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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54
2006.01.05 (19:31:08)
뉴스조차 되지 못한 9인의 죽음





최근 석달새 잇따라 숨을 거둔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주민들 이야기

투신자살에, 알코올 중독 후유증에, 암과 당뇨에, 화재·살인사건에…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이우백(60)씨는 10월24일에 숨을 거뒀다. 그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 담양호(저수량 6670만t)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기까지 그는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입구에 자리한 삼양여관 주민이었다. 주민들은 “이씨가 쪽방으로 흘러든 것은 올해로 5년째”라고 말했다. 방값은 보증금 없이 한 달에 18만원이었고, 부산에서 약국을 한다는 아들이 찾아와 유품을 정리해 나갔다. 2평이 조금 못 돼는 그의 방은 이내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됐다.

사람들은 그가 “전기 기술자였다”고 말했다. 건물에 전기 시설이 고장나면 수리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지난 여름에 일하러 나가 다리를 다친 뒤 꼬박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수입이 없었던 몇 달 동안 방값과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고 했다. 집주인 신구현(78)씨는 “사업 실패로 부도가 나서 피해 있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5년 동안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주인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 이웃들은 “술을 한잔 먹어도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일이 없이 조용했다”고 말했다.

죽기 몇 달 전에 이씨는 사람들에게 “아랫배가 노다지 아픈데 무슨 암 같다”고 말했다. 그가 죽은 뒤에 찾아온 유족들은 이웃에게 “우리가 병원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씨는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가 택한 것은 호수였다. 죽으러 떠나던 날 집주인 신씨에게는 “놀러 며칠 다녀온다”고 했고, 그와 유일하게 말을 트고 지냈던 임진국(90)씨에게는 “친구에게 갔다 온다”고 했다.








△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매년 동지에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 추모제를 연다. 노숙인의 평균 사망 연령은 48.3살이다. (사진/ 류우종 기자)





“죽기 전에 담양호에나 가봤으면…”


주민들은 그가 “담양호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TV에서 ‘담양8경’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담양호 경치가 참 좋다는데, 구경 가봤어요? 죽기 전에 저기나 한번 가봤으면 좋겠네.” 신씨는 “평소 말 없던 사람이 별 얘기를 다 한다 싶어 이상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왜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죽기 전까지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던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추측할 뿐이다.

김형옥 영등포쪽방상담소(광야교회 운영) 간사는 “올 10월부터 이곳에서 숨을 거둔 사람만 9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 시간 동안 바깥 사람들은 청계천 신드롬과,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지진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사학법과 황우석 교수에 대해 갑론을박을 주고받았다. 죽음의 원인은 그들이 살아온 발자취만큼 다양하고 복잡했다. 3명은 알코올 중독 후유증으로 숨졌고, 3명은 암·당뇨 등의 병을 이기지 못했다. 살인이 1건 있었고,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해 방 안에서 불을 피우다 1명이 타죽었다. 쪽방 사람들의 죽음은 이제 신문지면의 1단 기사도 되지 못한다. 해마다 되풀이되기에 별로 놀랄 것도 없는 얘기지만, 사람들은 죽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그래프 참조).



















쪽방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병을 숨긴다. 성격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길선(70대 후반) 할머니는 10월17일 새벽 2시께 눈을 감았다. 병원에 갔을 때 그는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암이 온몸으로 퍼질 때까지 고통을 진통제 하나 없이 몸으로 버텨냈다. 아들과 딸이 있었지만 병 앞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 간사는 “아마도 치료비를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안내로 쪽방상담소와 연결된 뒤, 보라매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암이 깊어 살 수 없다”고 말했다. 환부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렀다. 이 할머니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이 남은 삶을 평안히 보낼 수 있도록 만든 경기 용인시 ‘샘물의집’으로 옮겨졌다.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 있다 죽어가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쪽방 주민의 주거실태 및 주거안정 대책에 관한 연구’를 보면, 조사 대상 338명 가운데 6개월 동안 계속해서 앓고 있는 질환이 있다는 사람이 전체의 62.4%인 211명(복수 대답 포함 366명)이나 됐다. 만성질환의 종류로는 관절통이 79명(21.6%)으로 가장 많았고, 혈압 48명(13.1%), 디스크 41명(11.2%), 위장병 33명(9.0%), 당뇨 24명(6.6%), 간질환 22명(6.0%) 등이 뒤를 이었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로 지정되지 못한 주민(152명) 가운데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사람은 34.9%(53명)에 불과했고, 건강보험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29.6%(45명)이나 됐다.








△ 10월부터 영등포구 쪽방촌에서는 9명이 죽었다. 치료비가 무서워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사진/ 곽윤섭 기자)




죽음의 원인은 다양했다. 김기덕(47)씨는 후두암을 이기지 못했고, 김석만(63)씨는 허리 통증을 견디다 방 안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그는 조건부 수급자로 동사무소에 나가 취로사업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지만, 일을 나갈 수 없었다. 죽기까지 김씨는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누워 시간을 보냈다.

