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선량한 시민들의 홈리스 혐오와 ‘조던 닐리’의 싸움

미국 뉴욕 지하철서 살해당한 홈리스…노숙 범죄화 정책이 야기한 증오범죄

 

<디디 / 인문지리・도시 연구자>

 

스크린샷 2023-06-13 000212.png

▲ <사진=Eyewitness News 영상 캡쳐>

 

조던 닐리는 뉴욕에 살던 30살의 흑인이며 지하철 퍼포먼서이자 댄서이다. 그는 2023년 5월 1일 지하철을 탔다. 갑자기 재킷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며 절망적이라고, 감옥에 가도 상관없으며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시민들에게 제압, 혹은 살해당한다. 

 

다니엘 페니는 해병대의 베테랑이며 세계여행을 즐기는 24세의 가장이다.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 뉴욕 지하철에서 난동을 피우는 홈리스를 마주친 그는 그 자리의 질서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홈리스의 목을 졸랐다. 다른 두 명의 승객이 페니를 도왔다. 다니엘 페니의 변호사는 페니의 행동이 정당방위였다고 말한다. 목을 졸랐지만,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불의의 비극이었을 뿐이다. 검시관은 닐리의 사망을 살인사건이라고 판단했지만, 페니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다.

 

페니가 닐리의 목을 조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 몇몇 활동가와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이 사회적 시스템이 정신질환에 고통받는 홈리스에 대한 돌봄에 실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주장한다. 미국 사회에 끈질긴 인종적,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도 강조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더 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것은 지하철에서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을 상황을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이들에게 닐리의 죽음보다 더 큰 문제는 닐리, 혹은 닐리 같은 사람이 지하철에 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닐리를 도움이 필요한 청년이 아니라 불길한 것, 자신을 위협하는 것, 불안의 요소로 인지할 때, 페니의 행동은 정당방위가 된다. 보수 정치인들은 페니의 행동을 “용기 있는 행동”이라 칭송하며 사면을 요구했다. 페니의 보석금 마련을 위한 돈을 기부하는 대선 후보들이 줄지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페니, 그리고 전철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이 “엄청난 위험”에 처해 있었다고 말한다.

 

페니의 행동이 시민들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면, 닐리가 저지른 범죄는 무엇인가? 페니의 변호인단은 닐리가 홈리스이며 정신질환자이자 40건의 체포기록이 있다며 “조던 닐리가 그 열차에 가한 위협, 협박, 공포는 이미 잘 기록되어 있다”고 말한다. 물론 변호인단의 주장은 궤변이다. 닐리의 목을 졸라서라도 지하철의 질서를 수호하기로 한 페니와 시민들이 닐리의 의료기록이나 체포기록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목격자들에 의하면 닐리는 소리를 지르고 옷을 집어 던졌지만, 타인을 신체적으로 위협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음식, 물, 쉼터가 필요하다고 소리치는 한 남자에게 필요한 것이 도움이 아닌, 신체적인 제압이라고 판단했다. 이것은 그가 흑인이며, 정신이 불안정해 보이는 자, 사회에서 뿌리 뽑힌 홈리스였기 때문이다. 닐리를 죽인 페니는 사건 후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며,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리고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고, 언제라도 “위협과 위험이 있다면” 비슷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니에게 홈리스는 사람이 아닌, 잠재적 위협일 뿐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활동가들과 시민단체가 강조하듯이 이 사건은 사회적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준다. 페니의 변호인단의 주장처럼, 조던 닐리는 이전에도 체포된 기록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닐리가 14살 때 살해당했다. 닐리는 심각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고, 자폐증과 조현병을 앓았다. 여러 가정을 전전하다가 위탁 보호시설에 입소한다. 위탁보호를 받는 아동 대부분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많은 경우 지속적인 학대에 놓인다. 닐리 또한 정신 건강 문제에 관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21살에 위탁가정에서 자동 퇴소했고, 홈리스가 되었다. 이후 지하철에서 살해되는 순간까지 정신장애, 체포, 입원이 돌고 도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닐리는 심지어 뉴욕시에서 가장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홈리스 명단인 “상위 50인”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디언의 기사가 지적하듯이 안정적인 주거 없이 일관된 지원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뉴욕시가 제공하는 쉼터는 위험하고 부자유스러우며 권위적일 뿐 아니라,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만성적인 비판에 시달려 왔다. 한편, 닐리가 살해되기 6개월 전인 2022년 11월, 뉴욕 시장은 정신질환이 있는 홈리스에 대한 강제 입원 명령을 선포한다. 물론, 강제 치료가 정신질환을 치료하거나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강제 치료라는 단어가 가감 없이 드러내듯이 이러한 조치는 닐리와 같은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장기적 치료와 돌봄에 연결하는 대신 홈리스를 위험 요소로 파악하고 대상화하며 탄압하는 행위이다. 노숙을 범죄화하는 국가의 정책은 홈리스를 무능력하거나 위험한 존재로 혐오하고 범죄화하는 시선을 강화하며 홈리스에 대한 폭력과 증오범죄를 부추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닐리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사회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된 채 오랜 시간 극단적인 물질적, 정신적 불안정성을 홀로 감당해 와야 했던 그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향해 자신을, 자신의 고통을 표현했다. 그렇게 사회가 자신에게 강요해온 상황의 극단적인 폭력의 문제를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했고,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시스템의 붕괴를 온몸으로 알렸다. 그것은 닐리로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힘을 다해 돌파하고자 하는 필사의 노력이었고, 사회 전체를 향한 강렬한 정동적 발언이었던 셈이다.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은 닐리와 같은 이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이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는 대신 닐리를 제거하는 편한 방법을 택했지만,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었던 것은 과연 누구인가. 정말로 위험한 것은 닐리인가. 사회인가. 

 

닐리에게는 그를 내성적인 청년, “모두가 좋아하는” 재능있는 댄서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닐리가 죽기 전, 한동안 보이지 않는 그를 걱정하던 팬들은 그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알게 된 것은 그들이 사랑하던 댄서 닐리가 홈리스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시민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닐리의 명복을 빈다.

 
Tag List
Top