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가운데 상당수가 응급상황에 처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등에 따르면 지난 2∼10일 서울시내 노숙자 190명을 대상으로 `노숙인 인권 및 생활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79명 중 41.9%(75명)가 응급상황에 처해 봤고 19.6%(35명)는 주변 노숙자가 응급상황에 빠진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노숙인의 평균 노숙기간은 4년 1개월로 작년 2월 실태조사 당시보다 1년 정도 늘어났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장소는 공원(30.2%), 공공역사(25.5%), 지하도(15.1%)가 대부분이었고 노숙인 지원 기관이나 119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ㆍ검찰에 검거됐을 때 `몸이 아팠다'는 응답자 35명 중 당시 수사기관이 `건강상태를 체크했는가'라는 질문에 10명만 긍정적으로 답했고 `적절한 조치를 받았다'는 노숙자는 5명에 불과했다.

또 81명은 노숙생활을 하면서 폭행, 신분도용, 모욕과 같은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누구로부터 부당행위나 범죄를 당했나는 질문에 공안(41명), 시민(39명), 경찰(38명) 순으로 대답한 가운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노숙인 42명 중 `경찰이 사건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 사람은 5명뿐이었다.

조사관계자는 "노숙인은 대부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이들이 모여있는 공원, 역사 같은 곳에 24시간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며 "수사기관도 노숙인 검거시 반드시 건강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숙인지원단체 등 25개 인권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경찰청사 앞에 모여 지난달 3일 경찰의 호송과정에서 폐렴으로 사망한 노숙인 김모(43)씨의 49재 행사를 열고 경찰이 노숙인 인권보호에 앞장 설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