에 포함된 거리 노숙자와 쉼터 노숙자 위주로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말 현재 거리 노숙자와 쉼터 노숙자 4천422명은 지난해 같은 달 4천366명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56명 줄었으나 2001년 1월 6천127명을 고비로 떨어진 뒤 2002년 2월이후 지속적으로 4천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7월말 현재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는 1천276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노숙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01년 1월 632명의 2배에 달한다. 노숙자 통계를 정확하게 산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당초 기대와는 정반대로 노숙자들이 쉼터나 자활센터의 문을 박차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 64곳의 노숙자 쉼터 가운데 10곳이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거리 노숙자 증가와 더불어 정부나 지자체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고민은 과거 이른바 `IMF형 노숙자'와는 달리 부랑자로 전락한 상당수의 거리 노숙자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있다. 지난 1월 서울역에서 발생한 노숙자 난동사태 직후 서울시가 강제보호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적이 있어 `무리수'를 두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숙자 상당수가 사실상 부랑자와 크게 다르지 않고 각종 질환마저 앓고 있어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잘못 접근하면 인권침해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해 둘 경우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어 마음이 개운치 않은 기색이다. 서울시 노숙인대책팀 민화영 주임은 "과거에는 노숙인를 부랑인으로 분류해 강제 수용했으나 1986년 `형제복지원 감금 사건' 이후 정부는 강제수용을 포기했다"며 "현재로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복지부 손덕수 사무관은 "정부로서도 근본적인 노숙인 대책을 내놓고 싶지만 예산과 인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숙인 이외에도 취약계층이 많은데 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숙자 문제가 금세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정부 대책이 제도적 기반없이 근시안적으로 이뤄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정부가 노숙자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것도 올초 보건복지부가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운영 규칙'을 개정한 것이 사실상 처음이다.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노숙자는 일시적 경제사정에 의한 경우가 대다수였으나 이 규칙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거리를 방황하면서 시민에게 위해와 혐오감을 주는 정신착란자, 알코올중독자, 걸인, 앵벌이, 불구폐질자 등'(1987년 보건사회부 훈령 523호)으로 정의되는 부랑자와 같은 취급을 받아왔다. 복지부는 올초 뒤늦게 관련 규정을 바꾸면서 `생업수단의 유무'에 따라 부랑자와 노숙자를 구분했다. 자활의지가 있어 돈벌이를 하고 있으면 부랑자가 아닌 노숙자로 인정해 적절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교롭게도 노숙자에 대한 법적 근거를 처음 마련한 올해 노숙자 업무를 지방이양사업으로 선정해 지방자치단체에 대부분 떠넘겼다. 미국의 경우 노숙자 문제를 1980년대 초반까지는 주정부에 맡겼다가 1987년 이른바 `맥킨니법(Mckinney Act)' 제정을 계기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다루기로 한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노숙인 대책은 중앙정부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에 따라 지방으로 이양된 측면이 있다"며 "노숙인들과 실제로 맞부닥치는 지자체가 업무를 맡은 만큼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현장의 실태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으라는 주문이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가 노숙자 문제를 민간단체에 의존한 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지자체별로 접근방식이 다를 경우 사태가 더 복잡하게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강북구에서는 노숙자 쉼터가 한 곳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구청은 이에 대해 노숙자를 모두 귀가조치하거나 부랑자 시설로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7월말 현재 광주광역시와 충북에는 거리 노숙자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 복지부 통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울시 노숙인대책팀 신종한 팀장은 "정부든 지자체든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지속적인 상담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이는 복지선진국도 마찬가지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true@yna.co.kr (끝) |
<기획취재:`노숙' 어제와 오늘> ③허술한 쉼터 | |||
[연합뉴스 2005-09-12 11:22] | |||
