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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Ⅱ>


IMF 15년! 금융피해자의 행동에 가속을 붙여야

 

<홈리스뉴스 편집부>

 

열 다섯 해를 지난 IMF
98년, 한 해 이자를 25%로 제한했던 이자제한법은 IMF의 요구로 폐지되었다. 물론 10년 후 부활되었으나 이로 인해 한국은 외국계 금융자본의 이윤을 낳는 황금어장으로 전락하였다. 당시 정부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비중을 폐지하고,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을 꾀하기도 하였다. 이는 신용카드사들의 묻지마 카드발급, 경품제공과 같은 공격적 영업으로 이어졌고 2004년, 자업자득으로 부도위기에 몰린 카드사들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민중들은 달랐다. 2004년 그해 신용불량자의 수는 396만 명이란 신기록을 세웠다. IMF의 구제금융협약을 충실히 이행한 금융정책,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최소한의 생계조차 ‘빚’에 의존해야 했던 민중들은 고스란히 채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15년 전 당시 생경했고 이질적이었던 이런 변화는 이제 일상이 돼 버렸다. 한 신용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 9월, 7등급 이하 금융소외자의 수는 604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Untitled-6.jpg 탈출구는 더 막히고
올 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방 법원은 “새로운 개인파산절차 운용실무(이하, 새 파산제도)”를 마련하였고, 현재 전국의 법원으로 위 제도는 확산되고 있다. 새 파산제도는 그간 예외적으로 선임됐던 ‘파산관재인’을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선임하되 비용을 30만 원 이하로 하는 것, 파산과 면책절차를 동시 진행하여 사건 처리를 신속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새 파산제도 이전에도 파산관재인은 지속 확대 시행되어왔는데, 2008년 이후 파산관재인은 매해 두 배 이상 선임되어 온 반면, 파산 및 면책건수는 그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파산관재인 제도는 ‘공정하고 신속한 개인파산절차의 정착’이라는 법원의 설명과 달리 개인파산 억지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제도는 사건의 양 당사자인 채권자의 이의신청도 있기 전 채무자를 조사하는 것으로,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할 법원의 역할을 훼손하는 존재 자체의 문제가 있다. 또한 파산관재인은 변호사들 중 선정하는 것으로 민간 법조시장의 경제논리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 역시 금액의 고하를 떠나, 채무자의 비용으로 채무자를 조사한다는 부담 주체의 적절성 문제도 야기된다.

새 파산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채무자와 가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듯, 채무 존재 사실은 무엇보다 민감한 프라이버시 정보다. 그러나 새 파산제도는 파산관재인을 통해 채무자에 대한 “전․현 배우자/부모/자녀의 재산, 배우자와 부모․자녀에 대한 10년간의 주거변동사항, 3년간의 과세증명, 5년간의 출입국 사실증명”과 같은 정보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채무에 대한 현대판 연좌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가족의 재산과 소득, 사생활을 발가벗기우는 행태 앞에 채무자와 가족이 겪을 정신적인 고통은 의당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새 파산제도를 정점으로 한 이명박 정권의 금융채무 대책은 채권자 편향으로 진행돼 왔다. 금융기관들이 중심이 된 사적채무상환 프로그램인 신용회복제도는 2004년, 24만 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8월을 기준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개인파산 접수율은 2007년 154천 건이었던 것이 급감, 2011년 말 69천 건에 그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채권자 편향 금융채무 대책이 채무자들의 생계를 볼모로 잡고, 새 출발을 위한 유일한 제도인 개인파산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체없이는 변죽만 울릴 뿐
시기가 시기인지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이 넘실거린다. 그만큼 금융채무자들의 수가 무시하지 못할 규모로 큰 표가 된다는 증빙일 것이다. 지난 11월 21일, 금융감독원 앞에서는 ‘금융피해자 행동의 날 투쟁결의대회’라는 집회가 열렸다. IMF 체결일인 이날을 기해 2007년부터 매해 치러지는 행사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연례행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악랄한 금융, 대부자본을 비판하고 이들과 유착해 금융채무자들을 옥죄는 정부를 규탄하며 더욱 열심히 싸워나갈 힘을 얻는 자리여나하나 그보다는 더욱 열세해지는 금융피해자 운동의 현실이 더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소외자, 금융소비자를 표방하는 단체들의 정책개발과 정치적 개입은 발달하고 있으나 금융피해자들의 조직화 수준은 여전히 미미하다. 홈리스와 마찬가지로 금융피해자들 역시 자신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고, 이는 조직화에 있어 적잖은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빚진 죄인’이라는 채무에 대한 개인적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이런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더 금융피해자 운동은 당사자들을 묶어내기 위한 계획들을 논의하고 소소한 실천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금융피해자 투쟁결의대회의 슬로건이었던 “금융피해자의 연대로 빈곤과 채무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일은 조금씩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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