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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873
2006.12.25 (11:10:07)
"추운 겨울밤의 공포를 아십니까?"












[프레시안   2006-12-22 21:59:08] 









[2006 노숙인 추모제] 거리에서 죽어간 넋들을 기리며



[2006 노숙인 추모제] 거리에서 죽어간 넋들을 기리며



 [프레시안 강이현/기자]



   22일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팥죽을 먹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추위가 더 깊어짐을 알리는 괴로운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노숙인들에게 겨울은 '공포의 계절'로 다가온다. 얼어죽게 만들 수도 있는 추위는 노숙인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년 400명에 가까운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사망하고 있다.

  

  알아주는 사람 없이 죽어간 노숙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동짓날을 맞아 열렸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는 2001년부터 해마다 동짓날 개최돼 올해로 여섯번 째를 맞았다. 노숙당사자모임,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햇살보금자리상담보호센터 등 11개 인권·복지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 행사는 지난 9월 노숙인 사망사건이 일어났던 서울 영등포역에서 오후 1시부터 밤늦게까지 열렸다.

  

  "한계적 상황에서 죽음은 일상적인 사건이 됐다"

  






▲ '2006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 마련된 '모형 쪽방' ⓒ프레시안


  추모제 기획단측은 "노숙인 사망실태는 그들의 무권리 상태와 열악한 생활 실태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빈약한 의료지원체계와 길거리라는 한계적 상황에서 노숙인들은 죽음을 일상적인 사건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 거주공간의 부재는 노숙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서울역, 영등포역 주변 등에 집중돼 있는 '쪽방'. 한평 반도 채 안되는 이 쪽방은 노숙 생활을 청산하게 도와주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쪽방을 지속적으로 철거하는 추세다.

  

  추모제 기획단측은 "얼마전 영등포2가에 있던 쪽방 50채가 철거됐고 2003년에는 서울역 인근의 쪽방 200채가 철거됐다"며 노숙인들의 주거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할 수 있는 쪽방 철거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가 올해 초 자체 보유한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을 '노숙인일자리갖기사업' 참여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지만 최근 발표한 '동절기 노숙인 보호대책'에는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서울시는 언론을 통해 공언한 임대주택 제공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노숙인들이 노숙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실업 문제도 겨울철에는 더욱 심각하다.

  

  기획단측은 "대다수의 노숙인들(85%)은 구직활동을 하며 노동으로 노숙을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05년부터 시작한 노숙인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중 만족하는 이가 23.7%에 지나지 않을 만큼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설문조사 결과, 사업을 중도에 그만둔 이유의 20.8%가 '노숙인이라는 낙인과 차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시 자체 조사에서도 참여 중단 사유 중 '노숙인 차별과 비인격적 언행'의 비율이 43%에 달했다.

  

  기획단측은 "서울시는 내년에도 600명 규모로 사업을 이어간다고 했지만 사업의 질적 변화 없이 한 해 사업을 연장하는 것만으로 노동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서울시는 '프로젝트'라는 이벤트성 행정으로 노숙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안정적인 노숙인 노동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숙인 인권 해결에 철도공사가 먼저 나서라"

  





▲ 인권단체들은 '국민을 위한 영등포역 만들기 서명운동'을 통해 공공역사에 'SOS센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프레시안


  기획단측은 노숙인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공공시설을 통해 노숙인, 가출청소년 등의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철도역사는 철도공사나 민간자본의 것이 아니라 철도 이용객을 비롯해 불가피하게 공공역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노숙생활자, 가출청소년, 인근 쪽방 거주민 등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며 "영등포역, 서울역 등 대도시 공공역사에서 의료적·행정적 지원과 사회복지·공공서비스 지원이 가능한 'SOS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철도이용객, 지역사회 주민 등 공공역사를 이용하는 이들 역시 언제든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공공역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응급하게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이윤창출과 영리추구에만 관심을 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소액채무 탕감, 개인파산 지원 등으로 노숙인 금융피해 문제를 해결할 것 △24시간 밀착형 거리아웃리치제를 통해 노숙인에 대한 위기개입 기능을 강화하고 재활시설을 구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추모제 기획단은 이날 추모제에서 2006년 노숙인 인권탄압의 대표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1. 반인권적 경찰행정

  

  - 2006년 2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쓰러져 있던 노숙인이 140만 원의 벌금을 내지 않은 수배자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응급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호송출장소로 이송했고 그곳에서도 대변조차 가리지 못했던 고인이 노역을 할 수 있는 건강상태인지 확인하지 않고 성동구치소로 이송했다. 결국 구치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는 숨을 멈춘 상태였다.