(서울=연합뉴스) 특별기획취재팀 = "내 몸에서 나는 냄새 정말 고약하지? 노숙자 쉼터에 가봐. 이불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내가 짐승도 아니고..." 유난히도 악취를 풍기는 노숙자 최모(45)씨가 노숙자 쉼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다. 노숙자 쉼터의 열악한 환경 문제는 1998년 쉼터가 우후죽순 문을 열면서부터 끊임없이 지적돼 왔지만 언제나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8월 현재 전국의 104개 노숙자 쉼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운영 규칙'에서 제시한 시설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천애재활원과 은평구 역촌동 은평사회복지관 등 두 곳에 불과하다. 설치운영 규칙은 노숙자 1인당 3평(상시 30인 이상 시설)∼4평(상시 30인 미만 시설)의 면적을 확보토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쉼터는 1인당 면적이 2∼3평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숙인 쉼터는 대부분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활용한 것이어서 시설기준에 맞지 않는다"면서 "향후 5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신축건물에 대해서는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외환위기 초기에 급증한 실직 노숙자들을 긴급 수용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된 쉼터들이 지금까지 아무런 시설 개선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쉼터 환경 개선 업무를 쉼터 운영자와 거주 노숙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간주하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국실직노숙인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정은일 사무국장은 "쉼터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제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쉼터의 시설 환경 외에 기능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노숙자 쉼터를 찾기가 힘든 형편이다. `부랑인.노숙인 보호시설 설치운영 규칙'은 노숙자 쉼터를 `노숙인을 입소시켜 숙소를 제공하고 재활 및 자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쉼터는 노숙자들이 하룻밤을 묵어가는 `여인숙' 기능에 머물고 있을 뿐 직업 교육이나 일자리 지원과 같은 노숙자의 재활과 자활을 도와주는 본래의 기능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노숙자 재활전문 쉼터로는 지난해 2월 문을 연 `비전트레이닝센터'가 유일한 실정이다. 이 센터는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사회성 손상 노숙자를 상대로 6개월에서 1년 과정의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적정 수용 인원이 전체 노숙자 4천여명의 5%에 불과한 220명에 그치고 있다. 노숙자들이 실제로 애타게 바라는 것도 일시적인 잠자리 제공이나 급식이 아니라 일자리 지원이다. 서울시가 지난 2월초 거리노숙자 687명, 쉼터노숙자 1천7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거리노숙자의 41.6%가 `일자리 제공'을, 쉼터 노숙자의 23.9%가 `취업알선'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에서도 노숙자들의 48%가 노숙을 벗어나기 가장 어려운 이유로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지원센터 소장인 임영인 신부는 "일자리를 통해 안정감을 얻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을 한다는 자존감도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거리 노숙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노숙자 쉼터는 줄어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비록 시설 환경 및 기능면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고는 하지만 쉼터는 거리노숙자들이 `소낙비'를 피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 최일선 시설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거리노숙자는 2000년 1월 423명에서 올해 8월 1천276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쉼터는 154곳에서 104곳로 50곳이나 감소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현재 쉼터 64곳 가운데 10곳은 노숙자들이 이용을 꺼려 잠정 폐쇄된 상태다. 서울시 노숙인대책팀 홍문기씨는 "몇몇 쉼터는 이용하는 노숙자가 없어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라며 "날씨가 추워져 노숙자들이 몰려들면 다시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정 폭력이나 가정 해체의 여파로 늘어나고 있는 여성과 가족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에 따르면 1999년 신규발생 노숙자 6천130명중 여성은 271명으로 4.4%에 불과했으나 2002년 신규 노숙자 2천431명중 530명을 차지, 22%까지 급등했다. 이어 2003년 이후에는 해마다 300명 가량이 새로 발생해 신규 노숙자의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여성과 가족 노숙자가 입소할 수 있는 쉼터는 전국적으로 16곳에 불과해 8월말 현재 335명이 이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은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노숙생활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여성들은 성폭력 등 거리생활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노숙을 택하지 않는다"면서 "PC방, 사우나, 여관 등 불안정 주거에서 생활하는 잠재된 위험군은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그동안 여성노숙자는 소수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정책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고, 여성가족부의 관심대상에서는 아예 배제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여성의 노숙 문제가 아동문제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tr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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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노숙' 어제와 오늘> ④질환관리 시급 | ||||||||||||||||||||||||||||||||||||||||||||||||||||||||||||||||||||||||||||||||||||||||||||||||||||||||||||||||||||||||||||||||||||||||||||||||||||||||||
