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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조회 수 : 1425
2005.03.26 (13:13:11)





"거리에서 주는 밥 먹으며 인간으로서 자존심 무너져"

"자활의지 있는 노숙자들끼리 생활하는 쉼터 필요"





21일 저녁 9시 서울 중구 회현역 지하차도.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숙자들이 하나둘 씩 모여든다. 반주로 마신 소주에 이미 반쯤 취한 노숙자도 눈에 띄었지만 이 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비교적 행색도 깔끔하고 건강해 보였다. 아직 장기 노숙 생활에 접어들지 않은 상태로 자활 의지를 가진 노숙자들이 많다. 지하도 중앙에 쓰레기통으로 쓸 박스를 만들어 놓고 가장자리에 켜켜이 박스집을 지으며 나름대로 길거리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에서 노숙 생활의 노하우가 느껴지기도 한다. ‘노숙자다시서기센터’ 상담반이 다가와 쉼터 입소를 유도하지만 노숙자들은 별 반응이 없다. 3월 중순이지만 밤이면 여전히 한기가 느껴지는 콘트리트 바닥. 이들은 왜 쉼터에 가지 않고 길거리 생활을 고집하는 것일까?





“좁은 공간에 70~80 명씩 우글우글거리는 쉼터에 뭐 하러 들어가. 편하게 발 뻗고 누울 수가 없어. 술 먹고 온 사람, 주정하는 사람, 안 씻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 넣으니 냄새 때문에 잠을 못 자.”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빚만 지고 노숙을 하고 있다는 정모(56)씨는 “오죽하면 쉼터보다 거리 생활이 더 낫다고 하겠느냐, 거리만도 못한 쉼터를 노숙자 대책이라고 내 놓는 정부 당국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노숙자가 됐다는 김모(55)씨는 “쉼터에 가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내가 벌어온 돈으로 같이 ‘술 먹고 밥 먹자’고 조른다”며 “나처럼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노숙당사자모임,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노숙자

135명을 대상으로 쉼터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49명은 ‘만족하지 않는다’, 57명은 ‘그저

그랬다’고 답했다. 78.5%의 응답자가 부정적인 답변을 한 셈.



쉼터가 불만족스러운 이유에 대해서는 16명이 ‘생활하는 사람이 다양해 적응이 어려웠다’는 점을 꼽았다. 노인이나 근로능력 미약자, 건강 상태, 알코올 중독 상태, 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유형의 노숙자들을 한 곳에 몰아 넣는 것 자체가 노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 노숙자들은 또 “내부반식 생활로 사생활 보장이 전혀 안되고 있음”, “따라야 할 규칙이 너무 많음”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노숙인 인권 공동 실천단 이동현 간사는 “노숙자들이 술 먹고 부랑인 생활을 하기 위해 쉼터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거리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쉼터의 운영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 노숙자들을 무조건 부랑자로 보는 일반인의 시각도 교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노숙자대책팀 홍문기씨도 “노숙인 상태에 따라 쉼터를 유영화해야 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쉼터 유영화를 올해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쪽방에 대한 시설 기준도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노숙인 지원단체의 지적이다. 현재는 쉼터 시설 기준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데다 쉼터에서 수용 가능 인원을 신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원을 초과해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시 노숙자대책팀 홍문기씨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1 명당 3.33평의 공간을 주도록 쉼터 기준이 마련됐다”며 “쉼터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수 백명 거리 급식 언제까지 방치?














ⓒ미디어다음 김준진
회현역에서 50m 가량 떨어진 저녁 8시 서울 중구 명동 중앙 지하도. 배식을 기다리는 수 백 명의 노숙자들이 지하도를 꽉 매운 채 줄지어 섰다. 매일 저녁 1000 여 명의 노숙자들이 한 끼 식사를 위해 이 곳을 찾는다. IMF 사태 이후 이곳 거리 급식은 7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여태껏 실내에서 급식할 수 있는 급식소가 마련되지 않아 공공 장소에서 진행되는 급식에 노숙자들 뿐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도 적지 않다.



