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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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노숙인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노숙인이 된 사람들, 그들의 울분과 저항에 화답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3월호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문헌준 대표





처음 나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경찰과의 대치를 알려 주며 꼬지를 열심히 다녔던 아저씨가 손수레에 실려 가다 죽었는데 어찌해야 되냐고 전화로 제보해 주던 쪽방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감정과 몸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자판기 커피를 몇 잔을 뽑아 들며 담배를 연신 피워댔다. 헛구역질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몸은 후끈거리며 열이 나고, 같이 부검에 참여하기 위해 온 동료들은 부검에 들어 갈 자신이 없다고 망설였다. 부검을 안내한 남대문경찰서 반장은 부검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침울함을 더해 줬다.



부검을 마치고 나오며 부검장 밖을 서성이던 가족들을 만났다. 폐결핵으로 죽었다며 특별한 외상이 없음을 강조하는 경찰의 얘기에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가 “살기 힘들어요…”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시선을 돌리는 가족들 앞에서 달리 드릴 말이 없었다.



그렇게 서울역 노숙인 이씨는 최소한의 의료적 조치조차 받지 못하고 결국 손수레에 실려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거리에서 죽어갔다. 손수레에 실려 공익들에 의해 옮겨지던 동료를 보고 삽시간에 타살 된 것으로 소문은 퍼졌고, 경찰도 외상이 없음을 계속 강조했지만 부검을 위해 샅샅이 해부되던 고인의 몸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 몸이 저 지경까지 되어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되었는지 허탈함이 밀려 왔다.

마침 이씨가 해부되던 그 옆자리 해부대에서는 부검을 하던 부검의들이 쪽방에서 사시다 영양실조로 사망하셨다는 육순의 할아버지를 놓고 체중미달로 병역면제를 받은 이회창씨 아들의 체중을 할아버지 체중과 비교하면서 양쪽 다 믿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키가 168cm라는 할아버지는 어떻게 살아 오셨는지 뼈가 드러날 듯 한, 마치 미이라와 같은 모습으로 오그라들어 계셨다.



39세의 나이, 손수레 위에서 사망한 이씨가 죽기 직전까지 폐결핵으로 심한 호흡곤란 상태였을 거라는 부검의의 말을 들으며 이씨의 병원 이용 기록을 찾아보니 단 한번 병원을 이용한 기록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씨의 비참한 죽음이 목격되어 발생한 서울역 사태가 있던 당일, 그렇게 취재에 열을 올리던 언론은 경찰이 사체를 빼고 병력도 함께 빼버려 그 분노가 대합실로 향하게 되었던 그 10여분의 상황만을 편집해 결국 난동과 소요,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히며 술에 찌든 노숙인의 이미지를 무섭게 재가공해내며 ‘시민의 편의와 노숙인의 대립’으로 악의적 대립 구도를 확산시켰다.



그것이 아니요! 그것이 아니라! 민자역사 대부분의 공간을 상업용 공간으로 다 내어주어서 시민들이 있을 공간은 잠시 앉아 있을 대합실 의자로 몰리도록 가뜩이나 좁게 해놓고, 공공성을 지닌 공간은 코딱지만한 아이들의 놀이방밖에 없으면서도 민자역사라 포장하고 있는 반공공성의 문제는 한줄 기사꺼리조차 되지 못한다.

또한 서울역과 같은 공공역사가 노숙인으로 태어 난 것이 아니라 노숙인이 된 ‘한계계층’의 사람들이 몰려 들 수밖에 없고 그런 계층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어떠한 지원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거리에서 죽어가도록 객사를 방치하고, 응급상황에 처한 사람이 노숙인이든 누구이든 위급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의료적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역과 같은 다중 이용시설의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비집고 들어 갈 틈조차 없다. 오로지 민자역사를 이용하는 시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노숙인은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고 있다.



과연 노숙인의 존재는 ‘공공의 적’일까? 노숙인들의 1․22 서울역 집단투쟁이 한달여가 지나가고 있다. 노숙관련 단체들과 인권․사회단체들이 연대모임을 구성했고, 여러 측면에서 노숙인들의 집단투쟁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그것은 오늘날처럼 ‘적’은 분명히 있으되 ‘적이 사라진 시대’에서의 ‘공공의 적’은 자본주의 폐해와 우리사회 취약한 사회안전망의 수준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노숙인의 존재가 아니라, 진짜 잘 보이지 않는 ‘공공의 적’은 근원적으로 이러한 불편을 시민에게 안겨주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국가정책'임을 밝혀내는 투쟁이다. 또한 사소한 일상에서 조차 공원에 벤치를 만들지 않아 시민들을 불편하게 해놓고 그 이유를 “노숙인들이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이 인색한 ‘국가’보다는 자신의 쉴 공간을 빼앗아 버린 ‘노숙인’을 비난하게 만들고, 이윤 추구를 위해 민자역사의 공간을 다 내어 주고 비좁아진 공간에서 노숙인과 시민을 서로 대립하게 하고 어쩌면 함께 억압당하는 구조를 만드는 진짜 ‘공공의 적’인 국가와 자본을 향해 여론을 돌려내고, 노숙인과 같은 한계계층에 대한 근본적 권리보장 정책을 제기해 내는 지난한 투쟁이라 생각한다.



누군들 ‘거리 노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달동네, 산동네, 비닐하우스 촌, 경제적으로는 궁핍했지만 서로 몸 비비며 부족함을 나눌 수 있었던 공간들은 이제 우리 시야에서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자산이 없는 노숙인과 같은 위기계층들이 비공식․일용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거리 노숙’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도심지 ‘최후의 주거지’ 쪽방촌마저도 녹지조성과 주거환경개선을 이유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거나 소득에 비해 과도한 주거비로 인해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 8년간 노숙인 지원체계를 이용하고 거쳐 갔던 분들을 통해 노숙인과 같은 ‘한계계층’ 대부분은 가족과 같은 기본적인 관계와 지지망이 해체되어 오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해 왔고, 자산도 형성되어 있지 않아 거리, 쉼터와 같은 사회복지시설, 쪽방과 여인숙, 고시원 등의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단신빈곤가구이며, 그 고단한 삶은 그만큼 최소한 보장되어야 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삶을 살아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빈곤화와 불평등 구조가 그대로 녹아 있는 노숙인의 삶에 주목하지 않고 ‘노숙’의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귀결시키고 거리에서의 죽음을 방치하는 체제에 대항해야 한다.



서울역 사태를 거치며 서울시는 노숙인 대책을 발표했다. ‘쉼터 중심에서 일시 이용․편의시설(세탁과 목욕, 상담, 일일 잠자리 서비스 제공)인 상담보호센터(일명 Drop in center)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단편적인 대책을 근본대책이 마련 된 것처럼 발표하고 있고, 철도공사도 중앙부처도 나름의 대책을 만드느라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대책은 일회적 대책으로 그칠 뿐 정책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의 국면이야말로 지난 8년간 노숙인의 실체에 접근해 오며 시설 수용과 보호, 응급구호 대책 중심이 아니라 오랜 빈곤화의 과정에서 노숙에 이르게 된 노숙인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시켜 누구에게나 필요한 주거와 의료, 일자리 등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노숙인 지원체계는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노숙인 복지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조직하고 이를 사회화하기 위한 연대에 나서야 할 때이다.



자신들의 동료가 손수레에 실려 가는 것을 보고 그 모습이 오랜 배제를 경험한 자신들의 최후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한 노숙인들의 울분과 저항에 화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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