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72
2023.07.30 (19:50:30)

[미디어 요~지경]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는 미디어의 행태를 고발하는 꼭지

 

비난, 낙인 처벌, 계도

홈리스의 삶에는 무관심한 채 비난하기 급급한 언론의 보도 행태

 

<안희제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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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 북광장 관련 중부일보의 보도 헤드라인들.  <그림=홈리스뉴스 편집부>

 

지난 3월, 중부일보에서는 [동인천 북광장 상주 노숙인들] 보도를 세 편 시리즈로 내보냈다. 기본적인 요지는 명료하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 동인천역 북광장이 홈리스들의 공간으로 ‘전락’했고, 행정절차도 통하지 않으며,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보도 행태는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언론은 대체로 항상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시민과 홈리스를 딱 잘라 구분하고, 홈리스를 공공장소에 대한 위협이자 오염으로 취급한다. ‘주취’와 ‘노상방뇨’, 그리고 ‘싸움’은 이런 맥락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키워드다. 
 

중부일보의 보도, 판에 박힌 혐오

중부일보의 보도는 홈리스 혐오 보도의 공식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세 편의 기사 중 ‘上’편과 ‘下’편에서 기자는 바닥에 술병들과 종이컵이 널브러져 있고 그 주변에 홈리스들이 앉거나 서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뒤, 홈리스들의 얼굴만 흐릿하게 처리한 채 다음과 같은 사진 설명을 적는다.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공영주차장 인근에서 노숙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하고 있다.”

 

기자는 사진과 더불어 ‘주민’의 목소리를 빌려 ‘대낮부터 술판 벌리고 소리 지르고 싸우는 모습’을 그려낸다. 동인천역 북광장은 동구의 얼굴이며, 홈리스들이 이 지역의 ‘얼굴’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노숙인들 주변에서 “화장실에서 날 법한 지린내도 났다”거나, “감정을 이기지 못한 남성 노숙인이 소주병을 깨 상대방에 겨누자”와 같은 과도하게 상세한 묘사는 홈리스들의 주거권이나 건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과 대비된다. 

 

‘中’편의 사진은 구청 공무원들이 홈리스들을 “계도”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동인천역을 ‘정화’하겠다는 구청에 대한 홈리스들의 반응을 “소 귀에 경 읽기”로 묘사하는 이 기사는 홈리스들이 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도 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술에 취해서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고 개선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있다. 평소에 깊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건 구청임에도 말이다. 

 

홈리스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홈리스들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는 내용의 분량에 비해, 이들이 처한 상황과 해결책에 대한 내용은 턱없이 부족하다. 홈리스들에게 ‘빈곤, 일자리 문제, 주거 문제, 중독’과 같은 문제들이 한 번에 발견된다는 것도, ‘계도나 행정처분이 아닌 문제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새롭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다. 그 형태가 ‘자율적인’ 것일지언정, 결국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문제다. 

 

필요한 건 집이지, 시설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집의 부재와 일자리, 교육, 중독, 빈곤 문제는 순환 관계에 있어서, 홈리스일수록 다른 문제를 겪기 쉬워지고, 다른 문제를 겪을수록 홈리스가 되기도 쉬워진다. 홈리스들이 동인천역 북광장에 상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으면서, 홈리스의 음주와 흡연에 대해 ‘철퇴’를 날리겠다는 행정당국의 말은 성실하게 받아쓰는 보도 행태야말로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것 중 하나다. 

 

물론 이것은 중부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보도를 권하고 원하는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다. 중부일보의 보도가 있기 한 달쯤 전, 부산역광장에서 엑스포 현지 실사를 대비하여 홈리스, 주취자, 음주소란 등 ‘시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보도들도 있었다. 올림픽,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엑스포도 홈리스들을 내쫓는 좋은 구실이 된다. 

 

홈리스는 ‘시민 불편’이 아니라 ‘시민’이다. 홈리스에 대한 비난, 낙인, 처벌, 계도를 멈추고, 적정주거를 제공하라. 피상적인 비난성 보도 말고, 홈리스 관점에서 홈리스의 삶을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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