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아시아 통합적 도시네트워크 워크숍을 다녀와서

<박사라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지난 2월 20일부터 2박 3일간 일본 오사카에서 “제3회 동아시아 통합적 도시네트워크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도시연구플라자에서 주최한 이번 워크숍에는 동아시아국가의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홈리스의 현실과 홈리스지원체계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였다. 워크숍에는 대만, 일본, 홍콩, 한국 4개국에서 참여하였고, 각국의 홈리스에 대한 실태와 정책 그리고 각국 주거정책과 이와 관련한 민간 활동들을 소개하고, 오사카 지역의 홈리스지원시설과 주거시설 등을 현장 탐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일본, 노숙우려가 큰 홈리스가 약 10만명
일본은 2002년에 한국(2011년 제정, ‘노숙인등의복지및자립지원에관한법률’)보다 먼저 ‘홈리스자립지원법’이 제정되었다. 법 제정 이후 2003년 첫 홈리스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된 홈리스 규모는 약 25,000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적은 수치인데, 홈리스자립지원법 내 홈리스에 대한 정의 자체가 실제로 거리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만을 포함하였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홈리스지원전국네트워크에서 홈리스실태조사를 한 결과, 안정된 주거 없이 공식/비공식적인 지원을 받아 자립하는 사람은 연간 40,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약 50%는 거리노숙경험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 일본의 리먼쇼크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불안정 중간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이 20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 중 0.5%는 노숙우려가 큰 홈리스로 약 10만명 이상의 규모가 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2017년 종료되는 홈리스자립지원법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안전망인 ‘생활지원전략’이라는 지원제도를 준비 중이다. 홈리스 문제가 경제적 빈곤과 사회관계 단절로 인해 심화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반주형(伴走型, 밀착형) 지원과 포괄적이며 개별적,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상담센터를 설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역 재생을 준비하는 니시나리 구
오사카시 니시나리 구 북동부에 위치한 카마가사키 지역(아이린 지구)은 한때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오는 곳이었으나, 1990년대 경제침체 이후 일자리가 줄어서 홈리스가 급증하였다. 2000년대부터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생활보호신청을 지원하는 사회운동이 활발하여 생활보호수급자가 급증하였으나, 여전히 빈곤이 심화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높은 수급비율(30%)과 높은 고령화율(약 40%)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며, 사회적 고립(이로 인한 죽음을 한국사회에서는 고독사로, 일본사회에서는 무연사로 부른다.)이 많아졌다. 또한 근처 공원에는 텐트 노숙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며, 이들 또한 젊을 때는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왔으나 실직을 하거나 일거리가 없어서 거리홈리스가 된 경우이다. 이로 인해 지역커뮤니티까지 붕괴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당시 일용직 노동자들이 홈리스가 되면서 그들이 이용했던 간이숙박소 또한 타격을 입어서 주거와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 서포티브 하우징으로 운영하는 등 마을재생포럼을 통해 실업과 노동, 그리고 주거와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왔다, 2012년 오사카시에서는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니시나리 특구 구상’을 내세워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역 재생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스에서 운영하는 주거시설 전경

일본의 나이스라는 주식회사는 영리기관으로 니시나리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노후한 민간주택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스에서는 저임금 노동자, 고령자, 장애인, 가족, 생활부조로 생활하거나 수입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주택들을 개발하기 위해 기존 주택들을 활용하거나 재건축하여 저렴하게 임대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일부(1-2층)를 일반 음식점, 사무실 등으로 임대하여,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운영비로 활용하고 있다.

NPO법인 대동네트워크 사업단에서는 홈리스와 주거빈곤층에게 복합적인 주거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제2종 사회복지시설로 무료저렴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상담 및 취업지원 등 한국의 노숙인지원시설과 비슷한 지원들을 제공하고 있으나 다른 점은 1인 1실을 제공하여 프라이버시가 확보될 수 있게 하였고, 개인 우편함과 복약관리를 위한 약 보관실도 있으며, 금전대출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식당에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한다. 주먹밥을 들고 노숙지역 아웃리치를 하며 상담지원이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도 한다.

▲대동네트워크 홈리스지원 주거시설-개인 방

이 밖에도 생활부조 및 요양보험을 받는 사람들이 유료로 생활하는 노인홈 생활보호하우스 및 저소득밀집주택, 아파트 등 다양한 주거공간들을 돌아보았다. 2박 3일간 돌아보았던 대부분의 홈리스지원 주택이나 시설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제공되고 있으며, 보다 더 밀착한 형태로 복지와 취업, 상담 등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활발하게 연계하고 있음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거시설들을 돌아다니면서 그곳을 이용하는 당사자들을 만나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빈곤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필요
경제적 고립과 사회적 관계단절이 만들어내는 극심한 빈곤상태는 따로 떼어놓는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설중심의 지원보다는 지역사회 안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 홈리스 당사자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여 주거지원과 안정적인 일자리 연계 그리고 복지지원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 빈곤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