[연합뉴스 2005-09-12 11:23] | ||||||||||||||||||||||||||||||||||||||||||||||||||||||||||||||||||||||||||||||||||||||||||||||||||||||||||||||||||||||||||||||||||||||||||||||||||||||||||
중증질환.알코올 중독 많아 "의료지원 전문화해야" 간염.결핵 등 전염성 질환에도 무방비 노출
(서울=연합뉴스) 특별기획취재팀 =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화장실에서 2명의 노숙인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역 일부 노숙인들이 철도공안원에게 맞아 숨진 것이라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으나 부검 결과 폭행당한 흔적은 없었으며 폐렴 등 지병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노숙자 가운데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비율이 크게 높아져 노숙자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인 경제사정으로 인해 거리로 나온 실직 노숙자들이 대부분 사회로 복귀한데 비해 현재 남아있는 노숙자들은 오랜 거리생활에 시달린 장기 노숙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장기 노숙자는 정신적, 육체적 질환으로 인해 자활 의지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 보현의 집 기초해결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노숙자는 모두 1천82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744명(68.8%)은 각종 질환이 발견돼 별도의 진단과 치료를 일선 의료기관에 의뢰했다. 서울지역 노숙자들은 쉼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데, 검진후 즉시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도 올해 39명에 달했으며 암 진단을 받은 노숙자도 4명 있었다. 노숙자가 급증했던 지난 98년 6월 외환위기 당시 보건복지부가 서울역, 영등포역 등의 거리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조사에서는 유병률이 33%에 불과했으나 7년만에 2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보현의 집 관계자는 "노숙인의 대부분이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가운데 3명 중 1명은 비교적 심각한 상태"라며 "병원의뢰 노숙인의 약 70%는 알코올성 간질환과 정신질환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시가 광역정신보건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노숙자 합동진료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숙자 536명 가운데 78.6%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으며 64.2%는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의 유일한 거리노숙자 진료소인 서울역 무료진료소에도 최근들어 진료를 받기 위해 찾는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곳에서 진료를 받은 노숙자는 모두 1만2천43명으로 월평균 2천408명에 달해 2003년 1천510명, 지난해 1천906명 등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근골격계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으나 간염이나 결핵 등 전염성이 있는 질환에 걸린 노숙자도 수십명에 달한다고 진료소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역 무료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상효 공중보건의는 "일반 행인들이 노숙인들의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그러나 동료 노숙인들에게 퍼질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나마 스스로 진료소를 찾는 노숙인들은 치료 의지가 있지만 삶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며 "서울역 노숙인들 가운데 일부는 수개월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사실상 시한부 인생"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지난 98년 이후 서울시내 거리에서 매년 300~400명의 노숙자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자체, 경찰 등 현장 실무자들과 전문가들은 노숙자 가운데 알코올 중독자나 정신질환자들의 경우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이들 질환자는 부랑자와 다름없어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랑자 시설로 입소를 유도해 24시간 생활하면서 장기적인 치료와 자활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노숙자로 간주해 쉼터에 보낼 경우 대부분 음주문제 등으로 강제 퇴소를 당하거나 스스로 적응하지 못해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노숙이 만성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시민.인권단체들은 노숙자에 대한 강제수용은 어떤 식으로든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의협 정일용 박사는 "제3자의 입장에서 노숙인의 처지를 판단하고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다만 알코올 질환이나 정신 질환자들은 기존의 쉼터 외에 다른 보호체계와 구호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r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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