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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3089
2012.10.29 (17:36:30)

<생활글>

 

 장강(長江)

 

<조성래 / 글쓰기 모임 “늦봄에”>


날씨가 스산한 이때가 되면 9년 전이 떠오른다. 정말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악몽 같았던 시간이 아니었던가.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서울로 올라올 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세월의 야속함과 세상의 비정함을 다 쏟아 붓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게 백지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 그냥 공허할 뿐이었다.


익산 출발 서울행 고속버스 속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니 자꾸만 떠오르는 현휘의 얼굴. 얼마나 아버지를 원망하고 가슴앓이를 하였을까. 그리고 이제는 정말 무일푼이 되어 거리의 방랑자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하면서 내가 무슨 영화를 보려고 그렇게 욕심을 내어 일에 발버둥쳐 왔던 게 한낱 꿈같은 시간이었나 생각하니 나의 우매함이 너무도 목이 타도록 울렁거리기만 했다.

각설하고, 서울로 와서 마땅히 갈 자리가 없어서 여러 군데 수소문하여 김포의 기숙사가 딸려 있는 조그마한 공장에 자리를 잡았는바, 그곳 사장님의 깊으신 사려 덕분에 대략 2년을 거처할 수 있었는데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건강의 적신호가 올 줄이야 상상이나 해 보았겠는가. 흔히들 말하듯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또다시 하늘이 노래지는 게 이 무슨 변고인가. 왜 이다지도 나에게 이런 불치의 병을 안겨주는가 하고 허구한 날 소주를 벗 삼아 세월을 탓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장님이 챙겨주신 돈을 가지고 서울에 와서 고시원에 또아리를 틀고 어찌 되었던 의식주 해결을 위하여 용역회사를 나가게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목표도 없이 그저 그냥 내가 벌어서 소주 한 잔 하는 것이, 이것이 사는 거냐고 물으며 날만 헤아리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해오름이란 곳을 알게 되어 파산면책 신청을 하게 되어 그냥 마음으로만 다짐을 또 하고 살아갈 방법이 있겠거니 하고 어찌 되었던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것은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지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 또한 호사다마라 할까. 현장일이 잘 되지 않고 몸이 따르지 않아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최소의 생활을 영위하게 되니 아! 옛날이여. 정말 좋았던 시절이 평생에 몇 번이겠는가 하고 정말 한심한 이 남자의 삶이 기구한 것이란 말인가. 한 평도 안 되는 고시원 방. 정말로 들어가면 갑갑하기만 하고 좋아하는 책도 보아야 되고 글도 쓰고 해야 되는데. 이 모든 게 정지되어 있으니 갑갑하기만 하고 생활의 재미를 못 느끼고 한심한 인생길을 이렇게 보내야만 된단 말인가. 이러한 잡다한 인생 여정 중에 홈리스행동, 노숙인 인권 공동실천단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여기는 바, 나이를 떠나서 활동하는 친구들의 면면을 보니 나에겐 모두 큰 스승같이 느껴지고 전부 다 이 세상을 밝고 빛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니 나는 정말 세상을 헛 살아온 게 참으로 부끄럽기만 할 따름이니 어찌 내 자신이 과거 현장 소장할 때만 생각하고 세상을 탓 할게 아니라고 여겨진다. 이제야 정말 세상을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여 나도 한 몸 도움이 된다면 활동하기로 마음을 정하니 가슴 한 편이 후련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고 또다시 생각을 다잡아본다.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겉잡을 수 없이 만연된 자본주의의 퇴폐와 모든 민중들이 정의가 무엇인가 하고 시시 때때로 기자회견 내지는 집회를 하면서 무엇 하나라도 바로 잡아보자는 게 이 젊은 친구들의 뜻이고 주장이 아니던가.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은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더 없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나마 베풀고 관계를 맺어가면서 정녕 살아가는 뿌듯함이 있으니. 정말로 다행스럽게 나의 변화가 보인다.

한편 경제적으로는 진정 어렵다는 것을 새삼 말로 다 표현하겠냐마는 그래도 매입임대주택을 우여곡절 끝에 들어가게 되니 온 세상이 전부 내 것인 양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현휘야, 아버지가 조그마한 집에 둥지를 틀게 되었고, 경화야 이제 이 오빠가 내 방에서 몸도 추스를 수 있다고. 그 집은 도봉구 도봉산 밑자락에 위치한 아주 공기 좋고 풍광이 수려한 아늑한 임대주택이라고.

세상 사람들아 크게 외치고 싶고 크게 발걸음을 내딛고 싶은 마음, 당신들이 어찌 알겠는가. 세상을 한탄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 어느 날 당신 앞에 황홀한 꿈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고. 이제 이곳에서 나는 '본초당'이라 명명하고 틈이 나는 대로 습작을 하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남기고 싶을 뿐이다. 모든 것은 물과 같이 흐르는 도도한 장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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