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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104
2012.08.20 (21:48:29)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 1년을 맞다

<홈리스뉴스 편집부>

 

"서울역이 안전사각지대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국민에게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서울역을 돌려드리기 위한" 것이라던, 한국철도공사의 ‘서울역 야간노숙행위 금지’ 조치가 오는 8월 22일로 꼭 1년을 맞이하게 된다. 위 조치에 따라 서울역은 과거 새벽 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만 폐쇄했던 서울역 폐쇄시간을 오전 4시까지로 연장했다. 또한 개방 시간에도 서울역 측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거리홈리스들을 서울역으로부터 솎아내고 있다. 이를 위해 경비업체를 통해 ‘특수경비용역’을 고용하기도 하였다. 철도공사와 업체와의 계약서에 따르면 이들의 주 업무는 “뚜렷한 목적 없이 체류하는 자에 대한 계도 및 퇴거”로 적시돼 있다. 철도공사는 이 업무를 위해 2년간 4억 6천만원의 비용을 스스럼없이 지출한 것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누구든 서울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경비용역이 “우리집에 왜 왔니” 따위의 질문을 하는 법은 없다. 노숙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걸로 대답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1p.jpg 강제퇴거 조치 1년이라는 현실
서울역 퇴거조치에 저항하는 22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작년 7월 말 약칭, ‘서울역 공대위’를 구성하고, 서울역 퇴거조치 철회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한국철도공사와 서울역과의 면담을 통해, 서울역 퇴거조치의 문제점을 전달하고 서울역과 홈리스 모두가 상생할 정책제안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당초 8월 1일로 예정이었던 강제퇴거시점을 약 20여 일 늦췄을 뿐 공대위 측의 요구를 어느 것 하나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8월 22일 새벽을 기해 철도공사는 강제퇴거를 자행하였다.
서울역 공대위는 강제퇴거방침을 규탄하는 집회를 시작으로, 한 달간 서울역 광장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하였다. 철도공사는 농성단을 형사고소하고, 경찰과 구청에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는 등 대화의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역 공대위는 서울역사의 개방을 요구하는 1박 2일 밤샘 투쟁을 전개하고, 서울역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와 홈리스 인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회와 포럼, 서울시장과의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대전 철도공사 본사에 찾아가 집회를 갖고, 뜻을 함께하는 국회의원들과 국정감사를 통한 압박도 펼쳤다. 서울역에 홈리스들이 거주하고 있음을 인정해달라는 서울역 집단 전입신고를 진행하고,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서울역 앞 1인 시위와 금요일 밤마다 서울역 사랑방이라는 문화제를 열었다. 공대위 뿐 아니라 시민사회진영의 연대도 이어졌다. 보건의료인들이 강제퇴거를 철회하는 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여러 단체들이 항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지역의 복지단체들도 한 달간 1인 시위를 진행하고, 태국의 반빈곤 단체들은 한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철도공사라는 움직이지 않는 옹벽을 향해 꾸준히 저항의 돌을 던져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강제퇴거 조치 1년’이라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고품격 서울역?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공항철도 개통에 따라 서울역을 "고품격 서울역"으로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다. 5월 '전국신상품전시장' 운영을 시작으로 '공예품 전시장'을 만들고, 연말까지 서울역을 재단장해 내부공간을 더욱 고품격화 할 계획이라 한다. 현재만 해도 서울역의 임대 및 광고수입은 37억원에 달한다는데, 향후 서울역의 영업장 기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철도공사가 노숙인 퇴거조치의 목적으로 제시한 “안전하고 쾌적한 서울역”은 돈 쓰기 좋은 서울역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상점들이 대합실을 차지하는 대신, 홈리스들에게 점령당할까 두려워진 대합실 의자는 상당 부분 치워졌다. 대합실에 잠깐 동안 머물던 거리홈리스들은 특수경비용역들의 출현에 산개해야 한다. 굳이 용역들의 퇴거명령이 없더라도, 그들의 출현자체로 홈리스들은 대합실 문밖으로 몸을 피한다. 주말이나 명절과 같이 서울역 이용객들이 증가할 경우, 특수경비용역들의 활동무대는 대합실 밖으로까지 이어진다. 올 여름에는 서울역 광장에 나와 순찰을 하는 모습도 목격된 바 있다. 역사 내부 뿐 아니라 거리홈리스들의 잠자리는 더욱 축소되고 있다. 여름이면 평소 100명에 육박하는 거리홈리스들이 밤을 보내던 L마트 주차장 옆길에서 더 이상 홈리스들의 모습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서울역 퇴거조치 이후 L마트 역시 퇴거조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서울역 인근에 있는 서소문 공원 역시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노숙행위를 금지시켰다. 서울역에서 내몰린 홈리스들이 또 다시 제2, 제3의 장소에서 내침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 서울역을 중심으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의 숫자는 강제퇴거조치 당시와 비교했을 때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본 단체가 8월 3일, 10일 이틀에 걸쳐 파악한 서울역 인근 홈리스들은 평균 282명으로 나타났다. 강제퇴거 직후이자 서울시의 후속대책이 진행되던 8월 말 평균 292명과 유사한 수치다. 여전히 유사한 수의 홈리스들이 서울역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홈리스들에게 퇴거조치로 인한 심리ㆍ정신적인 충격과 낙인이 추가되었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자
8월 22일, 그토록 원치 않았던 서울역 퇴거조치의 첫 돌이 되는 날이다. 거리 홈리스들에게 서울역은 공공의 장소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담벼락 속에 갇힌 공간이 되어 버렸다. 아무 반향도 없는 철도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에 서울역 공대위 역시 적잖은 피로와 무기력이 쌓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역 퇴거조치 철회를 위한 활동은 당초 승산이 있기에 시작한 싸움은 아니었다. 서울역 퇴거조치가 홈리스에 대한 조작적인 낙인과 차별을 강화하는 반인권적 조치였기에, 싸워야 할 이유가 분명했기에 시작한 싸움이었다. 이 이유는 여전히 또렷하다. 퇴거조치 1년을 기해,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자.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노숙인이라는 신분을 특정해 공공장소에서 퇴거시키는 패악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내년 이맘때 또 다시 서울역 퇴거조치 두 돌을 한탄할지언정, 넘을 수 없는 산이라고 한탄하며 무릎을 꿇지는 말자. 8월 22일, 서울역 광장에 모여 서울역 퇴거조치를 반대하는 여럿의 같은 뜻이 있음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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