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5일 (화) 09:24 민중의소리 | ||||||||||||||||||||||||||||||||||||||||||||||||||||||||||||||||||||||||||||||||||||||||||||||||||||||||||||||||||||||||||||||||||||||||||||||||||||||||||||||||||||||||||||||||||||||||||||||||||||||||||||||||||||||||||||||||||||||||||||||||||||||||||||||||||||||||||||||||||||||||||||||||||||
경찰, APEC 명목으로 노숙자물품 모조리 압수 | ||||||||||||||||||||||||||||||||||||||||||||||||||||||||||||||||||||||||||||||||||||||||||||||||||||||||||||||||||||||||||||||||||||||||||||||||||||||||||||||||||||||||||||||||||||||||||||||||||||||||||||||||||||||||||||||||||||||||||||||||||||||||||||||||||||||||||||||||||||||||||||||||||||
지난달 25일 0시를 기해 전국의 지하철과 철도 역사에서 운영되어 온 물품보관함의 전원이 모두 차단되고 열쇠가 수거되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경찰청이 물품보관함의 폐쇄를 요청한 것이다. 이 물품보관함에 물건을 보관해온 이들 중 상당수는 갈곳없는 노숙자들이었다.
지하철 을지로 입구역 사물함에 보관했던 가방을 잃어버린 노숙인 박 모씨는 입고있던 옷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짐을 잃어버린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그는 인권활동가가 국제행사(월드컵, APEC) 때마다 노숙인에게 가해지는 인권 탄압적인 정책을 설명하자 그제서야 울분의 눈물을 흘렸다. 종각역 사물함에서 침구와 소지품 등을 모두 잃어버린 신 모씨는 "사물함은 전부 내 돈 주고 합법적으로 이용해왔다. 3일간 종각역에 못 왔다가 24일 다시 왔더니 사물함이 모두 잠기고 내 물건들은 행방도 알 수 없었다. 그 전에 어떠한 통보나 공고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을지로 입구역에서 침낭과 이불을 잃어버린 또다른 노숙인은 "아펙 국제 행사가 끝나면 물건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테러대비 명목, 사물함 폐쇄와 함께 노숙인 물품 압류 그러나 이 물건들은 사물함 폐쇄와 함께 경찰에 의해 모두 수거되었다. 노숙인들이 혹한의 길거리에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품들을 가져가버린 경찰은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커녕, 언제 돌려주겠다는 약속조차 없다. 노숙인당사자모임과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등 인권단체들은 14일 경찰청 앞에서 비인간적인 경찰행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APEC이 과연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를 물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신분적 특성과 건강의 악화로 인해 할 수 있는 노동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날품을 팔고 고물을 줍고 막노동을 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으로는 도저히 안정된 주거를 유지할 수 없어 거리 노상생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은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엄혹한 거리에서의 노상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품들이 있으며, 상당수의 노숙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수입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유료로 운영되는 물품보관함에 생존을 위한 필수품들을 보관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노숙인들의 절박한 하루하루를 설명했다. 이들은 또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반복해 취해지는 통제와 격리수용조치들로 인해 생존의 위협과 생활의 공간으로부터 배제당하고, 우리사회 안에 있으면서도 사회 밖의 존재로 존재감마저 더욱 상실케 만드는 비인간적 행정조치들이 계속되는 한 사회양극화 해소는 요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아펙이 얼마나 반민중적인지 다시한번 확인"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노숙인, 노점상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가해지는 인권 탄압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부산시 당국은 부산지역의 노숙자들을 강제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가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고 거두어들인 적이 있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 씨는 "집이없는 노숙인들은 그 사물함이 바로 집"이라며 "도둑을 잡아야하는 경찰이 도둑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류 씨는 "이번 일로인해 아펙이 얼마나 반민중적인 것인지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권활동가들의 설득으로 물품되찾기 활동에 나선 노숙인들이 직접 참석했다. 노숙인 양 모씨는 "우리도 내일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나도 주민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가적 행사라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노숙자들을 무조건 범죄자로 모는 것은 참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은경 기자
http://homelessaction.or.kr/xe/press/40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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