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지역 이기주의에 발목 잡히는 노숙인 복지

 

<홈리스뉴스 편집부>

 

작년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가 시행됐을 때 서울시는 후속대책이라며 일자리, 임시주거지원(거리 홈리스에게 한시적으로 월세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 등 추가지원 대책을 마련하였다. 더불어 서울시 후속대책의 핵심을 이뤘던 것은 바로 ‘자유카페’의 설치였다. 작년 9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은 자유카페에 대해 “서울역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퇴거시키니 제2의 서울역을 만들어보자, 아니 그보다 더 쾌적하고 노숙인들이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이었던 것이다.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를 ‘서울역’이라는 특정 공간 이용의 박탈 문제로 국한하여 이해한 데 따른 후속대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에 반대하고 이의 철회를 위해 활동했던 단체들의 입장은 달랐다.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는 비단 서울역 일대 노숙인 뿐만 아니라, ‘노숙인’이라 불리는 인구집단 전체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라는 인식에 공감했던 것이다.

 

 5p.jpg 당신들과 마주하기 싫다
거리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는 “시설에 들어가라”라는 주문으로 대표된다. 그에 따라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결론은 “노숙인들은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류로 마무리된다. 그에 따라 거리홈리스들은 현실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자유를 선택하는 이들로, 생의 모든 의욕을 놓고 본능에 맡겨 사는, 말 그대로 부랑(浮浪)인의 인간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설’에 입소하라는 충고는 대개 홈리스들의 삶을 걱정하기보다, 홈리스들을 일상에서 마주하기 싫은 불편한 심기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 시설이 갖고 있는 한계를 개선해 거리 홈리스들의 자발적 선택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설이 어떻든지 거리보다는 낫겠다는 단정으로, 거리에서 홈리스들을 축출하자는 의견은 높아만 간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나는 당신들이 어디에 있든 내 생활권과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홈리스에 대한 인식을 우리사회는 공유하고 있다. “홈리스들의 집합처가 우리 동네에 생긴다면” 이란 질문에 대한 답은 더할 나위 없다. 이 대목에서 시설 입소라는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처방은 현실과 이탈한다.

 

엄마! 노숙자가 무서워요
2010년 영등포지역에 개소할 예정이었던 한 노숙인쉼터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설치가 무산된 바 있다. 2011년 11월에는 쉼터 퇴소자를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주택 역시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입주가 무산되기도 하였다. 당시 주민대책위를 표방한 이들은 “노숙자 수용소”가 들어온다며, 지역개발의 장해물이 될 것이라 주장하였다. 또한 부모회를 표방한 한 모임은 “엄마! 노숙자가 무서워요”라는 선정적인 현수막을 걸고 노숙인을 패악적인 범죄자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행동을 자행하기도 하였다.
작년 8월부터 선전해 온 서울시의 ‘자유카페’도 이와 같은 지역주민의 반대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올 해 서울시가 낸 예산 설명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연면적 431㎡, 지하1층/지상5층의 규모로 자유카페를 건설하기로 구체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샤워, 인터넷 검색, TV시청을 자유롭게 하게하고, 알코올과 정신과적 전문상담과 치료도 받게 할 계획이었다. 연극과 미술치료 등의 재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사례와 같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공간 개소 자체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노숙인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지역사회의 현실
최근에는 용산구 A쉼터의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 임차건물의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이전할 공간을 찾던 A쉼터는 서울시를 통해 시 소유의 빈 건물을 배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7월, 개보수 공사가 시작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고, 현재 공사는 중단돼 있는 상태다. 지역 토호로부터 기초의원까지 한 목소리로 시설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관할구청인 용산구 역시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용산구는 서울시 편도, 주민 편도 들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급을 중단한 것을 볼 때 사실상 용산구청은 시설이전 반대에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갖게 한다. 해당 쉼터 관계자들과 입소인 대표는 주민들을 만나고, 서울시와 해당 지역 정치인들을 통해 설득하려 하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해당 시설 입소인들은 타 시설로 이주하여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갈등상황에서 가장 큰 심리적 충격과 상실을 경험할 이들은 바로 해당 쉼터의 입소인들일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지역사회에서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을, 그 현실을 목도했을 그들의 심정은 이루 형언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인들, 노숙인의 자존감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인들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

 

지역주민 눈치 보기가 아닌 제대로 선 정치력을 발휘해야
서울시와 용산구는 뒷짐을 풀고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시설 측과 주민 측의 갈등에 3자적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 올 한 해만도 이전을 앞두고 있는 서울지역의 쉼터 수는 5개나 된다고 한다. 서울시의 준비된 대책이 없다면 그동안 누적됐던 주민들과의 갈등은 지속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시설의 이전 장소를 물색하고, 신속히 공사를 추진하는 것과 같은 실무적 접근만으로는 안 된다.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실체를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 또한 지역민들의 반발이 뒤따르기 쉬운 시설 중심의 대책을 지역사회와 어우러지기 용이한 주거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단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지역개발이익과 같은 환상에 젖은 묻지마식 반대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기초지자체 모두 지역주민 눈치 보기가 아닌 제대로 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혐오는 이제 개개인의 상상에서 벗어나 실체화되고 있고, 이는 곧 노숙인 복지정책의 제동으로 드러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와 같은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 공세는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정부와 노숙인 복지 진영의 대응은 개별사안에 몰입하거나, 애써 외면한 채 아예 대응조차 포기하는 무력함을 더 이상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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