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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174
2006.07.20 (13:59:26)









고시텔 쪽방엔 고시생이 없었다
[오마이뉴스 2006-07-20 09:07]    





[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 19일 8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잠실본동 N고시텔.
ⓒ2006 소찬호


"찜질방에 가면 잘 수는 있겠지만…."



19일 화재로 8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잠실본동 N고시텔 앞, 소방차도 돌아가고 취재왔던 대부분의 기자들도 자리를 뜬 늦은 밤 고시텔 앞에는 3명의 남자가 하릴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이들은 이 고시텔을 집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 건물 3층 각자의 방엔 옷가지와 가재도구가 있지만 이들은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는 건물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3명의 남자는 고시텔에 살고 있지만 모두 고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 몸 눕고 책상에 TV가 들어가면 꽉 차는 1.5평 남짓 고시텔 쪽방을 집 삼아 살아가고 있었다.



윤희주(53)씨는 인근 잠실 주공1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사고 현장을 접했다. 건설 인부인 윤씨가 고시텔에 사는 이유는 뭘까.



윤씨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주면 되니까 고시텔에서 산다"고 말했다. 이 고시텔의 월세는 22~25만원. 집세가 비싼 서울에서 목돈 없이 싸게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고시원 같은 곳밖에 없다는 것이 윤씨의 설명이다.



윤씨의 고향 전북 순창에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다. '왜 고향에서 가족과 같이 지내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윤씨는 "고향엔 할 일이 없다"고 내뱉듯이 답했다. 윤씨는 젊었을 때부터 서울과 경기도 지역 공사 현장을 두루 다니며 가족들을 먹여 살려 왔다.



'오늘은 어디서 잘 거냐, 잠을 자야 내일 또 일을 할 게 아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씨 옆에 있던 이아무개(28)씨는 "찜질방에 가면 잘 수는 있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도 윤씨와 마찬가지로 건설 현장 인부다. 이씨가 19일 하루 일해 받은 돈은 5만4000원. 계속된 비로 3일 동안 일을 못하다 오랜만에 수입을 올린 이씨에게 찜질방 요금 1만원은 큰돈이었다.



"서울에서 돈 벌려면 고시원에 사는 수밖에 없다"



이씨가 고시텔에 사는 이유도 윤씨와 같다. 딸린 식구들이 없는 이씨는 "집이 뭐 따로 있느냐"며 "코딱지만큼 좁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돈 벌려면 고시원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고향인 전남 완도를 떠나 서울에 산 지 6년이 다 돼 간다는 이씨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 생활하기 위해서 들어온 사람들"이라며 "시끄러운 신천 유흥가에 있는 고시텔에서 고시 공부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와 윤씨로부터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40대 후반의 한 남성은 두 사람의 고시텔 동료지만, 고시텔에 들어온 이유는 좀 달랐다.



'사장님'은 경기도 일산에 집이 있지만 서울 강남지역에서 주로 일하기 때문에 통근거리를 줄이느라 신천의 고시텔을 숙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이 고시텔에 들어온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일을 하느라 화재 참변을 면한 윤씨·이씨와는 달리 '사장님'은 친구 덕분에 화를 피할 수 있었다. 19일 오후 러닝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멀리서 온 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김씨는 사업상의 저녁 약속 때문에 다시 고시텔로 들어오다가 사다리차가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계속 고시텔에 머물었거나 조금 일찍 들어왔다면 '사장님'도 위험에 처했을지 모른다.



윤씨와 이씨는 "고시원에는 우리 같은 건설 인부말고도 신천 등지에서 식당 일을 하는 아주머니,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 호객꾼(삐끼) 청년들이 많다"며 "돈을 벌러 서울에 와 생활 비용을 아끼느라 어쩔 수 없이 쪽방 고시원에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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