서울역에서 만난 노숙자 김모씨(55)는 “굶으면 굶었지 거리 급식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밥 한 끼 먹으려고 수 백 명의 무리 안에 서 있으면 내가 인간인가 동물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듭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무너지게 되는 거죠. 한편으로는 그런 구걸에 내가 길들여질까 바 겁이 나요. 아직 전 일할 수 있고 그 정도로 전락할 단계는 아니거든요.“





‘노실사’ 문헌준 대표는 “길거리 급식을 당연하게 여기는 복지 행정은 노숙자들을 복지 권리를 주장하는 인격체가 아니라 구호와 시혜의 대상으로만 전락시킨다”고 말했다. 거리의 노숙자를 부인하고 쉼터에서 보호돼야 할 존재로만 보는 행정 마인드가 자활이 가능한 노숙자들까지도 장기 노숙자로 전락하게 만든다는 것. 실내 급식을 통해 노숙자들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노숙인 지원단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 노숙자대책팀 홍문기씨는 “서울시에서 실내 급식소 건립을 추진했지만 급식 단체들이 협의체 구성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보류됐다”며 “언제까지 거리급식을 방치할 수는없으므로 이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근로 유명무실 비판에

서울시 “노느니 2만원이라도 버는 게 낫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서울시는 생활보호상담센터(drop-in center)를 통해 노숙자 공공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노숙자들은 공공근로를 신청해 쓰레기 처리, 거리 청소 등의 노동을 하고 일당 2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근로 일수는 한 달에 15일로 제한된다. 매일 4개 상담센터에서 50~100명의 신청자들이 공공근로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예산 10억원을 투입한 공공근로 대책이 노숙자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을까.



“공짜로 돈 주기 싫으니까 ‘생쑈’를 하는 거지”

회현역 지하차도에서 만난 노숙자 송모씨(53)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루 2만원을 받느니 건설현장에 나가서 일하는 게 훨씬 낫다는 반응이다.



“일당 2만원 받고 15일 일하면 30만원 밖에 안 돼. 쪽방비 20만원 내고 나머지로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데. 그런 식으로는 노숙자 생활 평생 못 벗어나.”

박모(50)씨는 서울시가 노숙자 대책으로 내 놓은 공공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매일 아침마다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거리를 찾는다는 김모씨도 한 마디 거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100이라면 공공근로는 20만 하고 살라는 거야. 공사 현장에서 수 십년을 보냈는데 공공근로까지 안 하더라도 일해서 돈 벌 노하우는 있다고.”



명동역 지하차도에서 잠을 청하던 김모(51)씨는 노숙인 인권 공동실천단 도움으로 컴퓨터 등 직업 교육도 받고 있지만 ‘아날로그 세대’인 탓에 젊은이들과 같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근로가면 쓰레기 치우고 포스터 떼고 대충 시간 때우다가 도장 받고 돈 받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직업이 되지 않고 겨우 연명하는 생활이 반복될 것”이라며 “지금은 경기가 어려워 일자리가 없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는 거리 생활을 하면서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숙자들은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가 없어 일하지 않는다는 일반인의 편견과 달리 노숙자 실태 조사 결과 노숙자의 85%는 적극적인 구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노숙자들의 경우 불황 탓에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셈.



노숙자들은 구직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일자리를 알아봐도 일거리가 없다’(38.3%), 나이가 많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일거리가 없다‘(23.6%), ’일정한 주소지가 없어서 연락 받을 곳이 없다‘(18.2%), 그리고 신분증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구직활동에 가장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는 ‘일정한 주소지 확보(연락처, 쉴 곳)’(34.2%), ‘취업알선 및 구직정보 제공’(21.2%), 신분증복원(13.4%) 등을 들었다.



노숙인다시서기센터 박종국 사회복지사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노숙인들에게 노느니 공공근로라도 하라는 취지에서 공공근로 사업이 시행됐고 예상보다 참가인원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응급 구호 정책으로 공공근로 정책을 편 뒤 장기적인 일자리 방안 마련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박 복지사는 “당장 거리에 나와 있는 분들이 거처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 공공근로 정책이라면 자활 후견 기관 등 장기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2단계 정책도 후속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노숙자 정책이 쉼터 입소라는 땜질식 정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숙자 당사자들과 지원 단체의 생각이다. 노숙자 문제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가 낳은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부와 시민사회가 장기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동현 간사는 “거리 노숙자들은 자본주의가 배설한 쓰레기들을 몸으로 떠안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노숙자들을 사람들의 시야에서 안 보이도록 하는 정책이 아니라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장기적인 주거, 의료, 일자리 등의 대책 마련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한 행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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