  

  2. 예산부족 이유로 서울시 노숙인 의료구호비 예산 삭감

  

  - 노숙인 의료구호 사업은 "국공립병원, 보건소, 지정약국 등이 노숙인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그 진료비를 서울시에 청구하면 전액 서울시비로 보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노숙인 의료구호비를 동결하거나 감액해 왔다. 올해 역시 서울시는 적자 예산을 편성했고 추경예산에 가서야 2005년까지 누적된 진료비 미지급분 26억8300만 원을 합쳐 36억여 원을 증액했다.

  

  노숙인 의료구호비의 적정액수는 진료비만 최소 연간 20억 원 이상이며 전국적으로 볼 때 4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3. 영등포역 방화셔터 압사사건

  

  - 지난 9월 30일 영등포역 3층 통로에서 잠을 자던 김 모 씨와 윤 모 씨가 역대합실과 통로 사이에 설치된 방화셔터에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00~500kg에 달하는 방화셔터의 하중에 이들은 살려 달라고 발버둥쳤지만 병원후송 후 끝내 숨을 거뒀다.


  "탄광노동자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슬픈 얼굴이 보인다"

  





▲ 2006년 거리와 병상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의 영정. 매년 400명이 넘는 노숙인들이 죽어가지만 정작 사진 한장 없는 노숙인들이 많아 영정조차 없을 때가 많다. ⓒ프레시안


  이날 저녁 6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추모제에서는 한 해 동안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의 영정을 모시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제의가 진행됐다. 추모 사자춤, 마임, 노래 공연 등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공연을 비롯해 추모사 및 동료 노숙인들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도 상영됐다.

  

  한편 추모제 사전행사에서는 노숙인들의 실태를 알리는 캠페인뿐 아니라 노숙인들을 위한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한쪽에서 진행된 노숙인들을 위한 초상사진 촬영은 시작부터 노숙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이명하 사무차장은 "노숙인들은 자기 사진이 많이 없다"며 "이 정도 연세가 드신 분들은 대개 집에 하나씩 자기 사진을 걸어둘 텐데 그러지 못한 노숙인들을 위해 초상사진 촬영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2년전부터 추모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진작가는 "노숙인들의 사진을 다른 사진들과 비교해보면 슬퍼 보인다"며 "마치 탄광노동자들의 사진을 보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 활짝 웃으시라고 권한다"며 "그런데 아무리 웃어도 웃는 느낌이 나지 않고 억지로 웃는 느낌이더라"고 덧붙였다.

  



추모제에서 만난 최 씨는 전북 군산 출신이다. 기자가 "오늘 참석한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대뜸 "일자리가 있어야 일을 하지"라고 대꾸했다.

  

  "1997년 IMF 시절부터 노숙을 시작했어. 집주인이 바뀌어서 집에서 쫓겨난 뒤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올라왔지. 서울 올라와서는 주로 공공근로로 근근히 돈을 벌었어. 고시원, 쪽방을 왔다갔다 하는데 그나마 쪽방은 방이 넓어서 좋더라고.

  

  아무튼 이제 겨울인데 걱정이야. 신문에서도 내년이면 더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벌써 3명이 빚 때문에 자살했어. 나이도 들고 병도 들고, 혈압이 높아서 일도 잘 못하는데…."

  

  태어난 뒤부터 고아원에서 17년을 살았다는 최 씨. 그는 17년 전인 1989년에 처음 아버지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이라고 해도 30년만에 만나니까 정이 안가더라고. 걸어온 길이 달라서 그런가봐. 아버지를 만났는데 피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잖아. 그리고 아직까지 영 어색해하더라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영등포역사에 산다는 또 다른 노숙인은 기자가 참석 소감을 묻자 "에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경찰에게 사람 죽었다고 얘기하면 보증을 서야 해. 파출소에 가면 '이 사람 죽은 거 확인했다'고 하면 1만2000원 줘. 증인 섰다고…."

  

  말을 멈춘 그의 시선은 오랜 시간 추모제에 마련된 영정을 향해 있었다.




강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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