광야교회 뒷건물 3층에 세들어 살던 전춘옥(55)씨는 같이 살던 오아무개씨와 다투다 숨졌다. 죽을 때 전씨는 술에 취해 있었다. 주민들은 “평소 때는 살림도 잘하고 착했지만, 술만 먹으면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같이 살던 오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영등포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천(40대 후반)씨는 알코올 중독자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뒤 여관방에서 숨을 거뒀고, 쪽방촌 반찬가게 옆에 살던 함광원씨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방 안에서 불을 피우다 불이 번져 숨을 거뒀다. 그는 말을 잘 못하는 언어 장애인이었다.

병원에 쉽게 입원할 수도 없는…


10월25일에는 한평희(40대 중반)씨가 숨졌다. 그는 3급 지체장애인이었다. 휠체어가 없으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죽던 날 새벽 자기 집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려졌다. 집주인 이선엽(65)씨가 119에 전화해 근처 충무병원으로 실어날랐지만 이미 늦었다. 병원 쪽에서는 몇 시간이 지나 “한씨가 숨졌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사람들은 “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그의 집은 광야교회 뒤쪽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의 3층이다. 기자는 몸이 불편한 그가 매일 3층까지 어떻게 걸어다녔을까 생각해볼 뿐이다. 12월22일 그의 집에 새로 든 젊은 남녀는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주영수 한림대 산업의학과 교수팀이 작성한 ‘2004 노숙자들의 건강실태와 해결방안’을 보면, 노숙자와 쪽방 주민들의 고단한 삶이 잘 드러난다. 인구 10만 명당 남성 노숙자의 사망률은 952.7명으로 보통 사람 평균보다 1.64배나 높았고, 35~39살의 사망률은 4.81배나 많았다. 사망 원인도 일반인과 같은 위암·간암 등 암 종류가 아니라, 외부 사고로 인한 ‘손상’(34.1%)과 간장질환(13.4%)이 1·2위를 기록했다.








△ 거리 노숙인들은 라면 상자 등을 뜯어 만든 집에서 겨울을 난다. 추모제와 함께 열린 노숙인 1일 체험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진/ 류우종 기자)




사람들은 편안히 숨질 곳을 찾기 위해 일부러 쪽방촌에 찾아들기도 한다. 쪽방촌마다 마련된 상담소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철은(47)씨는 올 가을께 영등포로 들어왔다. 그는 당뇨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쪽방 거주민이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지정되지 못한 사람은 병원에 쉽게 입원할 수 없다.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주검으로 변할 경우에 대비해 치료비를 보증할 수 있는 보증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상담소가 그의 보증인이 됐다. 김씨는 3개월 동안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는 12월12일 자기 방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숨져 있었다. 집주인 송금옥(59)씨는 “그가 죽은 뒤 무서워 집에서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매년 동지가 되면 서울역 광장에서 한 해 동안 죽어간 노숙인들을 위해 추모제를 연다. 사람들은 이곳에 몰려들어 영정 사진을 함께 찍고 한 해를 무사히 넘긴 것에 감사하며 촛불을 밝혔다. <한겨레21>이 이곳을 찾아보니 지난해와 달리 동지 팥죽을 나눠주지 않아 촛불 곁에 둘러선 이들은 많지 않았다. 가수 정태춘씨가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노숙자를 따뜻한 곳으로


겨울이 되어도 거리를 못 벗어나는 숫자가 42.7%나












노숙자의 수는 계절마다 큰 변화를 보인다. 날씨가 좋은 여름철이 가장 많고, 가을부터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겨울철이 되면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래서 노숙자 수를 통계로 인용할 때는 그게 어느 시점인지를 밝혀주는 게 중요하다. 국정감사철이 되면 사정을 잘 모르는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경제난으로) 노숙자 수가 올 들어 급증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틀린 얘기다. 그가 인용한 과거 통계는 12월 말 현재(겨울철) 기준이고 “급증했다”는 증거로 내놓는 올해 통계는 그해 여름이나 가을 기준이다.

노숙자들은 겨울이 되면 쪽방·여인숙·사우나·만화방 등을 찾아 들어간다. 그렇지만 모두가 따뜻한 곳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가 2004년 8월 발표한 ‘2004 거리 노숙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조사 대상 377명 가운데 42.7%인 161명이 겨울이 됐는데도 거리 노숙을 고집했다. 쪽방·여인숙·고시원에 들어간 사람은 68명(18.0%)이었고, 노숙자 쉼터(34명), 사우나·만화방(34명)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문제는 겨울에도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 노숙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데 있다. 2000년(312명)과 2001년(313명)에는 300여 명에 머무르던 12월 현재 서울 지역 거리 노숙인들은 2002년 403명으로 늘어났고, 2003년 들어 500명대를 훌쩍 넘겼다(물론, 노숙자 수는 국가의 파악 능력이 커져 증가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겨울에 거리에서 자면 사람은 얼어죽는다. 정부는 매해 얼마나 많은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숨지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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